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경상남도 통영
여행-경상남도 통영
  • 장태동
  • 승인 2007.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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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에 가면 ‘저 사람’의 바다를 볼 수 있다

통영은 걸어 다녀야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는 도시다.

강구안을 벗어나 서호시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곳이 ‘서호만’이다. 여객선터미널을 지나면 바다 옆 도로를 따라 걸을 수 있다. 수협공판장을 지나 바닷가 길을 따라가면 통영과 미륵도를 잇는 해저터널이 나온다. 이 부근 바다가 ‘손돌목’이다. 이곳은 충무공 이순신의 연전연승의 기세에 눌린 일본군의 도주로였다. 원래 이곳은 바닷길이 없었는데, 일본군이 도주를 위해 지협을 파고 뱃길을 만들었다. 

해저터널과 멀지 않은 곳, 손돌목 바다가 보이는 육지 쪽 언덕에는 ‘착량묘’가 있다. 착량묘는 충무공 이순신을 기리는 사당이다. 통영에는 충무공을 기리는 사당이 두 곳 있는데 그중 한 곳이 이곳에 있는 착량묘이고 다른 한 곳은 중앙동에 있는 충렬사다. 충렬사는 왕명으로 세워졌고 착량묘는 일반 백성들이 손수 만들었다. 착량묘 앞 계단에 앉으면 손돌목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바다와 언덕 위 집들이 어우러진 강구안이 동화마을이라면, 충무교 아래로 흐르는 손돌목 바다는 바닷사람들의 생활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다. 육지와 섬 사이 바다가 좁아 유속이 빠르고 물결이 세다. 초록 바다가 흰 거품 내뱉는다. 점액질의 바다가 통째로 일렁이며 작은 배를 흔들어 놓는다. 사람들은 매일 그 바닷물결을 가르며 일터로 나가고 돌아온다.

육지와 가까운 곳에서는 바다에 들어가 김을 따고 굴을 딴다. 바다와 사람들 그리고 도로가 어우러진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은 충무교 위다. 다리 위에서 보는 아래 풍경은 녹록하지 않은 삶과 거친 바다가 어우러져 있다면, 길에서 올려다본 충무교는 바다와 하늘과 구름이 어우러진 동화 속 한 장면이다.

착량묘가 있는 당동은 돌담길 골목이 있다. 어린 시절 해지는 것도 모르고 뛰어놀던 골목길의 정서가 남아 있다. 돌담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뜰 안 나무 진녹색 잎이 무성하다. 돌담 끝 흰색 칠을 한 대문 기둥 옆에 빨간 편지함이 보인다. 그 속에는 생활의 편린이 담긴 편지 보다는 차라리 먼 이국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사랑의 시 한 편이 바다를 건너 도착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당신의 입은 내게/선인들의 샘물을 길러다 주고/지난 날의 숲 속에 약속을 지었지/…/난 그 무성한 옛 이파리들 속으로 다가가서/당신의 입 속에 머금은 나의피를 키스했어/나의 사랑하는 사람, 나의 아라우꼬의 여인아/…/바다냄새 나는 당신의 두 가슴 사이/까우께네스의 황혼과/칠레의 월계향이 느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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