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멸보궁
적멸보궁
  • 나무신문
  • 승인 2015.06.0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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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 상원사
▲ 상원사 입구 신록.
▲ 장태동

세조와 문수보살의 만남
상원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절로 올라간다. 그 길 초입에 키 작은 석물을 만났다. 관대걸이다. 조선시대 세조 임금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 이곳에 와서 목욕을 할 때 옷을 걸어두었다던 관대걸이다. 

세조는 즉위한지 10년째 되던 해인 1464년에 등창을 앓는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 오대산 상원사를 찾는다. 

상원사에 도착한 다음날 세조는 오대천 계곡물에 몸을 담그고 목욕을 하던 중 지나던 동자에게 등을 밀어 줄 것을 부탁했다. 목욕을 마친 세조는 동자에게 “네가 임금의 몸을 씻었다고 말하지 말라”고 말하자 동자는 미소를 지으며 “대왕도 문수보살을 친견했다고 말하지 말라”며 사라졌다고 한다. 그로인해 세조는 병이 나았고 궁에 돌아와 자신이 만났던 동자의 모습을 그리게 하였다. 이후 문수동자상을 만들어 1466년에 상원사에 모셨다. 
문수전 안에 문수동자(국보 제221호)상이 있다. 그 바로 옆에는 문수보살좌상(보물 제1811호)이 있다. 문수보살좌상 및 복장유물은 조선시대인 1661년에 조성되었다.  

상원사는 신라 성덕왕4년(705년)에 신라의 보천과 효명태자에 의해 창건되었다. 처음에는 진여원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두 태자는 오대산에서 수행하며 오대의 각 대마다 거주하는 오만보살에게 일일이 참배했다고 한다. 동대 만월산 관음암에 일만의 관음보살, 남대 기린산 지장암에 일만의 지장보살, 서대 장령산 수정암에 일만의 대세지보살, 북대 상왕산 미륵암에 일만의 미륵보살, 중대 지로산 진여원에 일만의 문수보살이 상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산 이름도 오대산이며 문수보살이 상주한다는 진여원은 훗날 상원사라는 이름을 얻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종인 상원사동종.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종
문수전 앞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종인 상원사 동종(국보 제36호)이 있다. 종에 70글자에 달하는 명문이 해서체로 음각됐다. 내용 첫머리에 ‘개원 십삼년 을축 3월8일 종성기지’라고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이 종이 신라 성덕왕 24년(725)에 조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모양도 아름답다. 

절 마당에 서 있는 당간지주 위에 봉황 모양의 보당이 보인다. 보당이란 당간지주 위에 걸었던 깃발을 말하는 데 현재 남아 있는 보당은 몇 개 없다. 

봉황 모양의 보당은 세조와 연관이 있다. 세조가 이곳을 찾았을 때 왕의 상징인 어룡기를 걸어두었던 것으로 추측하고 이에 착안하여 봉황으로 보당을 만든 것이다. 

봉황보당을 지나 약수물이 흐르는 곳으로 향한다. 약수를 받는 곳 앞에 물고기를 방생하는 아이의 조형물이 보인다. 

절이 작아 한 바퀴 돌아보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는다. 부유화(병술꽃나무)로 둘러싸인 탑을 돌아보고 마지막으로 적멸보궁으로 향한다.

 

▲ 적멸보궁.

부처의 정골사리를 모신 적멸보궁
적멸보궁은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사찰의 법당을 말하는데 태백산 정암사, 설악산 봉정암, 사자산 법흥사, 오대산 월정사, 경남 양산 통도사 등 5곳에 있다. 

보통 상원사 적멸보궁이라고 알려졌는데 상원사가 월정사의 말사이기 때문에 월정사 적멸보궁으로 부른다고 한다.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28호로 지정됐다. 

적멸보궁은 상원사에서 1.5km 정도 산을 올라가야 나온다. 화장실 앞 돌계단길을 따라 올라간다. 오르막길을 올라가다보면 중대사자암이 나온다. 

▲ 적멸보궁 가는 길.

사자암 계단을 올라서서 잠깐 쉬며 물 한 모금 마시며 뒤를 돌아본다. 가파른 경사에 지은 사자암의 처마가 계단처럼 층이 졌다. 그 앞에 보이는 신록을 벗어나 진록으로 색을 갈아입는 오대산 숲이 푸르다. 거기서 약 600m 정도 더 올라가면 적멸보궁이다. 

보통 절집이 귀족 같다면 적멸보궁은 서민을 닮았다. 내가 그곳에 발을 딛는 순간 부처는 사라지고 나만 남았다. 

▲ 상원사 앞산.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