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한국인이 만든 목재 서적 만들고 싶었다”
“100% 한국인이 만든 목재 서적 만들고 싶었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5.04.06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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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대영제국훈장 수훈하는 동원산업 권주혁 상임고문

[나무신문] 권주혁 동원산업 상임고문이 지난 30여 년 간 목재업계에 몸담으며 솔로몬제도에서 조림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정부에서 수여하는 ‘대영제국훈장’을 수훈하게 됐다. 이 훈장은 영국군 예비역 소장(少將)에 해당하는 명예가 있는 것으로, 외국인에게는 매우 이례적으로 수여되는 훈장이다. 권주혁 상임고문을 만나 보았다. <편집자 주>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근황을 말씀해 주세요. 
요즘에도 계속 해외를 오가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목재회사에서 34년 있는 동안 솔로몬군도에 발목을 걸어놓고 전 세계 곳곳의 많은 목재산지, 산림자원, 목재 산업을 방문했는데 뜻밖에 2011년부터 수산회사에서 일하게 되고 나서도  아프리카, 남태평양, 중부 태평양의 수산자원 보유국을 방문하며 다니고 있습니다. 
목재자원이 날로 확보하기 어려워지는  것처럼 수산자원 역시 연안국의 보호주의와 세계적으로 자원보호, 그리고 불법어로 근절을 위한 조치가 강화되면서 해가 지날수록 점점  연안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의 조업 조건이 까다로워지고 있습니다. 
이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우리나라 원양어업의 미래 활로를 찾기 위해 요즈음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무실에도 있지만, 대형 선망선(참치잡이 어선)을 직접 타고 중부 태평양과 남태평양을 다니기도 합니다.  
그동안 남태평양 정글 속의 사나이가 이제는 바다로 나와서(앞으로 얼마나 수산업계에서 일할지 몰라도) 문자 그대로 바다의 사나이가 되었습니다. 

 

대영제국 훈장을 수훈하시게 됐습니다. 이 훈장의 의미와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대영제국 훈장(Order of British Empire)은 영국 또는 영국연방 국가의 발전에 기여한 사람에게 주는 훈장입니다. 5개 등급이 있는바 저는 4번째 등급인 OBE(Officer of British Empire) 훈장 서훈자로 올해 초에 발표되었습니다. 저는 이 훈장 받으려고 30여 년을 남태평양 오지에서 일한 것이 아니고 (영국이나 영연방 국가를 위해  일한 것이 아니나) 근무하던 회사를 위해 일한 것이며, 좀 더 거창하게 이야기하자면 우리나라를 위해 해외에서 장기간 열심히 일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저의 생각이고 솔로몬 군도의 주민과 정치인,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외국인이 자기들 나라에 와서 오랜 기간 동안에(강산이 세 번 바뀌는 동안) 걸쳐서 열심히 나무를 많이 심어준 것을 고맙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영국 정부에 훈장 수여를 상신하고 영국정부에서 이를 수락함으로써 별로 큰일을 한 사람도 아닌 제가 이번에 뜻하지 않게 저에게는 과분하고 명예로운 훈장을 받게 되었습니다. 영국 정부와 솔로몬 정부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바입니다.

 

조림사업을 하신 공로를 인정받아서 훈장을 수훈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림사업 과정을 간략히 설명해 주세요. 
우선 조림에 필요한 대규모 토지를 확보하고 그 토지와 기후에 적합한 수종을 선정한 뒤 조림작업을 시작합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나중에 수확한 뒤 목재를 어떤 용도에 사용할까를 미리 조사 연구하여 수종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단 수종을 선정하고 조림을 하다보면 이를 중도에 다른 수종으로 바꾸는 것이 쉽지 않으므로 수종 선정시는 냉철한 조사와 연구가 필요합니다.

 

고문님께서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와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을 출간하셨습니다. 이들 책이 어떤 내용인지 설명해 주세요.
우선 먼저 발간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는 과거에 우리나라에 수입된 수종, 현재 수입하고 있는 수종, 미래에 수입될 가능성이 있는 수종을 중심으로 전 세계의 주요수종에 대한 책입니다. 
제가 파푸아뉴기니의 열대 삼림 대학교의 유학에서 돌아온 1979년 12월에 이 책에 대해 20년 저술 계획을 세우고 1980년 1월부터 저술을 시작하여 2008년에 완성하여 출판한 책입니다. 원래는 저술 20년만인 2000년에 출간하려고 했으나 자꾸 부족한 것이 보여 보강하느라고 예정보다 8년이 늦은 2008년에 발간했습니다. 
저는 사진촬영 전문가가 아니므로 책에 나오는 사진이 사진전문가의 사진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책에 나온 모든 사진은 제가 28년에 걸려서 직접 촬영한 것입니다. 1970년대 말까지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목재관련 책자에 나온 사진들 가운데 많은 사진이 외국(특히 일본) 목재도감의 사진을 인용한 것이므로 이것이 (한국인으로서) 제 마음에 걸려서, 제 책에는 한국인이 100% 촬영한 사진을 넣겠다고 결심하고 시작한 것이 이 책입니다. 
요즘도 가끔 이 책을 보고 저에게 내용에 대해 문의하는 전화가 오는데 이런 전화를 받을 때마다 “그래도 내 책이 우리나라 목재업계에 조그만 도움이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뿌듯합니다.

두 번째 책인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은 수종 자체에 대해서라기보다는 문자 그대로 전 세계에 걸쳐있는 삼림자원에 대한 책입니다. 작은 국토 때문에 목재 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로서는 이러한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1990년대 말부터 본격적인 저술을 시작하여 약 16년에 걸친 작업 끝에 출간했습니다. 저로서는 두 책의 내용에 대해 같은 시점에 공부한 것이지만 저술 시점과 출간시점은 다르게 되었습니다. 책은 두 권이고 제목도 다르나 사실은  유기적으로  서로 연결된  한권의 책입니다.

 

우리나라도 최근 해외 자원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산림청 또한 해외 산림자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일찍부터 이 분야에 몸담은 전문가로서 한 말씀 하신다면요. 
기업이 해외에 조림지를 취득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은 일단 어느 정도 면적 크기가 되어야 경제성이 있습니다(열대지역이라면 최소 1만ha 이상, 온대지역이라면 최소 3~4만ha는 되어야 경제성이 있습니다). 설사 큰 면적이라 해도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진 토지보다는 하나로 된 토지가 관리에 유리합니다. 
또한 조림지가 (나중에 수확하여 수출할 것을 고려하여) 해안에 붙어 있으면 내륙 깊이 들어가 있는 것보다 유리합니다. 조림지의 토양 (즉, 건조한 지역은 성장성이 열악하므로 불리함)과 기후도 고려해야 하고 그 나라의 조림정책 역시 고려해야 합니다(조림목 수확 후 원목상태로 수출을 금지하는 국가도 있음). 이외에도 여러 가지 요건이 있으니 기업의 사정에 따라서 조사, 연구가 필요합니다. 성공적인 조림 사업을 위해서 과학적인 유전자 공학(클론 등)을 활용하는 것도 물론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목재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격려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목재사업은 IT, 전자 산업 등의 첨단산업같이 각광받는 산업도 아니고 손에 흙을 묻히지 않고 고소득을 올리는 금융 산업도 아니고, (요즘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공무원 직업처럼 평생직장이 보장된 사업도 아닙니다. 그러나 인간 생활을 감성적으로 따뜻하게 감싸주는 역할을 하는 산업이고 인간의 주거(住居) 문화에 반드시 필요한 산업입니다. 
뿐만 아니라 아직은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있지 않지만, 숲과 목재 속에 내재되어 있는 각종 물질(셀루로이스, 리그닌 등)에 대한 연구가 진전되면서 의약품, 화장품, 바이오 연료 등 미래의 인간 생활에 필요한 친환경 요소를 두루 갖춘 목재의 잠재력이 언젠가 현실화되어 각광받을 날이 올 것입니다. 이러한 날을 앞당기기 위해, 목재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모든 분들, 힘을 내서 정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