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 저집의 기억은 소중하다
이집 저집의 기억은 소중하다
  • 홍예지 기자
  • 승인 2017.04.0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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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건축가 김동희의 구상과 비구상

[나무신문 | 김동희 건축가] 잊혀 질까 봐 더 걱정이다. 
걱정이 팔자다 싶어도 그게 사람 마음이다.

내가 살았던 고향은 키가 훌쩍 크고 나서는 다시 찾은 적이 없다.
반 한옥 집 대문을 박차고 나오면 낮은 방향으로 신작로가 보였다. 훤하게 밝은 빛이 기억난다. 우리 집이 골목 안쪽에 자리 잡고 있어서 그런지 골목은 길게만 느껴졌고, 신작로는 또 다른 세계로의 시작 같았다. 그 시절에도 그곳보다 좋은 집은 없었다. 
그 신작로를 벗어나면 더는 살지 못할 줄 알았는데도 우리 집은 이사하고야 말았다. 

그전에 살았던 집보다는 큼직한 집에서 당분간 살았지만 별 볼 일 없이 집을 잃다시피 하며 마음만 두고 나와야 했다. 그것이 인생이구나 싶으면서도, 이집 저집을 전전하면서 전세살이를 했던 기억이 잘 지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언젠가는 지워질 것이다. 

그 추억이 기억에서 사라지면 섭섭함이 자리할 것 같다.

잊히지 않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기억해야겠다.  

프로필 | 김동희 건축가   
KDDH건축의 김동희 대표는 <이보재>, <익산T하우스>, <완주행와재주택>, <바바렐라하우스> 등 목조주택을 다수 디자인했으며 <노일강 펜션>, <홍천다나 치과>, <무주펜션 다다>, <주향재> 등의 다양한 작품이 있다. ‘부기우기 행성 탐험’, ‘붉은 미친’, ‘욕망채집장치’ 등의 드로잉 및 설치 작품 전시를 통해 창조적인 공간 창출을 또 다른 은유로 표현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목조건축협회 5-STAR 품질인증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www.kdd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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