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비싸게 팔아야 소비자가 이익이다
나무를 비싸게 팔아야 소비자가 이익이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5.04.0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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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범석의 칼럼 혹은 잡념

[나무신문] 목재제품에서 마진이 사라지고 있다.

 

예전 같으면 원가 위에서 쌍봉낙타의 등처럼 등락을 반복하던 가격 변동 그래프가 어느 순간부터는 원가 선을 허리에 차더니, 최근에는 아예 머리 위에 올려놓고 있다는 게 업계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원가 이하 가격에 물건을 팔고 있다는 얘기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와 같은 업체 간 가격 내리기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데 있다. ‘자전거 바퀴를 세울 수 없는’ 업체들이 죽기 살기로 가격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모든 업체가 똑같은 제품에 특별할 것 없는 시스템으로 굴러가다 보니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물건을 10원이라도 더 싸게 내놓는 것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금 가장 경쟁력 있는 업체는 수입하지 않는 수입업체와 가공을 하지 않는 가공업체들이다. 국내에서 매입하고, 들어오는 주문대로 옆집에서 사다가 납품하는 게 남는 장사다. 이러한 현상은 품목을 가리지 않고 전 목재제품에서 폭넓게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가격 하락이 소비자들에게 이익일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당연히 소비자에게 손해다. 손해도 이만저만한 손해가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우리 목재업계에 ‘신제품’이라는 말이 사라졌다. 그 전에는 신제품이라고 나온 수종이 맞느니 안 맞느니 진위논란까지 일어날 정도로 새로운 제품들이 넘쳐났던 게 바로 우리 목재업계다.

하지만 적정 마진이 사라지면서 신제품 또한 시장에서 종적을 감추었다. 업체들이 모두 신제품 개발 여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만약 섬유업계가 만날 싸구려 ‘나이롱’만 시장에 내놓는다고 생각해 보자. 패션 디자이너들의 디자인들도 만날 그 모양 그대로일 것이고, 유행 또한 마찬가지가 될 게 뻔하다. 이처럼 패션의 유행은 디자이너들이 만드는 게 아니라 섬유업계에서 어떤 원단을 내놓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목재업계의 신제품 실종사태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소재로서의 목재가 다양하게 공급되어야 새로운 인테리어도 나오고 다양한 건축도 가능하다. 가구나 조경도 마찬가지다. 

최근 비교적 인기를 끌고 있는 빈티지 인테리어와 가구를 보더라도, 그나마 몇 안되는 목재업계의 신제품이 ‘고재’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빈티지 인테리어의 유행 창출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아니라 목재업체에서 했다는 얘기다.

그만큼 목재업계의 다양하고 활발한 신제품 개발은 우리나라 전체 주거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지금 우리 소비자들은 만날 ‘나이롱 목재’만 만나고 있다. 
목재업계가 나무를 비싸게 팔아서 적정 마진을 남겨야 비로소 소비자도 행복하게 된다. 지금은 목재업계가 똘똘 뭉쳐서 소비자들로부터 독한 마진을 남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