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여백이 되다
도시의 여백이 되다
  • 홍예지 기자
  • 승인 2015.11.0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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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하기동 주택
▲ 전경.

[나무신문] 특이한 입지 조건 아래, 위풍당당한 위상을 뽐내는 한 주택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지상 2층 규모의 경골목구조 주택. 완공된 지 아직 1년이 채 안 된 대전 하기동 주택은 건축주 부부와 어린 자녀가 함께 살기 위해 지은 새 보금자리다.    <편집자 주> 

 

좋은 주택을 짓기 위한 철저한 준비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여기, 높은 아파트를 마주 보고 선 한 주택이 있다. 외관부터 눈길을 끄는 이곳은 아파트와 도로 하나만 사이에 둔 채 눈을 맞대고 있다. 그래서 대전 하기동 주택은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한다. 

건축주 부부는 오랜 아파트 생활의 염증과 함께 어린 자녀를 위한 단독주택 설계를 마음먹었다. 다행히 큰 무리 없이 부지와 건축사사무소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프로젝트를 진행한 오우재건축사사무소의 최교식 소장은 그들의 철저한 준비가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한다. 

▲ 전경.

“15년째 건축가로 일하면서 느낀 것은 예전에 비해 건축주들의 노력이 빛을 발한다는 점입니다. 건축사사무소를 찾아오기 전, 많은 양의 공부를 하기 때문이죠. 최근 주택과 관련한 서적이나 인터넷 자료가 늘어났기 때문에 단독주택에 대한 내용을 충분히 인지한 후 방문하는 편입니다.”

하기동 주택의 건축주 역시 준비 동안 많은 양의 공부를 해 온 상태였다. 단독주택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어떠한 곳에서 살고 싶은지, 규모와 건축구조는 어떠한지 등 세심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머릿속에 큰 틀을 세웠다. 

 

▲ 2층 복도.

환경적인 목구조를 택하다  

▲ 거실 오픈 공간.

건축구조로는 처음부터 목구조를 염두에 뒀다. 공사비와 친환경성 등 여러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부쩍 목구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편입니다. 협의 과정에서 건축구조가 결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하기동 주택의 건축주처럼 처음부터 목구조로 결정한 후 방문하는 사례도 많죠. 철근콘크리트구조보다 약 10~20% 저렴한 공사비와 공사 기간이 단축되는 등의 이점이 한몫한 것으로 보입니다.”

목구조로 정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설계 기간에만 5개월이 소요됐다. 단독주택은 맞춤복처럼 내 몸에 꼭 맞는 결과물을 통해 최대한의 만족을 끌어내야 한다는 최 소장의 철학과도 맞물리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단독주택은 5개월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건축주와의 첫 미팅부터 아예 협의 기간에 대해 확실히 정리하고 가는 편이죠. 그래야만 서로 충분한 시간 속에서 만족감을 끌어낼 수 있다고 여깁니다. 대다수의 건축주는 새 보금자리를 기다리는 설렘으로 시간을 즐기는 편이죠.”

최 소장이 단독주택 설계에 있어 특별한 콘셉트를 정하거나 내세우지 않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건축주가 거주하는 곳이기에 그들이 원하는 요구 조건 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프로젝트를 이끌어 가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 

 

▲ 계단.
▲ 아이방.
▲ 안방.

군더더기 없는 내·외부 
하기동 주택은 건축주 부부가 바란 ‘단순하고 정리된 공간’으로 탄생했다. 외관은 모던한 연출이 가능하면서도 세련미가 느껴지는 전벽돌로 마감했다. 해당 주택에서 상대적으로 비용을 많이 쓴 부분인데, 전벽돌로 마감한 주택은 바로 뒤편의 흰색 고층 아파트와 대조를 이룬다. 테라스 부분은 일부 하드우드를 사용해 조화를 이뤘다. 

▲ 2층 복도.

또한 316.70㎡(95.80평)의 대지는 건폐율을 25% 남짓만 사용해 넓은 마당을 가짐과 동시에 채광 좋은 정남향 주택으로 만들었다. 

1층은 게스트룸과 화장실, 식당/거실, 주방, 세탁실로 꾸몄다. 이 중, 주방 부속 공간 및 보일러실과 세탁실, 화장실은 2.1m 폭으로 계단과 함께 북쪽으로 배치하고 식당/거실과 주방 등 공용부분은 현관에서부터 일직선으로 열려 있도록 만들었다. 식당 앞에는 3m 길이의 넓은 창이 있고, 창 앞으로는 2층으로 열린 보이드 공간을 배치했는데, 하부에 벽체가 없어 공학용 목재로 보강을 진행했다. 게스트룸의 경우 처음엔 침실로 생각했으나 공사 중 가구를 계획하면서 서재의 기능이 함께 들어가게 됐다. 외부에서 손님이 방문할 때는 침실로 내어주고 평소에는 서재로 사용하고 있다. 

2층은 안방과 아이 방, 화장실 등으로 단출하게 구성했다. 안방은 침대 하나 정도 들어갈 사이즈로 작게 만들었으며 공간을 나눠 작은 서재를 만들었다. 또한 서재 앞에는 테라스를 놓아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서재와 침실에는 긴 붙박이장을 설치해 창고가 없어 부족해진 수납을 대신했다. 

▲ 안방.

아파트를 바라보는 북쪽은 최소한의 창만 내 프라이버시 확보에도 주력했다.

“단순하면서도 간결하게 연출한 외관처럼 내부 역시 심플하게 진행했습니다. 아파트와 닿아 있는 면이 복잡하게 배치될 경우에는 답답해 보일 수 있죠. 그래서 창을 최소한으로 내는 등 단순한 면으로 만들어 깔끔한 분위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Simple is best’.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고 했던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건축주의 성격을 똑 닮은 하기동 주택은 내·외부처럼 앞으로 어떻게 채워질지 기대되는 곳이다. 

최 소장은 “건축주와 주고받은 400여 통의 이메일이 말해주듯이 건축주와의 긴 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진행했다”며 “건축주의 이야기 안에 주택에 대한 그들의 소망과 삶의 방식이 들어있고, 그것을 건축가와 공유하고 조정하면서 구체화하는 것이 주택을 설계하고 짓는 과정인 것 같다”고 전했다. 
사진 = 오우재건축사사무소 

▲ 서쪽 입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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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주)오우재건축사사무소 김주경·최교식 소장 

“단독주택 인기 체감한다”

▲ 김주경 소장.

김주경·최교식 소장은 8년 째 오우재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건축가의 길을 걸어온 기간은 각각 17년과 15년째. 절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그들은 건축주들의 성향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단독주택의 수요가 늘었다는 것을 올해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그만큼 단독주택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을 습득한 건축주가 늘고 있는 것이죠. 덕분에 건축주들과 심도 있는 대화를 통해 서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됐습니다.”

▲ 최교식 소장.

하기동 주택처럼 간결함을 추구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인다.
“물론 장식적인 부분을 중요시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희 사무소를 찾아오는 건축주 대다수는 내·외부 모두 별다른 치장을 원치 않는 경우가 많죠. 단순함의 미학을 실천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건축가 소개 (주)오우재건축사사무소는 2007년 3월 시작해 현재 김주경, 최교식을 포함한 총 4명이 일하고 있는 작은 사무실이다. 2011년 영월 능말돌봄센터로 농어촌건축대전 본상, 2012년 청산도향토역사문화전시관으로 농어촌건축대전 대상을 받았고, 같은 해 청계동 감나무집으로 경기도 건축문화상 동상을 받았다. 또한 2013년에는 제6회 젊은건축가상을 받았다. 

김주경은 1972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졸업 후 경영위치에서 7년간 일했으며, 2007년부터 ㈜오우재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최교식은 1975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졸업 후 ㈜에이텍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6년간 일했으며, 2007년부터 ㈜오우재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 주방 / 식당.
▲ 테라스-유리 난간.
▲ 테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