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목장의 기술, 설계와 조립 1
대목장의 기술, 설계와 조립 1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5.06.19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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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木匠의 세계 5

[나무신문 | 수원화성박물관] 오늘날에는 설계와 시공이 분리돼 있지만 19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건물의 설계와 시공 주체는 목수를 대표하는 대목장이었다. 궁궐건축의 경우 기획 과정에서 임금과 도감이 주체가 돼 발의되지만, 그 이후에는 도감과 장인에 의해 구체적인 설계안이 만들어진다. 몇 차례의 설계 검토가 이뤄지면 대목장의 지시에 따라 공사가 진행된다.


조선시대 관청 건축공사에 관한 문헌을 보면 대목장에게 백휴지白休紙와 먹, 붓을 지급하는 내용이 있다. 백휴지는 크고 흰 종이를 가리키는 것으로 건물의 평면도와 세부 그림을 그렸던 종이로 보인다. 건축물의 설계 작업은 대목장의 고유한 역할이었지만 현재 대목장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설계 도면은 아쉽게도 남아있지 않다. 대목장이 부재에 먹매김하고 현촌도現寸圖를 제작하는 과정 역시 설계의 일부로 볼 수 있다.

 

▲ 자尺. Ja, rulers with an unit of length, 건축도구박물관① 32.2×15.2 ② 21.4×12.5 ③ 22×16.4 ④ 10.9×16.3 ⑤ 30.3×34.3 ⑥ 17×9.1 ⑦ 39×21.5 ⑧ 21×6.7

설계용구의 기본, 자(尺)
대목장이 부재에 먹매김을 할 때 필요한 것은 자와 먹통, 먹칼이 전부이다. 이 중에서 자는 길이, 너비, 폭, 깊이, 두께, 각도 등을 그리며 헤아리는데 쓰는 도구로 모든 공작工作의 기준이 된다. 둥근 기둥이나 대량, 창방 등에 직각이나 수직으로 먹을 그을 때는 정자자丁字尺가 필요하고 작은 각재를 그을 때는 곡척, 기둥이나 대량 등 긴 부재에 길이를 그을 때는 장척이 필요하다. 연귀자燕貴尺는 창호나 치장재의 두 부재가 모이는 모서리 등을 맞추기 위해 사용한다. 같은 간격으로 선을 여러 번 그을 수 있는 그므개罫引 역시 자의 일종이다.

 

▲ 숭례문 도행판 崇禮門 圖行板. Sungnyemun dohaengpan(a board of a schematic drawing for Sungnyemun), 2011년, 122×151.4, 신응수

숭례문 현장도면, 도행판(圖行板)과 형판(型板)
숭례문의 문루門樓는 조선초기에 지어진 대표적인 전통 목조건축물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다. 1396년(태조 5) 건립된 숭례문은 1448년(세종 30)에 크게 보수됐고, 다시 1479년(성종 10) 수리됐다. 이 후 1961년부터 1963년 사이에 문루 전체가 해체 수리됐다. 당시 도편수는 조원재, 부편수는 이광규였다. 2008년 화재로 불탄 숭례문은 2012년 현재 복원공사 중인데 복원공사를 맡은 도편수는 조원재, 이광규의 뒤를 잇는 신응수이다.

 

도행판이란 얇은 널빤지에 평면도, 지붕틀평면도, 기둥입면도 또는 단면상세도 등을 그려서 현장에서 사용하는 도면이다. 1962년 조원재가 그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도행판은 숭례문 1층 서까래를 계산한 것이다. 2011년 도편수 신응수 역시 숭례문 측면도와 평면도에 해당하는 도행판을 만들어 먹매김시 참고했다.

 

▲ 숭례문 형판 崇禮門 型板. Sungnyemun hyeongpan, boards cut with designs that can be traced onto members that require moldings, 1962년, 신응수① 22.7×28.5 ② 15×39.3 ③ 22.8×62.5 ④ 22.7×28.5

형판은 다른 말로 형틀이라고 불리는데 일종의 현촌도이다. 부재를 가공하기 쉽도록 실제 크기와 동일한 형태를 미리 만들어 놓고 필요시 목재 위에 올린 후 선을 그어 부재를 가공한다. 주로 가공하기 어려운 공포의 부재 가운데 첨차, 살미 등 동일한 사이즈의 부재를 여러 개 만들 때 요긴하다. 형판은 손상되기 쉬운 종이 대신 현장에서 쓰는 얇은 나무 판재로 제작되지만 최근에는 장기간 보관할 수 있도록 합성수지로 만든 형판이 사용된다.
자료제공 _ 수원화성박물관(담당 학예팀 오선화 031.228.4209) 
정리 _ 박광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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