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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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신문
  • 승인 2016.04.1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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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제주도 한라산둘레길 1코스
▲ 길에 떨어진 동백꽃.

#제주도 #여행 #장태동 #한라산_둘레길 #둘레길 

[나무신문] 한라산 둘레길 1코스는 동백길이다. 전체 13.5㎞ 구간 중 출발지점인 ‘법정사입구 버스정류장’부터 무오법정사항일운동발상지까지 2.2㎞ 구간은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걷고, 나머지 구간은 동백꽃이 있는 숲길을 걷는다. 

동백길 동백꽃은 우르르 몰려서 피어나지 않는다. 길 곳곳에 있는 동백나무가 꽃을 피우는 대로 그때그때 피고 진다. 

출발지점부터 무오법정사항일운동발상지까지
제주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1100도로를 이용하여 중문로터리를 오가는 740번 버스를 타고 ‘법정사입구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내리는 곳에서 바로 동백길이 시작된다.(한라산둘레길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면 된다.)

그런데 740번 버스가 자주 없으니 시간 안배를 잘해야 한다.(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오전6시30분. 오전8시. 오전9시. 오전10시. 오전11시. 오후12시20분. 오후1시40분. 오후3시. 오후4시에 출발한다. 11월1일부터 3월31일까지는 오전6시30분. 오후4시 버스는 없다. 2016년 3월10일 기준)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법정사입구 버스정류장’까지 1시간20분 정도 걸린다. 

▲ 한라산둘레길 1코스(동백길). 숲으로 들어가는 길 입구.

한라산둘레길은 출입시간도 제한한다. 오후 2시 이전에 한라산둘레길에 진입해야 한다. 따라서 버스 출발시간과 버스 타고 이동하는 시간, ‘법정사입구 버스정류장’에서 본격적으로 한라산둘레길 숲길로 들어가는 무오법정사항일운동발상지까지 가는 2.2㎞  구간을 걷는 시간 등을 감안해야 한다.(비가 오거나 비가온 뒤 2일은 출입을 통제하는 것도 참고)

▲ 한라산둘레길 1코스(동백길) 시작지점.

무오법정사항일운동유적지 앞에 도착하면 옛날에 법정사가 있던 절터를 먼저 다녀와야 한다.(옛 법정사 터는 동백길 코스에 포함되지 않는다.) 

법정사가 있던 자리는 무오법정사항일운동발상지 안내판과 안내소 건물 사이로 난 길을 따라서 약 5~10분 정도 가면 나온다.(이정표가 없다. 안내소 사람에게 길을 묻는 게 좋다.) 

법정사 터를 보고 다시 돌아와서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한다. 무오법정사항일운동발상지 상징탑을 지나서 의열사 쪽으로 걷는다. 의열사 바로 전에 ‘한라산둘레길(동백길)’ 입구가 있다. 

▲ 한라산둘레길 1코스(동백길) 이정표.
▲ 무오법정사항일운동발상지로 가는 길.

무오법정사항일운동
무오법정사항일운동은 일제강점기에 일어난 무장항일운동이다. 1918년에 일어났으니 1919년 3월1일 전국적으로 일어난 3.1만세운동 보다 앞서서 일어났다. 

무오법정사항일운동이 일어난 때는 1918년 10월7일이다. 김연일 방동화 등 승려를 중심으로 법정사 신도와 선도교도, 민간인 등 400여 명이 무장 봉기 한다.  

▲ 무오법정사항일운동발상지 상징탑.

거사 준비는 그해 5월부터 법정사 주지 김연일 스님 등 30여 명이 했다. 거사의 1차 목표는 서귀포순사주재소를 습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계획이 여의치 않게 되자 중문주재소를 습격, 불을 질렀다. 

이 소식을 듣고 서귀포순사주재소에서 출동한 일본 순사들은 총을 발사하며 거사를 탄압했다. 이에 거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흩어지게 된다. 

거사에 가담한 400여 명 중 주요가담자 66명을 가린 일제는 그중 48명을 소요법 위반으로 기소한다. 31명이 실형을 선고 받았고 재판 전에 옥사한 사람이 2명, 수감 중 옥사한 사람이 3명이었다. 

▲ 무오법정사항일운동발상지.

항일운동의 근거지였던 법정사 법당은 항일지사들이 체포되면서 일제에 의해 불에 타서 없어졌고 지금은 건물의 흔적만 남았다. 

서귀포시는 1996년부터 항일운동발상지 성역화사업을 추진했고 2004년에 400인의 합동신위와 66인의 영정을 모신 의열사를 준공했다.  
 

▲ 동백꽃.

하늘을 가린 숲길을 걷다
의열사를 보고 다시 돌아와 ‘한라산둘레길(동백길)’ 입구로 들어간다. 동백길이지만 동백꽃이 잘 보이지 않는다. 

길옆에 반짝이는 동백나무 잎은 무성한데 꽃은 보기 힘들다. 이 길에서 동백꽃은 우르르 몰려서 피어나지 않는다고 알려준 안내소 직원의 말이 그때서야 생각났다. 

보물찾기 하듯 동백꽃을 찾으며 걷다보니 걸음이 자연스레 느려진다. 그러던 중 반짝이는 동백잎 사이에서 붉은 꽃송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동백꽃이다. 햇볕 아래 붉은 꽃송이도 반짝인다. 그늘에 숨은 꽃송이 두 개도 함께 그곳에 있었다. 처음 만난 동백꽃 아래 앉아 꽃과 함께 놀았다. 

▲ 이끼로 뒤덮힌 계곡.

숲이 하늘을 가렸다. 계곡을 건넌다. 비가 올 때 출입을 금지한다는 이야기가 이해가 된다. 비가 오지 않았지만 계곡에 물이 제법 흐른다.   

동백길에는 계곡 물줄기가 여러 개 있다. 도순천, 강정천, 궁산천, 동흥천, 영천 등 모두 한라산에서 흘러내려 바다가 되는 물줄기다.   

숲이 하늘을 가려 그늘이 드리우고 계곡이 있어 습기가 유지되기 때문에 계곡에는 이끼가 많다. 
동백꽃은 길 곳곳에 떨어져 있었다. 송이 째 떨어진 모습을 보면 땅에 떨어져서 다시 피어난 꽃같다. 
 
사람의 흔적
동백길에는 자연만 있는 게 아니다. 사람이 살았던 흔적도 여기저기 남아 있다. 숯을 굽던 가마터도 있고 제주4.3 당시 토벌대가 주둔했던 곳으로 추정하는 흔적도 남아있다. 

▲ 제주 4.3유적지.

일제강점기에 숯을 굽던 사람들도 제주4.3 당시에 이곳으로 도망쳐 왔거나 그들을 토벌하러 온 사람들이 살던 곳에도 꽃은 피어났겠지?

▲ 숯가마터.
▲ 삼나무숲.

삼나무군락지를 지나면 편백나무군락지가 나온다. 키 큰 나무들이 만든 숲에서 쉬었다 간다. 
도착지점을 알리는 ‘동백길 끝’이라고 적힌 안내판을 만난다. 안내판 주변에 이정표가 있는데 ‘돈내코탐방안내소’ 방향으로 내려가야 한다. 

▲ 한라산둘레길 1코스(동백길)가 끝나는 곳 주변에 있는 이정표. 돈내코탐방안내소로 내려가야 한다.
▲ 한라산둘레길 1코스(동백길)가 끝나는 지점.

그 길을 따르다 보면 숲을 벗어나 시야가 트이는 곳이 나온다. 10㎞ 가 넘는 숲길에서 하늘 한 번 제대로 보지 못했던 답답함이 한 순간에 사라진다. 서귀포 일대와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 돈내코탐방안내소로 내려가는 길에서 본 풍경. 서귀포 일대가 다 보인다.

돈내코탐방안내소에서 약 700~800m 거리에 ‘충혼묘지광장 버스정류장’이 있다. 버스가 드물다. 버스 시간이 안 맞으면 콜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