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신성동맹과 함께 살기’를 읽고
문화칼럼-‘신성동맹과 함께 살기’를 읽고
  • 김도언
  • 승인 2007.08.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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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논객 고종석이 작년 가을에 펴낸 시평집時評集 <신성동맹과 함께 살기>을 뒤늦게 읽었다.

고종석의 글은 진중권이나 김규항보다 신랄하지는 않지만 그 논리적 비판을 수반하는 지성의 예각은 훨씬 정치하고 세련된 것 같다.

정치함과 세련됨을 거드는 것은 고종석만이 가지고 있는 말에 대한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이다.

그는 말의 날이 가진 힘과 파동을 너무나 잘 아는 사람이다. 다시 말하면 그는 말이 운위될 때 드러나는 그림자의 무늬마저 헤아리는 사람 같다. 그것은 아마도 그가 언어학을 공부한 것과 깊은 연관이 있으리라.

‘언론의 자유’에 대해 언급한 다음의 글은 군더더기 없는 명료한 설득력을 발휘한다.

“우리 사회에서 언론의 자유는 우선 시민사회 일반보다 언론기업에 너무 쏠려 있다. 게다가 이 언론사들 다수는 정치적으로 짙게 오염된 언론당들이다. 이 언론당 당원들은, 언론당으로부터 후보 당원증을 발급 받은 일부 지식인들과 더불어, 일반 시민에 견주어 훨씬 더 큰 적극적 언론의 자유를 누린다.

그러데 어느 사회에서든 한 개인이 지닌 발언권의 양은 그가 누리는 권력의 양과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현대 정치의 한 측면은 미디어크라시(미디어 지배)다. 발언권을 과점함으로써 언론당들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되었다.”

여기서 ‘언론당’이라는 말은 정치적으로 오염된 거대 언론기업을 조롱하는 단어겠다.

말의 자유와 권력의 상관관계를 생각해보니 정말 도리질이 쳐질 정도로 끔찍하구나.

대선이 몇 달 안 남은 상황에서, 불순한 언론이 어떤 작장과 모의들을 하고 있을지 새삼 궁금해진다.

 자신이 썼을 고종석의 프로필도 재밌다.

 “별자리는 처녀좌, B형 남자이고, 여성에게 자매애를 느끼는 이성애자이며, 텔레비전 드라마 폐인이다.

약간의 알코올 중독과 심힌 니코틴 중독을 겪고 있다. 자주 어슬렁거리는 곳은 서울 광화문 일대와 혜화동.” 여성에게 자매애를 느끼는 이성애자라니, 알듯말듯 오묘하고 난해하다. 고종석 선생을 만나면 정확한 뜻을 물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