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주의 심연을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폭탄주의 심연을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5.05.18 11: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OLUMN 서범석의 칼럼 혹은 잡념

[나무신문] 목재업계 사람들은 자부심을 누릴 충분한 자격이 있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우리 목재산업 만큼 환경도 지키면서 사람까지 이롭게 하는 산업이 없다. 전망까지 밝다. 

전 지구적으로 조림을 가장 많이 하는 집단이 바로 우리 목재산업계다. 얼마나 나무를 많이 심는지 수종에 따라서는 자라는 속도가 베어서 쓰는 양을 이미 추월했다. 육림 과정은 곧 동식물을 아우르며 산림환경을 더욱 풍요롭게도 한다. 

산업용재 생산을 위한 벌채도 마찬가지다. 탄소 저장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나무를 싱싱한 나무로 바꾸어줌으로써 지구환경에 그야말로 새로운 폐(肺)를 선물하는 것이다. 또 이렇게 베어진 나무는 ‘탄소 통조림’ 역할을 하면서 도시환경을 건강하게 한다. 

화석연료처럼 고갈되지도 않고 환경도 파괴하지 않으면서 사람과 자연을 이롭게 하는 이와 같은 산업의 미래는 밝을 수밖에 없다. 다만 아직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그 진가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처럼 자긍심으로 똘똘 뭉쳐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우리의 목재업계가 요즘 자책과 질타로 멍들어가고 있다. 일부 불량 제품과 적절치 못한 규격품 때문에 목재산업계 전체가 도매금으로 욕을 먹고 있다. 

어떤 마을에 교통이 혼잡한 사거리가 몇 개 있다고 치자. 어느 날 면사무소에서 사거리들에 신호등을 세웠다. 하지만 어떤 곳은 아직 전기도 연결되지 않았고, 연결된 곳도 네 방향 모두 파란불만 들어와서 신호등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신호를 지키라’고 한다면 안될 말이다. 더욱이 이 문제로 주민들을 비난하고 나서는 자가 있다면 매 맞지 않는 게 다행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일어나겠느냐만, 어이없게도 우리 목재산업계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면사무소가 산림청이고 불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신호등이 바로 목재법이다. 

격투기 선수가 상대방 사타구니 걷어차지 않고, 축구 선수가 냅다 축구공 집어 들고 달리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양심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진정, 1㎜  ‘비끼’ 해먹는 제재소 사장이 그것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나무보다 자기 뼈를 먼저 1㎜ 깎아내고, 딱 그만큼 자기의 존엄을 스스로 부정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게 바로 목재인의 ‘비끼’다. 

신호등만 제대로 서고 규칙이 명료해지면 우리 목재인 스스로 스스로의 존엄을 무너뜨리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자괴(自愧)가 거품되어 올라오는 폭탄주 털어 넣고 허허 웃는다고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모독이다.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이익을 창출해 회사를 살리고 고용을 유지하는 것, 이것이 기업인의 양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