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목재, 플라스틱인가 목재인가 논란 '점입가경'
합성목재, 플라스틱인가 목재인가 논란 '점입가경'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5.09.1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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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합성목재 규격과 품질기준 고시 개정안’ 행정예고

목재법, 목분 50% 이상 함유해야 ‘목재제품’…고시에는 함량 측정 '안 해'

국립산림과학원•WPC협회, “심증 있으니 물증 불필요”…시험방법 만들 것

목재업계, “발가락 닮으면 호적에 올리나”…목재법 범위 벗어난 ‘위법행정’

 

[나무신문] 목재 플라스틱 복합재(WPC, 일명 합성목재)가 때 아닌 ‘친자확인’ 논란에 휩싸였다.

산림청은 지난달 28일 ‘목재제품 규격과 품질기준 고시 개정안’(이후 개정안)을 행정예고 했다. 이 고시는 목재법에 따라 누구나 흔히 알고 있는 제재목이나 합판, 방부목, 집성목 등 ‘목재제품’의 규격과 품질기준 등을 정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한국임업진흥원 등은 품질시험과 품질인증을 시행하고 있으며, 생산 및 유통업체 역시 이에 맞는 품질관리와 품질표시를 해서 판매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때에는 3년 이하 징역형에도 처해질 수 있다.

또 이미 이 개정안에는 방부목이나 합판 등 대부분 ‘목재제품’들이 포함됐으며, 시행에 들어간 품목도 상당수다. 이번에 여기에 WPC가 포함된 것. 문제는 WPC가 ‘플라스틱’ 제품이 아니라 ‘목재제품’이 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제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데 있다.

그 전제조건은 개정안의 법적 근거가 되는 목재법에 명확하게 나와 있다. ‘목분의 함량이 50%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 목분이 50% 이상 들어가야 ‘목재제품’이라는 말이다. 뒤집어 말하면 목분 함량 50% 이하 WPC는 ‘목재제품’으로 판매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산림청 역시 ‘목재법’으로 관리할 수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번 개정안에도 WPC에서 목분 함량 50% 이상 규정은 정확히 명기돼 있다. 하지만 이후 규격이나 품질기준, 시험방법, 품질표시 항목 등 그 어디에도 이를 감별하는 절차나 시험방법, 표시방법 등은 나와 있지 않다.

때문에 방부목 등 목재산업계에서는 WPC에서 목분이 50% 이상 차지하고 있는 지를 분석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이 분석을 위한 절차와 시험방법을 먼저 고시에서 제시하라는 요구다.

하지만 개정안을 만든 국립산림과학원은 ‘심증’이 있기 때문에 ‘물증’은 필요치 않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WPC산업협회 또한 이와 유사한 주장이다.

방부목 생산업계 한 관계자는 “목재 플라스틱 복합재(목재제품)인지 플라스틱인지 알 수 없는 제품을 ‘목재제품’에만 적용되는 목재법에 의해서 산림청이 관리하고 시험성적서를 발부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고 생각한다”며 “WPC를 ‘목재제품’으로 분류해 산림청이 관리하고 시장에 ‘목재제품’으로 유통되게 하기 위해서는 해당제품이 ‘목재제품’인지부터 정확히 가려낼 수 있는 기준과 시험방법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같은 개정안에서 방부목은, 그것이 과연 방부목이라고 인정될 수 있는 지부터 가려내고 분석하는 시험방법과 절차를 정확하게 정해놓고 있다”며 “같은 ‘목재제품’에 대한 같은 개정안인데 WPC만 이러한 과정을 생략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립산림과학원 이선영 박사는 “목분 가격은 톤당 40여 만원인데 비해 WPC에 사용되는 열가소성수지(플라스틱) 가격은 보통 120만원 정도다. 목분이 많이 들어갈수록 생산단가가 싸지는 데 목분을 기준보다 낮은 50% 이하로 사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WPC에서) 목분의 함량을 정확히 분석해내는 시험방법은 전 세계적으로도 아직 확립되지 않았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이번 일은 WPC가 갖고 있는 특성에 의한 결과이지 형평성의 문제는 아니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또 “시험방법에 대해서는 내년도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과제로 선정해 학계 등과 연계해서 목분 함량을 분석할 수 있는 틀을 만들 계획”이라며 “그 전까지는 생산 공장에서 원재료를 사용한 내역서를 확인하는 등의 현장심사로 가려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현장심사를 언제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이지를 개정안에 포함시키라는 게 목재업계의 주장이다. 또 현장실사로 대체할 경우 WPC 수입업체들이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킬 지도 과제로 남는다.

한편 WPC 생산자와 목분 생산자, (목재와 플라스틱) 결합재 생산자, 연구기관, 대학교수 등의 모임인 WPC산업협회는 큰 틀에서 산림과학원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하고 있지만, 시험방법에 대한 시각에는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WPC산업협회 오주석 회장(한남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목분을 많이 넣어야 (생산원가가 내려가서) 이익인데, (플라스틱보다 목분을) 적게 넣지는 않을 것이다. 협회 회원사들도 목분을 60% 정도 넣고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면서 “독일이나 일본 관계자들에게 이 문제를 물어봐도 ‘목분을 많이 넣어야 이익인데, 어떤 바보가 적게 넣겠는가’라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오 회장은 그러나 시험방법 개발에 대해서는 “유럽이나 일본 등 전 세계적으로 목분 함량을 측정하는 시험방법이 정립되지 않은 것은 어려워서라기보다는 필요하지 않아서라고 볼 수 있다”며 “시험방법도 이미 여러 가지가 나와 있는데, 다만 이 중에서 어떤 것이 적합한지를 테스트를 통해 선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테스트 기간은 짧으면 6개월, 길어야 1년이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목재협회(회장 강원선) 한 관계자는 “이유야 어찌됐든 ‘목재제품 규격과 품질기준 고시’는 ‘목재제품’에 국한해 적용되는 것이므로 WPC가 ‘목재제품’인지를 가려낼 확실한 방법부터 만들고 시행하는 게 맞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산림청이 목재법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행정을 하는 것이므로 간과지 않을 것”이라며 “어느 날 갑자기 대문 안으로 들어온 누군지도 알 수 없는 아이를 발가락이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생활수칙만 따르면 호적에 올리겠다는 게 지금 산림청의 WPC에 대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개정안에 대한 의견이 있는 개인·단체 또는 법인은 9월16일까지 국립산림과학원장에게 제출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