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사寫장 掌칼럼 | 안개비라도 내릴 것 같은
나 사寫장 掌칼럼 | 안개비라도 내릴 것 같은
  • 나무신문
  • 승인 2015.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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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비라도 내릴 것 같은 어느 초여름 저녁
미스터피자 창밖으로 시장이 보인다.
경축 중앙시장이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되었음을 축하함.
서인천 농협 플랜카드가 비를 뒤에둔 바람에 흔들리는
어릴적 시장통을 성장배경으로 둔것을 두고 상당히 비릿하고 열등에 놓여있는 듯한 자기비하의 감정이 충만한적 없을 당시의 나는
늘 내가 시장 출신이라는걸 프로필이라고 홍보하고 다닌 적이 있었다.
시장입구에 난전을 펼친 콩나물장수는 없지만 뽀얗게 속살드러내는 강원도 원산지라는 몸매 늘씬한 옥수수자루 세개 이천원
총각네 과일가게의 분신격인 젊은이들 열매판다 목청돋아 내지르는 싱싱해요가 열십자 횡단보도를 넘어 창문의 유리입자를 삼키며 넘어오는
어느새 다큰 어린이인 내가 이제 크고있는 어린애들을 데리고 피자를 먹는 동안
저 시장통 내부는
저녁밥 목넘어 식도를 지나 위에 도달하는 시간동안
누군가의 지갑에서 그날 날품의 댓가가 나와
지난 이른봄 땅에 박은 콩씨 몇개 하늘품고 구름품고
겨울새 시베리아로 돌아가는 동안
영글어버린 초록색 완두콩 두되로 치환되어
검은색 비닐에 담기는 동안
완벽하게 초여름 저녁이 밤으로 돌아눕는 날
나는 안다 
시장통에서의 삶이 부끄럽지도 대단하지도
별스럽지도 않은 초여름 저녁 같은 것임을

 

 

글·사진 _ 나재호 하이우드 엔 옥토버상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