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을 설계하다
개성을 설계하다
  • 홍예지 기자
  • 승인 2016.01.1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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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평리 주택
▲ 외관.

[나무신문] 트렌드가 변하듯 전원주택의 판도도 바뀌고 있다. 다 같은 내·외부에서 벗어나, 건축주와 건축가의 개성이 녹아들어 간 설계를 통해 보다 다양한 형태를 갖춘 주택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경기도 양평군에 위치한 이 주택은 60대 부부가 정년퇴직 후 고향에 지은 것으로 담박하면서도 세련된 절제미가 돋보인다.     <편집자 주> 

▲ Diagram_MassDevelopment

특별한 귀촌주택을 설계하다 

▲ Diagram_Section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가 특별해지길 원하는 반면, 틀 안에 갇힌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다. 정답이 없는 물음에도 우리는 정해진 공식이 존재하는 것처럼 늘 같은 대답만을 외치곤 한다.

아늑한 보금자리 역시 마찬가지다. 살고 싶은 주택을 그려보라는 질문에 많은 이가 뾰족한 지붕에 굴뚝 달린 네모난 집을 그린다. 구체적인 밑바탕이 그려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설계라는 작업은 어렵고 힘들게만 느껴진다.

귀농·귀촌주택에 대한 설계는 더욱 그러하다. 농촌에 짓는 만큼 디자인보다는 실용성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일종의 편견이 자리하고 있는 것. 하지만 최근 이러한 공식이 사라지고 있다. 시끌벅적한 도심에서 떠나 비워내고 절제할 줄 아는 건축주의 마음을 오롯이 반영한 프로젝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스튜디오 오리진(Studio origin)의 이강준·김영아 소장은 교평리 주택으로 성공적인 첫걸음을 내디뎠다. 지난 2014년에 개소한 스튜디오 오리진은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건축주 부부의 만족과 디자인, 실용성을 모두 겸비한 주택을 완성했다. 그들은 교평리 주택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한국에서 스튜디오 오리진을 공동 설립한 후 주택으로는 처음으로 완공까지 진행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외국에서 터득한 노하우를 적절히 녹여내고, 보다 완성도 있는 건축물을 지을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였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귀촌주택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 옆 모습.

디테일에 신경 쓴 내·외부
전원주택을 짓겠다는 일념 하에 오래전 해당 부지를 마련한 건축주 부부는 이강준·김영아 소장을 만나 일사천리로 일을 추진했다. 이강준·김영아 소장도 자신들을 신뢰하는 건축주 부부에게 최상의 만족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먼저 주변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부부가 거주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했다. 

“계단이 많이 배치될 경우에는 전용 면적이 줄어드는 한계와 계단을 오르내리는 데 불편함이 발생할 수 있어 주택을 단층으로 계획하고 진입로에도 최소한의 계단을 설치한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형태를 만드는 데 주력했죠.” 

실제 주택은 건폐율과 용적률이 각 20%로, 전(田)으로 돼 있던 곳을 일정 부분만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허가 변경한 후, 나머지 부분을 너른 마당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주택이 대지에 가득 찰 경우, 주택의 평수는 증가하나 경관이 답답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일반 쌓기와 띄어 쌓기 방식으로 혼용 마감한 벽돌.

건축면적 132.00㎡(39.93평)로 완성된 교평리 주택은 외부를 노출콘크리트와 치장벽돌로 마감해 세련되면서도 모던하게 연출했다. 특히 벽돌은 일반 쌓기와 띄어 쌓기 방식의 혼용을 통해 각기 다른 분위기의 느낌을 표현했다. 마감의 디테일에도 상당 부분 신경 썼는데, 이강준 소장의 평소 건축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부분이다. 

“현재 건축형태에 관한 분석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법이나 방법론 등을 연구할 뿐만 아니라, 남들은 허투루 지나칠 수 있는 부분들까지 고려해 디테일하게 설계하는 것을 고집하고 강조하는 편이죠. 이처럼 세심하게 설계된 건물에 방문해보면 다른 건물들과 외관은 똑같더라도 사람에게 다가오는 공간감은 다를 수 있습니다. 작은 요소들이 모여 큰 힘으로 다가오는 것이죠. 교평리 주택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반영해 빗물을 받아내는 홈통 등을 눈에 보이지 않도록 숨겨 놓았습니다.”

실제 교평리 주택의 외관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빗물받이나 외부 전등 등을 눈으로 발견할 수 없다. 건축물의 라인에 맞춰 설치하거나 콘크리트에 구멍을 뚫은 후, 와이어 매쉬로 마감하고 벽돌 띄어 쌓기 뒤편에 놓는 등의 방법을 통해 깔끔한 모습을 유지했다. 

▲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절제미와 세련미가 돋보이는 내부 
이강준·김영아 소장의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단층으로 인해 일정하게 지붕 라인이 떨어질 경우에는 단조로운 모습을 띨 수 있어 높낮이를 통해 재미를 선사했다. 공간에 따라 높낮이가 형성된 것인데, 가장 높은 곳을 거실 등의 공용공간으로 배치했다. 

내부 역시 크게 욕심내지 않았다. 건축주 부부가 요구한 사항 중 하나인 서재 외에도 대다수 공간을 화이트 톤으로 마감했다. 이 중 건축주의 아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공간은 주방/식당이다. 

▲ 주방 / 식당.

“ㄱ자 형태로 배치한 주방/식당은 넓은 공간으로 가사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창을 통해 자연경관을 만끽할 수 있어 베스트 장소로 꼽히고 있습니다. 또한 약 6명이 앉을 수 있는 바(Bar) 테이블을 설치해 한가로이 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죠. 포인트로는 모자이크 타일을 통해 시크하면서도 세련됨을 강조했습니다. 반대로 욕실의 경우에는 천장을 제외한 온 벽면을 모자이크 타일로 마감해 강렬한 포인트를 줬죠.”

외부와 마찬가지로 내부 곳곳에 닿은 세심한 손길도 눈길을 끈다. 바닥과 걸레받이, 도어프레임을 같은 재료인 자작합판으로 통일시켜 따듯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가 나도록 했다. 

▲ 거실.

또한 주방/식당과 마찬가지로 너른 자연을 살필 수 있는 거실에는 독서를 좋아하는 건축주 부부를 배려해 매립형 책장을 설치했다. 조그맣게 뚫린 창으로는 현관에 누가 드나드는지도 단박에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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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세 시대에 60대라는 나이는 인생의 중간지점에 불과하다. 고리타분해질 필요도, 남들과 다른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 그 어느 곳보다 특별한 집을 갖게 된 부부의 삶은 여전히 힘차게 달리는 중이다. 
글 = 홍예지 기자 hong@imwood.co.kr
사진 = 남궁선 작가 

 

▲ 외관 측면.

건축정보
대지위치: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대지면적: 580.00㎡(175.45평)
건축면적: 132.00㎡(39.93평)
연 면 적: 116.15㎡(35.14평)
건축규모: 지상 1층
건 폐 율: 20%
용 적 률: 20%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치장벽돌
내부마감: 석고보드 위 수성페인트
구조설계: 건축과 환경
시    공: 건축과 환경
전기설계: 건축과 환경
공 사 비: 약 2억 원
설    계: 스튜디오 오리진(Studio origin) 010-2988-6902(이강준)
설계담당: 이강준, 정희다

 

건축가 소개 | 스튜디오 오리진(Studio origin) 이강준·김영아

이강준 소장은 한양대학교 ERICA 건축학부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 AA스쿨에서 Diploma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Foster and Partners에서 다년간 실무했으며 영국 왕립건축사다. 2012년 귀국 후 현재는 한양대학교 ERICA 건축학부 교수로 활동 중이며, 건축형태에 관한 분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영아 소장은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뒤 일리노이 공대에서 건축 석사를 취득했다. Foster and Partners에 입사 후 런던과 베이징 오피를 거치며 애플스토어, 쿠웨이트 국제공항, 쿠웨이트 국립중앙은행 타워, 베이징 다통 뮤지엄 등 다수의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2014년 5월 파트너 이강준과 함께 스튜디오 오리진을 시작했으며, 현재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와 한양대학교 ERICA 건축학부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