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책, 그리고 온천 _ 산정호수 둘레길과 신북온천
겨울 산책, 그리고 온천 _ 산정호수 둘레길과 신북온천
  • 나무신문
  • 승인 2017.02.2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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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경기도 포천
▲ 꽁꽁 언 산정호수 빙판 위에서 트렉터가 끄는 오리 썰매를 탄다.

#여행 #장태동 #산정호수 #둘레길 #신북온천 #포천

입춘도 지났으니 이제 남은 건 꽃샘 밖에 없겠다. 한 차례 불어 갈 꽃샘바람을 기다리며 늦은 한파에 산책하러 ‘산정호수 둘레길’을 다녀왔다. 

서울 최저 기온이 영하 11도인 날 산정호수가 있는 포천은 영하 13도 였다. 해발 200m가 넘는 산정호수의 꽁꽁 언 빙판을 건너 불어오는 칼바람에 카메라를 잡은 손가락 끝에 얼음이 박히는 것 같았다.  

영상으로 회복되지 않는 한낮의 기온과 체감온도를 떨어뜨리는 바람이 있었지만 겨울산책은 여유로웠다. 

▲ 호수 빙판 위로 가지를 뻗은 나무

산정호수와 궁예
포천은 서울 북쪽에 있는 가까운 곳인 줄 알았다. 하지만 서울시청에서 포천시청까지 직선거리로 40㎞가 넘는다. 게다가 포천 북쪽에 있는 산정호수까지는 70㎞ 가까이 된다. 

대중교통으로 가다보니 서울에서 산정호수까지 4시간이 걸렸다. 조금만 더 보태면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부산 고속버스터미널까지 가는 시간이다.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 5번 출구로 나와서 산정호수로 가는 138-6번 시내버스를 탈 수 있는 ‘의정부역·흥선지하도입구 버스정류장’을 찾아갔다. 버스가 하루에 20회 운행을 하니 시간이 잘 맞지 않으면 40~50분은 기다려야 한다. 30여 분을 기다리니 버스가 왔다. 

‘산정호수 둘레길’ 출발지점이 하동주차장인데 ‘하동주차장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면 바로 코앞이다.

‘하동주차장 버스정류장’까지 1시간40분 조금 넘게 걸렸다. 하동주차장 입구 오른쪽에 있는 포천관광안내소에서 포천의 역사와 여행지 등을 알아보고 ‘산정호수 둘레길’에 대해 물어 본 뒤 출발했다. 

▲ 하동주차장에서 산정호수를 오가는 길

하동주차장 한쪽에 있는 식당 상가 거리를 지나면 ‘산정호수 가는 길 입구 산책로’ 입간판이 나온다. 그곳부터 산정호수로 올라가는 약 300m 정도 되는 오르막길을 오른다. 가파르지 않고 포장된 길이라서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오르막길이 끝나는 곳에 궁예기마상이 있다. 철원과 포천 일대는 후고구려를 세운 궁예의 무대이기도 하다. 

▲ 망봉산 자락과 명성산 줄기 망무봉 자락이 겹쳐 보인다.

궁예기마상 오른쪽에 망봉산이 있고, 물을 막은 제방 건너에 망무봉이 있다. 산정호수 좌우에 있는 두 봉우리에 궁예는 망을 볼 수 있는 대를 쌓고 적의 동태를 살폈다. 그래서 두 봉우리의 이름이 망봉이었다. 훗날 망봉산과 망무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궁예기마상 앞에서 길은 양쪽으로 갈라지는데 어느 쪽으로 가든 다시 궁예기마상으로 돌아와서 하동주차장으로 내려가면 된다. 

궁예기마상 왼쪽 길로 걷는다. 1925년 망봉산과 망무봉 사이를 막아 만든 저수지가 산정호수인데 그 제방 위를 걷는 것이다. 제방길을 걷다가 오른쪽을 보니 보이지 않던 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명성산이다. 

명성산의 옛 이름은 울음산이었다. 왕건의 군사들에게 쫓겨 산으로 달아난 궁예의 한 맺힌 울음소리가 산에 울려퍼졌다고 해서 울음산이라고 했다고 전한다. 이후 명성산이 됐다. 

▲ 산정호수와 망무봉. 사진 왼쪽 아래 김일성 별장이 있었다. 지금은 터만 남았다.

꽁꽁 언 산정호수에서 노는 아이들
제방길이 끝나는 곳에 김일성 별장 터가 있다. 38선이 남북을 갈랐던 시절 포천의 북쪽은 북한이었고 포천 남쪽은 남한이었다. 포천 북부에 있는 산정호수는 당시 북한 땅이었다. 김일성이 산정호수에 별장을 짓고 머무르며 작전을 구상했다고 전한다. 김일성 별장 터에서 보면 망봉산과 명성산, 망무봉이 산정호수를 품고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김일성 별장 터를 지나면 바로 낙천지 폭포 위에 놓인 작은 다리가 나온다. 다리에 서면 출발했던 하동주차장이 보인다. 

다리를 지나면 바로 수변데크길로 접어들게 된다. 호수 위에 데크길을 만든 것이다. 호수가 얼면서 부푼 정도의 차이 때문인지 데크길 일부가 기울었다. 데크길은 숲길로 이어진다.

▲ 수변데크길.

숲길을 지나면 식당과 찻집이 나온다. 잠깐 쉬었다 가려고 허브와 야생화마을을 들렀지만 차는 마시지 않고 실내에 핀 꽃만 구경하고 나왔다.(꽃구경은 무료다.)

허브와 야생화마을은 ‘산정호수 둘레길’의 중간지점 정도 된다. 길은 호숫가로 계속 이어진다. 얼어붙은 수면 위에 하얀 눈이 쌓였다. 그 위로 굽고 휘어진 나뭇가지가 드리웠다. 추상의 이미지가 눈밭을 배경으로 도드라진다. 

▲ 호숫가 카페 '거기'

바람이 불지 않으면 춥지 않았지만 바람이 지나는 길목은 여전히 추웠다. 얼어붙은 호수 빙판 위로 트랙터가 지나가고 그 뒤를 오리 모양의 커다란 장난감들이 한 줄로 지나간다. 자세히 보니 오리썰매다. 사람들이 타고 있는 노란색 오리모양의 탈 것을 줄줄이 엮어 트랙터가 끄는 것이다. 한쪽에서 얼음을 지치는 아이들과 부모들의 웃음소리가 얼음 밖 산책길까지 들린다. 

어린 시절 겨울은 추울수록, 눈이 많이 올수록 더 재미있었다. 그리고 그 시절 겨울은 실제로 더 추웠고 눈도 엄청 내렸었다. 

▲ 허브와 야생화마을에 핀 꽃

아랫동네 윗동네 아이들이 편을 나누어 눈싸움을 했었다. 중간지점에 넘을 수 없는 선 하나 그어 놓고 각자의 진영에 눈으로 성을 쌓고 눈을 뭉쳐 보관도 하고 몸도 피하기도 했다. 그런 눈싸움은 대부분 동네 골목길에서 벌어졌는데 오가는 어른들 누구도 나무라지 않았다.

눈싸움이 치열해지면 간혹 눈을 뭉칠 때 돌을 넣는 경우도 있었다. 아니면 눈에 물을 적셔 눈덩이를 딱딱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런 눈덩이를 잘못 맞으면 멍이 들고 상처도 났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꽁꽁 언 개울은 겨울 내내 하루도 빼지 않고 아이들이 모이던 곳이었다. 개울에서 지치던 썰매는 썰매 날에 따라 타는 방법이 달랐고 장단점이 있었다. 

역삼각형으로 만든 외날 썰매는 고학년 형들이 일어서서 타곤 했다. 썰매를 지치는 송곳이 길어서 일어서서 타기에 딱 좋았다. 

썰매 날은 대부분 굵은 철사였다. 하지만 삼촌이나 큰형이 있는 집 아이들은 삼촌이나 큰형이 타다가 고장난 스케이트 날을 떼어 썰매에 달기도 했다. 그런 썰매는 경주에서 도저히 이길 방법이 없었다. 

굵은 철사로 날을 만든 썰매는 회전기능이 좋아 자유자재로 방향을 바꿀 수 있었고 360도 회전도 가능했다. 그래서 썰매아이스하키를 할 경우에는 스케이트날을 단 썰매보다 굵은 철사를 단 썰매가 훨씬 좋았다. 

▲ 조각공원에 있는 조형물

빙판 위에서 노는 아이들 덕에 옛 생각이 떠올라 산책이 따듯해 졌다. 조각공원을 지나고 산기슭 도로를 걸어서 다시 궁예기마상 앞에 도착했다.  

▲ 신북온천 스프링폴 실내 물놀이장

온천여행
‘산정호수 둘레길’은 다 해야 3.91㎞다. 줄곧 걷는다면 1시간이면 충분하지만 중간에 있는 찻집에서 차도 한 잔 하고 풍경을 즐기고 함께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며 걷는 여유를 즐기는 게 낫겠다. 

출발지점이자 도착지점인 하동주차장 맞은편 길 건너에 ‘한화리조트 산정호수 안시’가 있다. 그곳에 온천탕이 있다. 겨울산책을 끝내고 따듯한 온천욕을 즐기며 하루 여행을 마무리 하는 것도 좋겠다. 

하동주차장에서 약 35㎞ 정도 떨어진 곳에 신북온천도 있다. 신북온천은 온천의 낭만인 노천탕도 있다.

▲ 신북온천 스프링폴 야외가족풀

이와 함께 남녀 구분 없이 일정한 복장을 갖추고 들어가 놀 수 있는 스프링폴도 있다. 스프링폴은 실내시설과 실외시설이 있다. 

실내시설도 좋지만 실외에 있는 야외가족풀에서 함께한 사람들과 따듯한 물에 몸을 담그고 차가운 바람을 쏘이며 온천을 즐기는 맛도 좋겠다. 

▲ 나무가 휘어지고 굽은 가지를 호수로 내밀고 있다.

[산정호수 둘레길 산책코스(3.91km)] 
산정호수 하동주차장(한화리조트 산정호수 안시 맞은편) 포천관광안내소 - 덕흥마트 앞 ‘산정호수 가는 길 입구 산책로’ 입간판 - 궁예 기마상 앞 갈림길에서 좌회전 - 김일성 별장 터 - 낙천지 폭포 위 작은 다리 - 수변데크길 - 숲길 - 허브와 야생화마을 - 평화의 쉼터 - 조각공원 - 카페 ‘거기’- 궁예 기마상 - 산정호수 하동주차장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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