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친구, 이야기꾼 방정환
어린이의 친구, 이야기꾼 방정환
  • 나무신문
  • 승인 2017.05.2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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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서울시
▲ 어린이대공원에 있는 소파 방정환 선생 상. 숲속무대 앞에 있다.

#여행 #장태동 #서울 #방정환 #어린이날

‘삼십년 사십년 뒤진 옛 사람이 삼십년 사십년 앞 사람을 잡아끌지 말자. 낡은 사람은 새 사람을 위하고 떠받쳐서만 그들의 뒤를 따라서만 밝은 데로 나아갈 수 있고 새로워질 수 있다.’ 

1930년 방정환이 남긴 글이다. 어린이의 영원한 친구, 방정환은 일제강점기 민족의 앞날이 어린이들에게 있다며 어린이를 위해 생을 바친다. 서울시 종로구 경운동 88번지에서 방정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 천도교 중앙대교당과 180년 된 은행나무.

천도교, 손병희 그리고 방정환
어린이라는 말을 만든 사람, 어린이날을 만든 사람, 어린이를 위해 거리에서 강연장에서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던 사람, 어린이에게 읽어 줄 동화를 짓는 사람, 방정환. 

방정환은 이야기꾼이었다. 그가 이야기 하는 곳에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야기를 글로 옮기면 동화가 됐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이지만 어른들을 위한 글이기도 했다.

함박웃음을 짓게 만드는 이야기 속에 마음에 새길만한 골자가 들어있다. 옆집이야기 앞 동네 이야기, 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야기에 녹여내므로 글을 읽는 사람들은 자기 이야기인 줄 알고 쉽게 공감했다. 

글을 통해 그는 어린이를 위한 삶을 산다. ‘어린이는 인간으로 존중받아야 할 인격이고 민족의 앞날을 이끌어갈 사람’이라는 그의 생각의 뿌리는 천도교의 인내천(人乃天) 사상에 닿는다.

▲ 천도교 중앙대교당.

보국안민과 광제창생의 뜻으로 일어선 동학이 1905년 천도교로 이름을 바꾼다. 당시 천도교 교조는 손병희였다. 그리고 손병희의 사위가 방정환이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며 평등하다는 천도교의 사상을 방정환은 어린이운동에 펼친다. 1921년 5월1일 천도교소년회를 만들고 전국 순회강연을 한다. 

1922년 5월1일, 천도교소년회 창립 1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어린이날’을 선포한다. 1920년 <개벽>지를 발행한 ‘개벽사’에서 1923년 <어린이>를 월간으로 발행하기 시작했다. 

방정환은 <개벽> <어린이> <별건곤> <청춘> <조선농민> <신여성> <학생> 등에 여러 필명으로 글을 발표한다. 그가 발표한 글은 수 백 편에 달했다. 요즘도 그의 글을 모아 책을 만들고 있다. 1922년에 낸 번안동화집 <사랑의 선물>은 당시 베스트셀러였으며 지금도 출판된다.   
  

▲ 수운회관 입구에 있는 세계어린이운동발상지 비석.

수운회관에서 당주동 방정환 출생지까지  
지하철 3호선 안국역 5번 출구에서 약 140m 거리에 있는 수운회관 정문 옆에 비석이 하나 있다. 세계어린이운동발상지 비석이다. 

수운회관 정문 기둥에는 개벽사가 있었던 곳을 알리는 안내판이 붙었다. 수운회관 옆에 천도교소년회 사무소 터를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수운회관 옆에는 천도교 중앙대교당이 있다. 1921년에 완공된 건물이다. 1918년에 공사를 시작했는데 건축비를 독립운동자금으로 사용하는 바람에 공사가 늦어졌다. 

수운회관을 나와 안국역 사거리에서 직진하면 길 왼쪽에 헌법재판소가 있다. 헌법재판소 안에 600년 된 백송(천연기념물 제8호)이 있다. 정문 안내소에서 출입증을 받고 들어가 볼 수 있다. 

헌법재판소를 나와 가던 방향으로 직진하면 가회동사무소가 나온다. 가회동사무소 옆에 방정환의 장인인 손병희가 살던 집 터 표지석이 있다. 표지석을 보고 골목으로 직진하면 가회동 백인제 가옥이 나온다. 옛 한옥 건물의 운치가 살아 있다. 

▲ 가회동 백인제 가옥.

골목에서 나와 도로를 만나면 우회전, 재동초등학교 앞 사거리에서 우회전해서 직진하면 정독도서관이 나온다. 정독도서관 뜰 한 쪽에 우리나라 최초의 관립중등학교로 세워진 경기고등학교 건물이 남아 있다. 등록문화재 제2호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현재는 서울교육박물관이다. 

▲ 정독도서관에 있는 서울교육박물관. 옛 경기고교 건물로 등록문화재 제2호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이다.

정독도서관을 지나 경복궁 돌담길을 만나면 돌담길을 따라간다. 세종문화회관 뒤 로얄빌딩에 도착한다. 방정환은 당주동에서 태어났다. 로얄빌딩 주변에 그가 태어난 집이 있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 재동초등학교에서 정독도서관 가는 길.

망우리공원에 잠들다
1931년 세상을 뜬 방정환은 망우리공원에 묻힌다. 망우리공원 순환도로(사색의 길)를 걷다보면 방정환 묘 입구를 알리는 표지석을 만난다. 길에서 숲으로 조금 들어가면 방정환의 묘가 있다. 묘비에 ‘童心如仙(동심여선)’이라는 글귀를 새겼다. 어린이 마음은 천사와 같다는 뜻이다. 

▲ 망우리공원 방정환 선생 묘. 묘비에 ‘동심여선’이라고 새겼다. 어린이 마음은 천사와 같다는 뜻이다.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는 ‘소파 방정환 선생 상’이 있다. 어린이의 어깨를 감싸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동상은 1971년 남산에 세웠다. 남산에 있던 어린이회관이 1974년에 다른 곳으로 옮겨가자 방정환 동상도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일었다. 그리고 1987년에 지금의 자리로 동상을 옮기게 된다. 어린이가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으로 동상을 옮기고자 했으며 그 자리가 어린이대공원이었던 것이다. 

‘소파 방정환 선생 상’ 주변에는 여러 글귀를 새긴 비석이 있는데 그중 방정환 선생이 쓴 ‘어른들에게 드리는 글’을 옮겨본다. 

▲ 방정환 선생 묘를 보고 망우리공원 관리소가 있는 정문으로 가는 길.

[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치어다보아 주시오. 어린이를 가까이 하시어 자주 이야기 하여 주시오.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보드럽게 하여 주시오. 이발이나 목욕 의복 같은 것을 때맞춰 하도록 하여 주시오. 잠자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충분히 하게 하여주시오. 산보와 원족 같은 것을 가끔 시켜주시오. 어린이를 책망하실 때에는 쉽게 성만내지 마시고 자세히 타일러 주시오. 어린이들이 서로 모여 즐겁게 놀만한 놀이터와 기관 같은 것을 지어 주시오. 대 우주의 뇌신경의 말초는 늙은이에게도 있지 아니하고 젊은이에게도 있지 아니하고 오직 어린이들에게만 있는 것을 늘 생각하여 주시오 ]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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