가리봉동 벌집, 화려한 원룸으로 변신하다
가리봉동 벌집, 화려한 원룸으로 변신하다
  • 황인수 기자
  • 승인 2018.01.12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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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O HOUSE

[나무신문]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에 구로공단이 조성됐다. 지방에서 대규모로 몰려드는 젊은 노동자들의 주거가 시급히 필요해졌고, 이를 빠르고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 소위 ‘벌집’이라는 주거형식이 공단에 인접한 가리봉동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10개~30개의 사글세방을 집합시킨 형식의 ‘벌집’은 대개 부엌이 딸린 4평 정도의 작은 방들이었고, 화장실과 마당을 공유했다. 보통 3~4명이 한방을 공동으로 사용했고, 좁은 면적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다락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2003년 가리봉동은 재정비지구로 지정됐으나 사업성 부족으로 2014년 해제된다. 이 기간 동안 지분 쪼개기 등을 막기 위해 일체의 건축행위가 금지됐다. 1990년대 들어서 쇠퇴했던 구로공단이 2000년도 이후 아파트형공장(현 지식산업센터)들이 신축되면서 구로 디지털밸리, 가산 디지털밸리로 화려하게 부활하는 동안, 가리봉동의 주택들은 점점 노후화 되었고, 결국 서울에서 가장 열악한 주거환경과 저렴한 임대료 지역으로 전락했다. 그 결과 주거환경보다는 저렴한 월세를 선호하는 중국동포들이 대량으로 유입됐다.

건축정보                          
대지위치(주소) : 서울시 구로구 가리봉동 133-52외 2필지 (구로구 디지털로21길 20)
대지면적 : 363.7 ㎡ 
건물규모 : 지하1층, 지상2층
건축면적 : 262.6 ㎡ 
연면적
 : 450.98 ㎡(지하1층:41.32㎡ / 1층:208.25 ㎡ / 2층:204.83㎡ )
건폐율 : 72.2%
용적률 : 113.68%
주차대수 : 0대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통기초 
       지상 - 연와조 (슬래브 탄소섬유 보강)
       벽 - 벽돌조 / 지붕, 슬래브, 기초 - 철근콘크리트

자재정보                        
단열재
 - 비드법단열재 2종1호 80㎜, 
외부마감재  - 철판위 우레탄 도장, 기존 적벽돌 고압세척, 백시멘트 미장, 강화유리 
담장
 - 시멘트 벽돌
창호재
 - LG PVC 이중창
내부마감
 - 원룸 : 바닥( THK7.5 이건 강마루), 벽 및 천정(석고보드위 실크벽지)
        - 욕실  : 벽 및 바닥 (THK7 자기질타일  White Matt)

        - 붙박이장 : 현장제작 (MDF위 하이그로시 마감)

조 - 원룸 : 이케아
   - 외부 : 메가룩스
계단 및 복도 - 시멘트 몰탕위 침투성강화재 

신축보다 리모델링 선택
가리봉동 벌집의 주인은 두 자매다. 이들 자매의 부모는 1972년에 이 벌집을 구입했고 2013년 자매는 이 벌집을 상속받았다. 

상속 받을 당시 이 집은 80년대에서 시간이 멈춘 지독히도 낡고 허름한 집이 돼 있었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각방마다 LPG통으로 난방과 취사를 해결하고 화장실은 야외의 공동변소를 쓰고 있었다. 32개의 방 중에 대략 십여 개의 방들이 15만원~20만원의 월세로 중국동포들에게 임대되고 있는 형편이었다.

2014년 사업성 부족으로 가리봉 재정비지구가 해제되자 건축주 두 자매는 매각을 고려했으나 대지 면적이 지나치게 크고 가리봉의 슬럼 이미지로 매각이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집의 운명은 TOPOS의 김범준 소장에 의해 결정됐다. 김 소장은 간단한 수지분석을 통해 건축주에게 리모델링의 타당성을 제시했다. 기존 월세가 너무 적었던 점, 도저히 사람이 살만한 환경이 안 됐던 점 등을 리모델링을 통해 개선할 수 있음을 설득하고, 가리봉동이 도시재생지역으로 선정됨으로써 가리봉의 가치가 상승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건축주는 마침내 신축보다는 재정적으로 부담이 덜한 리모델링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가산디지털밸리 젊은 근로자 위한 원룸으로
동네 사람들은 한결같이 ‘어차피 중국동포들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깨끗하게 수리하는 정도에서 작업하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중국동포에게 받을 수 있는 임대료는 한계가 있었고, 건축주도 너무 열악하게 변해가는 집을 바꾸고자 하는 생각 때문에, 임대 대상을 처음부터 상근인원이 16만 명에 달하는 구로, 가산 디지털 밸리의 젊은 근로자를 타겟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풀 옵션을 갖춘 6.5평 원룸이 경쟁력 있다고 판단했다.

공유공간 확보와 치안 위한 배려
집합주거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각 UNIT의 환경이고, 특히 원룸은 적은 면적이기 때문에 콤팩트함이 중요하다. 신발장 뒤편에 보일러를 배치하고, 샤워 칸을 확보하면서도 화장실을 최대한 적은 면적으로 설계했다. 세탁기부터 싱크, 옷장, 책상까지 편리하지만 자칫 복잡해질 수 있는 가구와 물품들을 최대한 단순하고 콤팩트하게 일렬의 붙박이가구로 통합했다.

오래된 건물의 리노베이션 작업은 과거를 종결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고 과거 거주자들의 삶과 고통을 들여다보는 작업이기도 하다. 가장 복원하고 싶었던 것은 마당이 공동의 생활공간으로 작용했던 점이다. 우리나라 주거와 도시 골목들에서 가장 많이 바뀐 것이 공유공간에 대한 감수성이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기존 건축물의 특례 조항에 따라 법적인 주차를 확보할 의무가 없었고, 19가구에 모두 주차장을 제공할 상황이 안 되므로 건물 내 마당을 원래의 주차장이 아닌 공유하는 마당으로 만들고 싶었고 이를 외부 가로와 공유하고자 대문과 담장을 철거했다. 가리봉집 앞의 골목은 모든 집이 대문과 담장으로 둘러싸여 밤이 되면 오로지 가로등의 희미한 빛만 보이는 으스스한 풍경이었다. 사람들의 방범을 위해 기계적으로 담장을 설치하지만, 담장은 넘어가기만 하면 범죄자들이 행동을 감출 수 있는 엄폐물이 된다. 담장과 대문을 없애고 대신에 건물 외벽에 조명(타이머 적용)과 CCTV를 설치해 범죄로부터 안전하도록 배려했다.

도시재생의 성공은 주거지 재생으로부터
사람들이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는 아파트 자체의 건축적 질이 우수해서라기보다는 아파트 단지가 주는 쾌적함과 편리성 때문이다. ‘단지’의 편리함과 경쟁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 수 있는가? 적절한 거리마다 공용주차장을 확보하고 아파트 단지처럼 잘 가꾸어진 공원, 놀이터, 조경시설 등을 확보할 수 있는가? 택배나 건물 유지관리를 돕는 관리 시스템이 도입 될 수 있는가? 이런 요소들이 서울시의 수복형 도시재생의 성공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라 생각한다. 언론과 서울시는 소위 핫한 동네인 해방촌, 성수동 등 상업지구화 되는 지역의 도시재생에만 관심을 집중할 것이 아니라, 주거지의 재생이야 말로 어렵지만 진정한 의미의 도시재생의 성공여부를 측정 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아닐까. 

건축가 소개 

김범준 TOPOS architects 대표
김범준 대표는 한양대학교 건축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받았다.
원서동 空間建築에서 21년간 근무하고 2104년 겨울 TOPOS arch-itects를 설립했다. 2007년 문화관광부에서 주관하고 새건축사협회에서 주최한 신인건축가상을 받고 서울역 문화공간에서 개인 건축전시회를 열었다. 2017년에는 가리봉동 솔로하우스로 서울시 건축가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주요작품으로는 공간건축 재직 시 고양시 아름누리센터, 서울 중앙우체국(포스트 타워)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등이 있다. TOPOS arch-itects 설립 이후 가로수길 리모델링 연작 및 동교동 및 신사동의 근린생활 빌딩을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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