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나이테로 역사를 알 수 있나요?
나무의 나이테로 역사를 알 수 있나요?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6.02.23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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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목재 100문 100답 56 - 한국임업진흥원 시험평가팀

[나무신문 | 한국임업진흥원 시험평가팀] 등산을 하다보면 잘려진 그루터기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루터기에는 나무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나이테를 볼 수 있다.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나무의 나이테를 통해 과거의 역사를 알 수 있다는 이야기는 누구든 한번쯤은 들어본 이야기일 것이다. 이번 회에서는 나이테에 새겨진 역사와 환경을 밝히는 연륜연대학(Dendrochronology)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 가문비나무의 나이테.
▲ 낙엽송의 나이테.

연륜연대학이란?

연륜연대학은 나무의 나이테를 통해 과거에 있던 기후변화와 자연환경을 밝혀내는 학문이다. 미국의 천문학자 A.E. 더글라스가 수목의 나이테의 너비가 연대에 따라 변화하는 것을 이용해 과거의 기후의 주기성을 연구한 것에서 발전했다1).

연륜연대학의 역사
태양의 흑점을 연구하던 천문학자 A.E. 더글라스가 흑점 주기를 계산하기 위한 방법을 찾지 못 하고 있던 1901년 어느 날 북부 애리조나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여행 중 우연히 제재소에 쌓여있던 나무의 단면에서 관찰되는 나이테가 태양 흑점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 후 나이테의 연구를 시작했으며, 머지않아 태양의 활동이 지구의 영향을 미치고 해마다 나타나는 나이테의 너비가 태양의 온도와 강수량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뿐만 아니라 극한 환경에서 자라는 나무가 기상 조건에 더욱 민감하게 작용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1937년 연륜연대학의 첫 연구실이 애리조나대학에 설립되었으며, 이후 나이테 연구는 가속화 되었다. 

더글라스는 여러 연구자들과 1000년 된 폰데로사소나무를 이용해 ‘나이테 너비 변동 그래프’를 만들었다. 이 그래프는 기상학자들의 관심을 받았으며, 미래의 기후를 예측하기 위해 과거의 기후가 기록되어 있는 나이테의 기록은 꼭 필요한 자료가 되었다. 기상학자들뿐만 아니라 고고학자들도 나이테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여기서 비롯된 학문이 바로 연륜고고학이다.

▲ 연륜연대학의 도구. ※ 사진출처 = 위키백과
▲ 태양의 흑점. ※ 사진출처 = 위키백과

연륜고고학으로 역사를 알다.

발굴지에서 출토되는 목재로 만들어진 유물과 오래된 목조건축물의 경우 연대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목조문화재를 자세히 살펴보면 나이테를 볼 수 있다. 나이테는 좁고 넓은 다양한 너비를 갖게 되며 나이테의 너비는 환경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이를 통해 정확한 연대를 알아낼 수 있다. 

나이테를 통해 역사를 알아내는 방법은 우선 목조문화재에서 나온 나이테의 너비를 측정해 그래프로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그래프를 마스터연대기(표준그래프)와 비교해 그래프 패턴이 일치하는 곳을 찾으면 정확한 연대를 알 수 있다. 

마스터연대기란 그 지역을 대표하는 표준그래프로 현생에 살고 있는 나무의 나이테 그래프를 과거 건물 기둥, 목불상, 목가구 등에서 나온 나이테 그래프와 일치하는 부분을 겹치면서 그래프를 이어나가게 된다. 이 때 겹쳐지는 나이테의 수는 50개 이상이 되어야 하며 통계처리를 통해 마스터연대기가 완성된다. 이렇게 얻어진 마스터연대기에 연대를 알 수 없는 목조문화재에서 만들어진 나이테 그래프를 일치시키면 목조문화재가 만들어진 정확한 연도의 추정이 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브리슬콘소나무를 이용하여 8200년 전까지의 나이테 그래프를 만들었고, 유럽에서는 북부 독일과 아일랜드 및 스위스 등에서 나오는 출토 유물과 유럽참나무를 이용해 약1만년 전까지의 마스터연대기를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소나무를 이용해 약 1100년 이상의 마스터연대기를 만들었으며 현재 연륜고고학은 충북대학교 목재연륜소재은행에서 유일하게 수행하고 있다. 

연륜고고학을 이용해 우리나라 목조건축물의 연대가 밝혀진 것은 경북궁 경회루, 신무문, 근정전과 근정문, 창덕궁 신선원전과 희정당, 의로전, 덕수궁 중화전 등이 있다. 경복궁 경회루 추녀목은 산지가 설악산 한계령임이 밝혀졌고 신무문의 경우 고종 2년인 1865년 중건 후 6년만(1871년)에 개건된 사실이 밝혀졌다2).

▲ 연륜그래프(표준연대기) 작성 모식도(출처 : Schweingruber, 1988, Tree Rings; p.51)

이처럼 연륜고고학은 우리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정확한 잣대가 되고 있다. 목조건축물에 사용된 목재, 발굴지에서 출토된 목재 유물 등에 대한 1년 단위의 정확한 연대 측정이 가능하며 수피가 존재한다면 그 목재의 오차가 없는 벌채 연도와 계절까지 밝힐 수 있다.  

각주     1)두산세계백과사전   2)박원규, 이진호, 서정욱, 김요정. 2000. “고목재 나이테를 이용한 경회루 건축연대측정과 재질분석”. 경회루 실측조사 및 수리보고서. 문화재청. p.326~332

참고문헌    
1. 박상진. 2004. “역사가 새겨진 나무이야기”. 김영사.
2. 박원규, 이진호, 서정욱, 김요정. 2000. “고목재 나이테를 이용한 경회루 건축연대측정과 재질분석”. 경회루 실측조사 및 수리보고서. 문화재청. p.326~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