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예술가의 세 가지 태도
문화칼럼-예술가의 세 가지 태도
  • 김도언
  • 승인 2007.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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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구조주의 문학이론가이자 탁월한 문학비평가인 롤랑 바르트는 자신의 저서 <텍스트의 즐거움>에서, 예술이 역사적인 맥락이나 사회적인 맥락에서 ‘타협’의 위기에 직면했을 때 그것을 타파하기 위해 예술가 자신이 쉽게 취할 수 있는 스탠스로 세 가지를 들은 바 있다.

그것에 동의를 하건 안 하건, 그가 들고 있는 세 가지 실례는 우리 쪽 형편에서 생각할 때에도 크게 이질적인 것처럼 보이지 않아 퍽이나 흥미롭다.

첫 번째 스탠스는 예술가가 다른 기표로 관심을 옮기는 것, 다시 말해 타 장르로의 관심 이동이다.

예를 들면 문학을 하던 사람이 미술이나 영화 작업 같은 것으로 자신의 활동 영역을 옮기는 것을 이른다. 그럼으로써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는, 자신의 예술적 자율성을 억압하는 외부의 정치적 관심을 스스로 해제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스탠스는 지식서사적인 글쓰기(?crivance)에 복종하여 정보 전달 중심의 글쓰기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지식서사는 작가의 정통적인 글쓰기의 개념과는 거리가 있는, 이를테면 비평이나 리뷰 같은 정보 전달 중심의 지향과 의미가 있는 글을 가리키는 것이다. 지식서사를 통해 작가는 훨씬 더 분명하고 명료한 태도를 취할 수 있고, 이로써 타협의 가능태로부터 탈출을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롤랑 바르트가 세 번째로 들고 있는 스탠스는 아예 글을 쓰지 않는 절필의 삶에 접어드는 것이다.

이것은 말할 것도 없이 예술가의 절망을 가리키는 지독하게 은유적이고 초월적인 행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우리보다는 훨씬 성숙하고 조화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 서구사회의 예술적 지적 전통에서 예술가들이 자신들의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취할 수 있는 태도가 현재 우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자니, 진실한 예술 정신이란 동서를 막론하고 통용되는 것임을 알겠다.

롤랑 바르트 자신이 현실을 강제하는 정치와 일정한 거리를 두기 위해 삼엄하게 자신을 경계했다는 일화는 유명한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