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6.4% 인상 “목재산업이 떨고 있다”
최저임금 16.4% 인상 “목재산업이 떨고 있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7.08.1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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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소 외국인 근로자들 대부분이 대상자…내국인 숙련공도 동반 인상 불가피

‘있는 집만 배불리는’ 산림청 시설 현대화사업…작은 업체도 참여할 수 있어야

[나무신문] 인천에서 목재가공 및 방부목 생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최근 외국인 근로자를 신청하려고 했다가 포기했다.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16.4% 올라가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목재생산업체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금인데, 이들 대부분이 최저임금에 맞춰 고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임금이 16% 넘게 갑자기 올라가면 ‘저렴한 노동력’이라는 메리트가 없어진다는 것.

그렇다면 과연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포기한 A씨는 최저임금 급격 인상이라는 파고에서 영향이 없을까. 얼핏 최저임금과 상관없는 내국인 숙련공을 고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향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사정을 들여다보면 A씨 또한 파고를 넘기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인천 등 상당수 목재제품 생산업체들은 생산직 근로자 중 30~40%를 외국인 근로자로 충당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들 대부분이 내년부터 16% 이상 임금이 올라가게 되는데, 생산현장의 특성상 이들의 월급봉투가 두꺼워지면 내국인 근로자들의 급여 또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내국인 근로자들의 급여 인상폭은 외국인 급여 인상 절반수준인 8%에서 많게는 10% 이상으로까지 내다보고 있다.

이렇게 내국인 근로자들의 급여가 올라가게 되면, 외국인을 고용하지 않은 A씨의 공장 역시 그에 상응하는 급여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가파른 급여 인상분을 제품가격에 녹여낼 수 있을까. 백이면 백 불가능하다는 게 목재산업계의 진단이다.

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제품가격에서 원목 등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70~8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일명 ‘다루끼’로 불리는 소할재 생산업체는 80% 이상으로까지 계산된다.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인건비. 15~20%로 잡히고 있다. 

다시 말해 5% 남짓에서 세금이나 임대료, 금융비용 등을 제외하면 1~3%의 마진도 빠듯한 형편이다. 설비의 감각상각 반영 같은 건 딴 나라 얘기일 수밖에 없다. 송곳 하나 찌를 여유가 없는 치열한 가격전쟁 중이라는 얘기다.
다음으로 고려해볼 수 있는 게 산림청에서 지원하고 있는 목재산업 현대화 사업에 참여해 자동화 설비를 통한 인건비 절감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있는 집만 더 배불린다’는 게 현재 산림청 목재산업 현대화 사업을 바라보는 대부분 목재 가공업체 사장들의 시선이다.

우리나라 제재소의 평균적인 모습인 생산직 근로자 열 명을 조금 넘어서는 수준의 공장에서 억대가 넘어가는 설비에 선뜻 투자할 수 있는 여력 자체가 없다는 분석이다. 돈도 없고 땅도 없고, 특히 시간이 없다.

제재소 등 목재제품 생산업체는 보통 생산라인 하나가 하나의 공장이다. 다시 말해 새로운 설비를 설치한다는 것은 곧 공장 전체의 조업 중단을 의미한다. 때문에 밤샘 작업이나 휴일을 이용한 교체가 아니면 안 된다.

이에 따라 산림청 지원 현대화 사업도 이러한 산업계의 특성에 맞춰 작은 단위로 분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돈 있고 땅 있고 여러 개의 생산라인을 갖춘 ‘있는 집’들의 폼 나고 큰 설비가 아니라, 수백 만원에서 수천 만원 정도의 중고설비나 기존 기계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지원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렇게 되면 생산인력을 감축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한 달에 한두 번 야근을 줄이고 특근을 없앨 수 있는 생산성까지는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용을 줄이지 않고도 최저임금 상승분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게 된다는 것.

나무신문 한옥·제재분야 전문기자 인천 신대림제재소 이명옥 사장은 “제재소들에서는 보통 생산인력의 30% 정도를 외국인 근로자들로 충당하고 있다. 이들의 임금이 16.4%오르고 70%에 해당하는 내국인 근로자들의 급여를 그 절반인 8%만 올린다고 해도 12%의 임금인상이 예상된다”면서 “자기 땅도 아닌 경우가 많은 작은 제재소들이 자부담까지 들여가면서 큰 금액 위주로 움직이는 산림청 현대화 사업에 참여해 설비를 새로 갖추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진단했다.

원목 제재에서부터 다양한 형태와 규격의 목재를 생산하고 있는 가림목재 김기용 사장은 “우리처럼 다양한 규격과 형태의 목재제품을 생산하는 공장도 제품가격에서 원자재 원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70~80%에 달하고 있다”며 “1~3%의 극단적인 마진만 가지고 가격이 형성된 시장에서(최저임금 16.4%) 인상된 임금을 반영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경인기계설비 문천석 사장은 “지금 산림청 설비 현대화 사업은 대부분 이미 매출 규모가 수백억 수천억씩 하는 회사들이 외국산 큰 기계를 구입하는 데 지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말 현대화가 필요한 작은 업체들은 한 번에 수천 만원의 자부담을 감당할 돈도 없을뿐더러 며칠씩 조업을 중단할 여유도 없다”면서 “면적을 차지하지 않는 작은 기계나, 중고 기계를 이용한 기존 설비 업그레이드 등 작은 규모로 지원하는 게 현재 우리나라 목재산업에 맞는 현대화 방법이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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