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언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여성 언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 홍예지 기자
  • 승인 2016.03.2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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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기자수첩
▲ 홍예지 기자

[나무신문]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어느 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개그맨 김숙 씨의 거침없는 언행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가부장적 사고방식’이라는 공식이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우리 사회 내에서 김숙은 가상 남편인 개그맨 윤정수에게 “남자는 조신하게 집에서 살림이나 해”, “남자 목소리가 담장을 넘으면 패가망신한다” 등 주옥같은(?) 명대사를 쏟아내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 다만 이러한 말들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는 사실은 아직도 우리나라 여성들이 홀로서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반증이다. 

지난 15일 산림조합중앙회 8층 회의실에서 ‘2016 여성 언론인 간담회’가 개최됐다. 그 날 간담회에는 54년 만에 첫 중앙회 여성이사로 선임된 김동신 씨를 비롯해 여러 여성 임원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현재 산림조합에서는 전국 약 100여 개 조합에 102여 명의 이사와 감사로 여성임원이 등재돼 활동 중이다. 

산림조합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씁쓸한 마음이 남는 이유는 사회 한 구석에 여전히 자리한 편견 때문이다. 대체로 기업은 가정을 책임지는 사람이 오래 일한다는 전제하에 남성을 선호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여성의 경력 단절로 이어지게 된다. 출산과 같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도 막다른 길에 내몰리는 여성도 적지 않다. 

지난번 만났던 한 여성 건축가는 “공동 대표인 여성 2명이 가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하면, 대표가 혹시 따로 있느냐”며 묻는다는 얘기를 전하기도 했다. 그만큼 높은 직책일수록 남성인 게 당연하다는 착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편견은 남성에게도 작용한다. 육아 휴가를 신청하는 남성의 모습이 터무니없게 느껴진다면 이미 남녀의 성적 역할에 대한 차별이 익숙하다는 뜻이다. 

이른 시일 내에 ‘여성 언론인 간담회’가 아닌 일반 기자 간담회에서도 남녀 비율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