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식물원
네팔 식물원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5.06.3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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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역사-권주혁 동원산업 상임고문(前이건산업 사장)
▲ 목마황(카수아리나)을 통해 본 타지마할.
▲ 권주혁 동원산업 상임고문(前이건산업 사장)

[나무신문 | 동원산업 권주혁 상임고문(前이건산업 사장)] 히말라야 산맥 한 가운데 있는 네팔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 산을 포함하여 많은 고봉들이 있어, 전세계 산악인들의 맥박을 요동치게하고 있는 나라이다. 우리는 이 나라가 히말라야 산맥 안에 갇히어 있는 작은 나라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으나, 사실 이 나라의 면적은 남한의 1.4배에 달한다.


히말라야하면 눈 덮힌 산들을 연상하던 필자는 이 나라의 남부 도시(인도와 접경지대)인 소나울리(Sonauli)에서 수도인 카트만두(Kathmandu)까지 약 300km를 자동차로 12시간에 걸친 여행을 하였다. 여행 도중에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나라들의 울창한 정글에서 볼 수 있는 이우시과(二羽?科, Dipterocarpaceae)에 속한 Shorea 속(屬)과 사군자과(Combretaceae)에 속한 터미날리아(Terminalia) 속의 수종들이 울창한 활엽수 삼림을 이루고 있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고산(高山)지대 알핀(Alphin)기후대에서 생육하고 있는 수고(樹高)가 낮고 앙상한 관목 형태의 수종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던 필자의 눈 앞에 거대한 무그린(Muglin)산림지대의 넓게 펼쳐진 삼림은 뜻밖의 모양을 보여주고 있었다.


수도 카트만두 중심가는 도로 폭이 아주 좁아, 도시 인구에 비해 교통문제가 심각하다. 불교와 티벳 문화에 영향 받은 사원들이 시내 중심가에 있으므로 이곳을 찾는 현지인과 외국인들로 좁은 도로는 차 한대가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게 붐빈다. 이 와중에서, 좁은 도로 양쪽에는 등산과 트레킹을 하려고 네팔을 찾은 외국인들을 위한 작은 여행사들의 간판이 여기저기 보인다.


네팔은 국민소득이 낮은 빈국(貧國)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가난한 나라에는 식물원이 거의 없다. 국민이 먹고 살기도 힘든데, 국민에게 꽃이나 나무들을 모아서 보여 줄 수 있는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카트만두에 오는 도중에 본 열대림이 필자를 놀라게 해주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네팔의 식물원이 필자를 놀라게 해 주었다.


이 나라의 국립 식물원은 카트만두에서 동남쪽으로 약 15km 떨어진 고다와리(Godawari)읍에 위치하고 있다. 카트만두를 벗어나 시골길에 들어서자 주위에 보이는 건물들과 주민이 살고 있는 집들은 점점 더 남루하게 보인다. 건물을 수리할 돈이 없어서 그런지 금새라도 무너질 것 같은 건물도 있고, 지은 이후 수십년이 지나도록 전혀 손을 안 보아 더럽고 불결해 보이는 집과 건물들이다. 가끔씩 건물 벽에 붉은 색 페인트로 공산당을 상징하는 낫과 망치가 그려져 있는 것이 보인다. 첫 눈에 섬뜩함을 느끼게 된다. 카트만두 시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이다. 그러나 집들 뒤에 펼쳐진 경치는 사진에서 보아온 히말라야의 녹색 산과 들판이다. 그러므로 택시를 잠시 세우고 주위 경치를 촬영하는 것처럼 하면서 우선 벽에 그려져 있는 낫과 망치를 사진 찍었다. 물론, 이어서 맑고 순수한 히말라야의 경치를 더 많이 촬영하였지만….


식물원은 고다와리 읍에서 약 3km를 더 산속으로 들어가서 2,715m의 풀초키(Phulchoki)산 기슭에 있는 골짜기 안에 위치하고 있다. 카트만두에서 이곳까지 오는 데 인적이 뜸하고 분위기가 약간 살벌(?)해서 그런지(물론 느끼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외국인 방문객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식물원 위치가 수도에서 멀어서인지 현지인 방문객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필자처럼 목재나 수목에 깊은 관심이 없다면 외국인으로서는 방문해 보고 싶은 마음이 쉽게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입장권을 구입하고 정문을 들어가 보고서야 한눈에, 이 식물원은 선진국의 어느 식물원에 비해서도 손색없는 식물원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1962년 10월 20일, 당시 네팔의 국왕(Mahendra Bir Bikram Shah Dev)이 직접 와서 개원한 이 식물원은 면적 82Ha(약27만평)로서 해발 1,515m에서 2,000m에 걸쳐 있는 산기슭에 히말라야 고유의 각종 식물을 모아놓았을 뿐만 아니라 외국종도 많이 식재하여 놓았다.


정문을 들어서자 필자를 처음 맞아준 것은 운치있게 굴곡으로 펼쳐진 도로 양옆에 서있는 계피나무(Lauraceae Cinnamomum camphora)였다. 히말라야의 여름 더위로부터 방문객을 가려주는 이들의 울창한 가지 속에는 히말라야의 각종 새들이 숨어서 솔로 또는 듀엣으로 자기들만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점차 안으로 들어가자 선인장과 난초를 키우고 보존하는 대형 온실도 있고, 각종 아름다운 화초 사이에 넓고 시원하게 펼쳐진 광장에 유럽 분위기를 자아내는 분수도 있다. 마치 유럽의 어느 식물원에 온 기분이다. 분수 주위를 감싸고 있는 수목과 그 배경으로 보이는 산기슭이 식물원의 정경을 점점 더 멋있게 펼치고 있다. 필자는 기후 학자가 아니어서 잘 모르겠지만 어떻게 히말라야 산맥 안에 위치한 이곳의 기후가 아열대와 온대에 속하는지 궁금하다.


현재, 이 식물원은 임업토양보존부(Ministry of Forest & Soil Conservation)가 관리를 하며 식물원 정문 옆에 있는 부속 연구실에서는 히말라야의 토양분석을 포함하여 생태계 전반에 걸친 조사와 연구를 하고 있는 것에 필자는 큰 감동을 받았다. 카트만두로 돌아오면서 식물원에 대해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격찬을 하자 택시 운전기사는 네팔인으로서 큰 긍지를 느끼는지 아주 기분 좋게, 필자를 목적지까지 예의를 다하며 데려다 주었다.

 

권주혁.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8개월 배낭여행 25개국 포함, 90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현재, 동원산업 상임고문.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