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걸음
제자리걸음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6.01.27 12: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문가 기고 | 유성진 전문위원 (사)한국목재재활용협회
▲ 유성진 전문위원(사)한국목재재활용협회

[나무신문 | (사)한국목재재활용협회 유성진 전문위원] 며칠 전 협회에서 들은 얘기이다.

산림청이 수요처를 찾지 못하는 소나무 재선충과 원목(산업용재), 임지잔재 등에 대해서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제도상의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부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모 단체는 국내 산림에서 생산한 원목과 임지잔재는 신재생에너지 연료로 인증해 주어서는 안 된다며 결사반대 했다고 한다. 

당연히 제지업계가 국내 산림에서 생산된 원목이 바이오매스에너지 연료로 공급될 경우, 원자재 조달 위기를 우려하는 것은 당연한 얘기이다.      

필자는 그 얘기를 듣고 제 논에 물대기(我田引水)라는 고사성어가 떠올랐다.

무한경쟁시대에 제지업계에서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해 제조 공정에서 많은 열(스팀)을 사용하는 특성상 연료로 벙커C유 대신에 폐목재 고형연료(BIO-SRF,SRF)를 사용하는 곳이 2015년 환경공단 통계로 18개 업체까지 증가했다. 그 중에서 발전 사업을 병행하는 전주의 모 업체는 2016년 하반기에 신규 바이오매스발전소(30MW급)를 준공 예정으로, 현재 하루 400톤 규모에서 1000톤의 폐목재 고형연료 사용으로 대폭 증가할 것이라 한다. 

이 업체가 2010년 처음 바이오매스 발전소(9.9MW)를 가동하고 국내 폐목재 우드칩 가격은 30% 상승했고, 관련 산업계인 파티클보드업체는 원자재 물량 이탈로 심각한 고충을 겪으면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D사의 PB공장은 경쟁력 상실로 영구 폐쇄됐다. 또 국내 파티클보드 시장의 점유율은 현재 수입PB가 60% 이상 차지하게 되었다.

최근 펄프칩 원료로 공급하는 활엽수 원목은 납품할 곳을 찾지 못해 경기도 북부지역에서 생산한 원목이 강원도 홍천을 시작으로 도미노처럼 밀려 영월, 충청북도 충주, 경상북도 봉화까지 넘친 재고가 경상남도까지 밀려 내려가 생산자들은 납품 운반비 상승과 납품가격 하락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만약 펄프 원료인 활엽수 원목을 공급과잉이라고, 산림청이 벌기령을 다시 높이고 인위적으로 생산량을 줄인다면, 벌채업자는 지속적으로 업을 영위하는 비용이 높아져 위축되고, 수입제품과 경쟁하는 산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량부족으로 수입원자재(수입칩) 조달을 늘릴 것이다. 국내 산림자원은 수요 감소로 인해 활용이 위축되는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다.

산림청도 산림을 병해충에 걸리기 전에 산업용재·제재용재·바이오매스용 등으로 공급을 높이는 것이 막대하게 소요되는 병해충 방제 예산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제주도의 사례를 보면 수십 년 간 벌채허가는 전무해, 재선충이 퍼져 지난 3년간 1000억원의 방제비용이 소요되었지만 바이오매스연료와 산업용재로 공급된 수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필자는 2008년부터 산림에서 원목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임지잔재(가지목류)의 자원화를 통해, 임업의 활성화와 바이오매스 에너지업계와 목재산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자고 주장해 왔다.

특히, 2010년부터 7차례에 걸쳐 104.5㏊의 산림에서 원목 1만2899㎥를 생산하며 임지잔재 3999㎥를 임지에서 수거 후 파쇄해 PB원재료와 바이오매스발전소 연료로 공급해 임지잔재 자원화에 소요되는 비용이(산림에서 수집, 중하산, 파쇄, 운송비) 초기에는 10만원/톤에 육박 했었지만 평균 7만원/톤까지 낮출 수 있었다. 아울러 1㏊의 면적에서 원목대비 36%의 임지잔재가 발생되는 결과를 확인했다. 만약 원목과 임지잔재를 동시 파쇄해 우드칩으로 생산한다면 우드칩 생산원가는 더욱 낮아질 것이다.

일본목재신문 기사를 보면, 일본이 2012년에 RPS제도에서 FIT제도로 전환한 후, 2014년에 목질바이오매스 발전시설 도입 신청이 39건으로 증가했다. 그 결과 2016년 1월8일자 기사에 따르면, 일본의 목질계바이오매스 발전소에서 2015년에 가동한 발전소의 연간 연료 소비량이 332만톤인데, 이중에서 △미이용목재 196만톤(59%) △제재단재 등의 일반목재 74만톤(22%) △수입(칩, 목재펠릿, PKS) 43만톤(13%) △건축폐목재 7만톤(2%) 순이라고 한다.

즉, 일본의 경우 산림에 버려지던 C재(펄프목)와 D재(임지잔재) 등 임지잔재를 신재생에너지 (바이오매스) 연료로 공급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높이면서, 임업과 목재산업까지 활성화 시키는 선순환 구조로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신재생 에너지보급 정책에서 바이오매스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바이오매스의 공급여건과 방법을 충분하게 고려하지 않고, 연간 10만톤~30만톤까지 사용하는 대용량의 바이오매스발전소 위주로 건설해 기존 안정되어 있는 폐목재 재활용시장의 유통질서를 붕괴시키고 있다. 최근에 충남 당진에 건설 중인 100MW급 초대형 바이오매스발전소는(RPS의무자인 GS-EPS) 설계 당시에는 PKS(팜열매껍질)와 우드펠릿을 연료로 계획했다가, 수입가격이 급등하자 폐목재 고형연료(BIO-SRF)를 사용하겠다고 지자체에 변경신고를 하고 국내에서 폐목재 고형연료 공급업체들을 접촉하는 지경이다.

지난 5년간 국내에서 바이오매스연료 수요는 수백만톤으로 폭증하고 있지만, 폐목재를 제외한 우리나라 산림자원의 바이오매스활용은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산림청이 의지를 가지고 바이오매스에너지정책을 뒤집어야 한다. 산림에서 생산하는 원목과 임지잔재를 활용하는 소규모 바이오매스발전소를 지역마다 가동하게 한다면, 우리나라는 획기적으로 온실가스를 저감할 수 있다. 황소개구리처럼 먹이사슬을 망가뜨리는 대규모 바이오매스발전소의 난립을 막아야 한다.

모처럼 찾아온 산림자원 활용의 최대 호기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기회로 잡아야 한다. 예전처럼 제자리걸음은 이제 그만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