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로 펼치는 공간 마술,
하이브리드로 펼치는 공간 마술,
  • 홍예지 기자
  • 승인 2017.09.05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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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집

[나무신문] #조남호 #건축가 #하우징플랜 #은행나무집 #판교

▲ 외관.

에디터‘s Pick!
편집자가 뽑은 은행나무집의 리딩 포인트   
√ 조남호 건축가의 노하우가 돋보이는 공간
√ 경골목구조+중목구조의 장점을 극대화
√ 프라이버시를 확보한 설계 

▲ 1층 평면도. ※평면도는 일부만 게재함. 1 보일러실 2 보조주방 3 거실 4 주방 5 식당 6 욕실 7 사랑방 8 현관

건축정보 및 자재정보                   
대지위치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용    도 : 단독주택
대지면적 : 228.00㎡(68.97평)
건축면적 : 113.93㎡(34.46평)
연 면 적 : 212.34㎡(64.23평)
조경면적 : 48.10㎡(14.55평)
건축규모 : 지상 2층
건 폐 율 : 49.97%
용 적 률 : 93.13%
건축구조 : 철근콘크리트, 경골목구조, 중목구조
외부마감 : 벽돌, 징크, 점토기와
내부마감 : 수성페인트
시    공 : 솔빈건설
설   계 : (주)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조남호 02-562-7576  www.soltos.kr

▲ 거실 외부 데크.

공간, 기하학적 질서를 품다 
2013년 서울시 건축상, 같은 해 건축가협회 ‘올해의 BEST 7’ 작품상 선정, 2012년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의 조남호 소장은 2012년 완공한 ‘계수나무집’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한옥과 같은 기둥과 보로 이뤄진 자유로운 평면의 일 층과 2×4 경골목구조로 구획된 이 층이라는 구성이 그러한 주목의 일등공신이다.

이처럼 조 소장은 주택 설계 시 ‘경골목구조’와 ‘중목구조’의 하이브리드 형태를 지향한다. 

“경골목구조 방식은 조적 전통이 강합니다. 조적으로 벽을 만들어 공간을 구획해서 덧붙여 나가는 방식에 가깝죠. 반면 기둥과 보로 만들어진 중목구조는 벽이 자유로운 편입니다. 어느 부분은 터서 사용하고, 막아서 쓸 수도 있는 것이죠. 저는 이와 같은 두 가지 형태를 자유롭게 활용해, 보다 가변적이고 경쾌한 공간들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현대건축의 중요한 언어 중 하나인 ‘자유로운 평면’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죠.”

▲ 가족실.

이 밖에도 조 소장은 ‘기하학적 질서’를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 

“갈수록 많은 사람이 단독주택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아파트처럼 획일적인 공간이 아닌, 가족의 특성을 담은 집을 원하죠. 이를 위해서는 집을 지을 때 생각했던 가치가 지속가능한 가치인지를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여깁니다. 한 마디로 건축은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죠. 집이라는 것은 사회가 공유하는 공적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원래 살던 구성원이 떠나고, 새 구성원이 같은 장소에 머무르게 됐을 때도 여전히 살아갈 만한 가치있는 유연함을 갖는 집이어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 다이닝.

경쾌하고 가벼운 느낌의 목구조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를 찾아오는 연령대는 다양한 편이다. 조 소장은 예전에 비해 건축주들의 눈높이가 상당 부분 높아졌다고 말한다. 

“기존에는 직원들이나 다른 건축가와 나누는 얘기와, 일반적인 건축주와 대화하는 내용을 달리 구성했었습니다. 하지만 건축에 관심 있는 건축주들이 늘어남에 따라 지금은 건축가와 건축주들이 나누는 대화의 레벨 차가 거의 사라진 편이죠. 심지어 어떤 건축주는 건축을 위해 책만 60권을 읽었다는 분도 계실 정도입니다. 그만큼 자신이 살게 될 건축물에 대한 관심도가 상승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 아트리움.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에 위치한 ‘은행나무집’의 건축주 역시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건축주 중 한 명이었다. 그 역시 조 소장과 마찬가지로 목조주택의 공법에 대해 여러 고민을 한 상태였고, 경골목구조와 중목구조의 하이브리드 형태를 환영했다.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50대의 건축주는 학교 선생님인 아내와 자녀 2명,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야 한다는 조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각 세대가 서로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면서도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했죠. 또한 주변 경관을 내부로 끌어들일 수 있는 각종 장치가 필요했어요.”

외관의 벽돌은 칙칙해 보이지 않으면서도 세련감이 느껴지는 회색으로 선택해 전체적으로 모던한 분위기를 풍긴다. 수평 줄눈을 강조하고, 50㎝에 달하는 긴 벽돌들로 통일감도 줬다. 

▲ 외관.

“얼핏 보면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착각할 수 있으나, 자세히 보면 캔틸레버로 띄운 부분을 통해 경쾌한 느낌을 표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건축물 안의 구조가 가볍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현관 진입부에는 자그마한 마당을 둬 시각적으로 따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울러 거실 앞 외부 데크는 방에서 마음껏 드나들 수 있는 장소로 꾸몄다. 

▲ 2층 복도.

“판교에서 집을 설계하면서 깨달은 점 중 하나는, 각각의 집이 하나의 덩어리들을 가져다 놓은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동네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중간 영역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옛 마을의 낮은 담장을 예로 들 수 있겠죠. 밖에서는 안을 볼 수 없지만 담장엔 적절하게 뚫린 사이 공간들이 있었습니다. 은행나무집에서는 포치 같은 공간을 통해 지나가는 사람과 눈인사 정도는 할 수 있도록 만듦으로써 그러한 특징을 재현했죠.”

▲ 주방.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설계
내부의 경우 최근 트렌드에 맞춰 거실의 사이즈를 축소하고 식당을 강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다이닝 공간에는 가변형 도어를 달아 자연스럽게 공간을 구획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 방과 다락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천창을 통해 따스한 빛이 들어오는 이곳은 아이들의 숨바꼭질 놀이 공간으로도 손색없다. 다락으로 오르내리는 계단 폭은 안전을 위해 보다 넓게 구성했다. 

단차를 둬 마치 하나의 방처럼 구성한 가족실은 온 가족이 편한 자세로 독서와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만들었다. 특히 벤치 의자를 설치해 편의성을 더했다. 

▲ 아이 방.
▲ 욕실.

“중목구조와 경골목구조의 하이브리드 형태 덕분에 전체적으로 기하학적 질서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단순하면서도 풍부한 공간감이 나타나죠. 하나의 공간이지만 분리된 공간으로 느껴지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각자의 프라이버시 확보를 위해 2층에도 간단히 차나 라면을 끓일 수 있는 주방을 설치했다. 이어 2층 뒤쪽에는 주인 부부의 공간을 확보해 어머니와의 생활 패턴이 겹치지 않도록 배려했다.  
글 = 홍예지 기자 
사진 = 윤준환

▲ 거실&식당.
▲ 현관 진입부.

건축가 소개 | 조남호 소장 (주)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솔토지빈(率土之濱)은 시경(詩經) 북산지계편의 시귀절로써 ‘온누리’라는 뜻이다. 거친 자연을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건축을 통한 상보가 필요한 반면, 건축이 자연의 일부가 되기 위한 노력 또한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양한 요구로부터 자연을 닮은 인간중심의 환경을 창출해 가는 것이 솔토지빈이 추구하는 프로페셔널리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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