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의 느리고 달콤한 꿈
신혼부부의 느리고 달콤한 꿈
  • 홍예지 기자
  • 승인 2015.09.3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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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XXI 옥인
▲ 외관.

[나무신문] 계속되는 전세난, 장기 침체의 굴레… 보기만 해도 숨 막히는 단어가 신문 1면을 장식하는 요즘, 사람들의 실속 있는 대처 속 ‘리모델링’ 시장이 활황을 맞이했다. 한 30대 신혼부부는 서울시 종로구 옥인동에 위치한 한옥을 마련해 5000만원이라는 예산으로 주거공간과 상업공간을 모두 취했다. 이들이 꾸는 꿈, 한옥 XXI 옥인을 찾았다. <편집자 주> 

 

▲ 거실 및 침실.

한옥, 새로운 시각으로 탄생하다 
주택 시장이 변하고 있다. 고층 아파트가 즐비했던 예전과 달리 단독주택을 짓고자 하는 움직임이 늘더니, 이젠 주택 리모델링 시장이 몸집을 불리고 있다. 10~20년 된 오래된 주택을 마련한 후, 건축주 기호에 맞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것. 계획만 잘 잡는다면 저렴한 가격으로 완성할 수 있어 한동안 꾸준한 수요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30대의 신혼부부는 종로구 옥인동에 위치한 한옥을 리모델링하기로 마음먹었다. 설계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IVAAIU CITY PLANNING의 노현정·이동욱 소장에게 의뢰했다.

▲ 주거공간.

“건축주 아내는 예전 경험을 떠올리며 아파트 대신 대지가 주는 평안함을 느낄 수 있는 한옥을 신혼집으로 원했습니다.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옥을 선택한 이유죠. 작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한옥은 칸 나눔이 정확하기에 주거공간 외 여러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총 3개월의 기간을 거쳐 완성된 한옥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신혼부부만의 아늑한 보금자리로 재탄생했다. 

 

▲ 마당 및 거실.

5000만원으로 완성한 주택 
노현정·이동욱 소장은 이 프로젝트에 ‘한옥 XXI 옥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가운데 붙인 XXI는 21세기를 의미한다. 

무엇보다 이들이 중요시한 것은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실제 리모델링 비용은 5000만원 정도로 해결할 수 있었는데, 낮고 효율적인 공사비용을 통해 보다 많은 대중에게 양질의 건축 공간을 제공하고자 했던 두 명 소장의 바람 하에 이뤄졌다.  

리모델링은 많은 부분에서 보강을 진행했다. 오랜 세월의 흔적으로 여러 군데 증축되거나 개조된 흔적이 있어 제대로 된 구조로 탈바꿈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 욕실.

“철거 당시 거둬낸 벽돌 양만 해도 굉장히 많습니다. 벽돌 자체는 습기를 많이 머금고 있어 나무와 상극입니다. 이로 인해 나무 기둥이 썩은 부분이 적지 않았죠. 나무가 다시 숨 쉴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시급했습니다. 방치할 경우 주택이 내려앉거나 무너질 수 있는 확률이 있었기 때문이죠. 훼손된 기존 목구조 일부분은 경량목구조 방식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었습니다.”

다행히도 지붕은 기와 상태가 양호해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오래된 한옥의 경우 기와 상태가 좋지 않아, 누수 염려로 교체가 이뤄질 경우에는 비용 면에서 부담이 크기 마련이다. 

대공사였음에도 불구하고 노현정·이동욱 소장은 한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장점 덕분에 해당 프로젝트에서 많은 보람과 재미를 느꼈다고 설명한다.

“많은 사람이 한옥이라고 하면 막연한 어려움을 느끼는데, 리모델링 진행 시 한옥이 조적식 주택보다 편한 편입니다. 조적식은 습식으로 인한 하자 때문에 보강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 반면, 한옥은 건식으로 인해 다뤄질 부분이 적습니다.”

 

▲ 상업공간 외관.

상업과 주거공간이 공존하는 곳 
건축주 부부가 요구한 사항 중 하나는 84.70㎡(25.62평)의 작은 부지 안에서 2개의 상업공간과 1개의 주거공간을 배치해달라는 일이었다. 2개의 상업공간은 부부가 조그마한 소품을 판매하는 숍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이로써 기존 한옥이 가지고 있던 폐쇄적의 느낌에서 탈피해 부분적 개방형 타입의 공간으로 활성화했다. 

▲ 마당 및 거실.

주거공간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마당이다. 기존 마당은 슬레이트 지붕을 씌워 방으로 개조돼있었으나, 해당 부분을 철거하고 상업과 주거공간 사이에 마당을 배치해 양쪽을 나누는 분할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저희와 건축주 부부 모두가 만족하는 부분이 마당입니다. 작은 규모이지만 주택에서만 누릴 수 있는 한가로운 정취를 느낄 수 있고, 쉼터의 개념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마당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이 내부 곳곳에 스며들어 아늑함도 누릴 수 있습니다.”

▲ 마당 및 거실.
▲ 마당.

한옥에 현대미를 불어넣다 
주거로 사용하는 내부는 거실, 주방/식당, 작업실 등으로 단출하게 구성했다. 노현정·이동욱 소장이 내부 리모델링 시 중점을 둔 부분은 현대화된 한옥을 세련되게 연출하는 부분이었다. 

“전체적인 틀이 전통식 목구조와 현대식 목구조의 결합으로 보강하는 형태였다면, 내부는 현대적이되 전통 한옥과 이질감이 없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한옥의 따스함을 그대로 줄 수 있도록 서까래를 노출한 것이 특징입니다.”

▲ 작업실.

적절한 규모의 예산으로 생활에 용이한 테크놀로지도 추가했다. 컴퓨터 컨트롤 차양 시스템과 컴퓨터 가공 방음 시스템 등이 그 예다.

새로운 자재도 고려했다. OLED를 사용해 한옥과 멋스럽게 조화를 이뤄냈다.

“OLED는 직접 바라봐도 눈에 피로감이 없는 조명입니다. 디자인 조명을 설치할 경우 과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해당 조명을 선택했습니다. 두께도 얇아 부피를 많이 차지하지 않죠. 아직은 상용화되지 않아 가격 면에서 부담스러울 수는 있으나, 차차 안정화되면 주위에 권하고 싶은 자재 중 하나입니다.”
사진 = IVAAIU CITY PLANNING, 임소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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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IVAAIU CITY PLANNING 노현정·이동욱 소장 

“시대와 부합하는 건축물을 짓는 일”

IVAAIU CITY PLANNING을 오픈한 지 3년 차에 접어든 노현정·이동욱 소장은 상업공간과 주거공간을 넘나드는 설계를 통해 건축주들에게 만족감을 선사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리모델링 시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서울이란 도시가 나이가 들면서 신축이 줄어들고, 리모델링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유럽 도시가 300~400년 된 건축물들을 점차 바꿔나갔듯이 서울도 그 단계에 접어든 것이죠. 리모델링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도시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여깁니다. 한국전쟁 이후 몰아붙이듯이 지었던 집들이 문제가 생기게 되고, 이를 리모델링을 통해 해결하는 단계인 것이죠.”

이들이 특히 주택 설계에 있어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실용성’이다.

“건축가란 직업은 시대에 걸맞은 건축을 해야 합니다. 사람들의 생활 패턴을 현시대에 맞게 설계해서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살기 편한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죠. 구조적으로나 건축적으로나 실용적인 공간을 설계해 사람들이 보다 편한 공간에서 지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 STRUCTURE REINFORCEMENT PLAN

건축가 소개 

IVAAIU City Planning은 현시대의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시민의 생각이 시각, 청각, 공간, 인프라스트럭쳐 환경으로 투영되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도시 환경으로 귀결되는 통합적 스트럭쳐의 구축을 목표로 한다. 미국 MIT 도시계획 대학원 출신의 도시계획 및 건축가 이동욱과 홍익대학교 건축과 출신의 노현정을 중심으로 건축가, 뉴미디어 플래너, 사운드 디자이너, 스테이지 디자이너 등이 팀을 이뤄 멀티미디어 건축을 구축 중이다. 건축물 설계를 비롯해 공간 모듈 설계, 무대 설계, 음악 설계, 사운드 시스템 설계, 뉴미디어 시스템 설계 등 다양한 영역의 작업들을 진행해오고 있다. 사운드 디자이너 겸 DJ로도 활동 중인 이동욱은 특히 건축, 음악, 뉴미디어의 융합에 방향성을 두고 건축 작업 외의 다양한 공연들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