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적인 자연 그대로
현기증, 아찔했다. 하늘의 반이 별이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웅웅’대는 바람소리와 저 발밑에서 으르렁대는 파도소리, 어지러울 정도로 빛나는 별빛이 처음에는 두려울 정도였다. 낮과 밤, 하루 종일 바다와 함께 한 하루. 자고 나면 조금 더 이 땅에 익숙해 질 것 같은 기분이다.
미명이라도 있어야 사위를 분간할 수 있는 로타의 일출은 화석연료와 전기에너지로 가동되는 이 시대에 길들여진 우리의 오감과 육감에 광명을 찾아 주는 실로 숭고하고 장엄한 순간이었다.
여행자를 위해 길을 만들기는 했지만 길만 벗어나면 원시의 숲이다. 우리는 그 길을 뚫고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간다. 으르렁 거리던 밤바다는 어디로 가고 팔색조처럼 색을 바꾸는 기생 같은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으로 내려가 바다에 몸을 담근다.
파도로 밀려 온 바닷물은 자연스럽게 만들어 진 바닷가 갯바위 수영장에 갇혀버린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그렇게 넘나들던 바닷물로 이곳에는 천연 해수풀장이 만들어 졌다. 파도가 높은 날은 갯바위 곳곳에 뚫린 구멍으로 물기둥이 치솟아 수십 미터씩 분수를 내뿜는 장관도 연출한다. 바다는 신기하다.
로타는 북마리아나제도의 세 섬 가운데 가장 원시적인,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섬이다. 리조트와 골프장, 상점 및 식당 등 몇몇 관광시설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전기시설 등 편의시설이 거의 없다. 사이판에서 경비행기로 오간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섬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섬을 둘러싼 바다와 해안의 모습이 푸른 숲과 어우러지고 있다.
로타의 백미는 로타 절벽에서 바라보는 노을이다. 역동적이면서 신비한 빛을 발산하며 바다와 하늘을 순식간에 불태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