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큰 나무를 어떻게 벌채했나요?
과거에는 큰 나무를 어떻게 벌채했나요?
  • 나무신문
  • 승인 2015.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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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 100문 100답 | 14 - 한국임업진흥원 시험평가팀

▲ 소나무 벌채현장(봉화군)
최근 숭례문과 광화문 등 주요 문화재를 복원하면서 대경목(큰 나무)의 벌채 모습이 언론을 통해 많이 보도됐다. 현재는 전기톱과 같은 최신장비로 벌채를 하지만, 과거에는 과연 어떤 도구를 사용해 큰 나무를 벌채했을까?

우리 선조들은 당산목이나 정자목 등 수백 년 된 큰 수목을 벌채할 때, 고목 자체를 신격화하고 벌채 3일 전에 대상 벌목에 대해 고(告)했다. 이는 나무에 흠이 없고 문양이 좋은 목재이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좋은 목적으로 이용하겠으니 목신(木神)께서는 다른 곳으로 이사 가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는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벌채 당일 수목의 3곳을 도끼로 찍고, 술을 부어 벌채시작을 고한 후 간단한 제상을 준비하고 3배(세 번 절)를 한 후 벌채를 시작했다고 한다. 살아있는 사람에게는 1배, 죽은 조상에는 2배를 하던 관례에 따라 사람보다 수백 년을 더 살았으므로 신성시했기 때문에 고목에 3배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에는 수백 년 된 나무를 신성시했으나 현재는 경우에 따라 바로 벌채하는 경우도 있으며 간단하게 막걸리 한잔정도 붓고 1배만 한 후 벌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신이 아니라 오래된 고목마저도 신성시하고 생명을 귀하게 여겨온 선조들의 지혜를 다시 되새겨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벌채방법
1. 바람의 방향에 따라 벌채자의 위치를 선정한다.
벌채 전 모든 제례의식이 끝나고 나면 벌채 대상 수목 주위에 불을 피워 연기가 가는 방향을 보고 톱을 댈 위치를 찾았다. 이것은 나무 안에 있는 독한 가스 등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함이다.

큰 나무의 경우, 어린 수목일 때 상처 등으로 밀폐된 동공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 동공 속에 인체에 해로운 가스 등이 충진 될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 큰 나무를 벌채하고 앓다가 귀신이 붙어서 죽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벌채 시 바람의 방향을 고려하지 않고 벌채하다가 수목에서 발생한 가스 흡입에 의한 피해로 생각된다.

 

▲ 불을 피워 연기 방향을 보고 벌채 시작 위치 선정
2. 위에서 아래방향으로 벌채한다.
큰 나무의 경우는 밑 부분을 전부 잘라도 잘 넘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벌채 목의 방향을 고려해 넘어질 방향 부분의 가지만 남기고 자르게 된다. 그 후 가지치기가 끝난 나무를 끈으로 묶어 넘어질 방향으로 당기게 된다.

그러나 근래에는 중장비 등의 발달로 나무를 넘길 방향을 정하고, 넘어질 방향부분을 장비로 깊이 파 언덕을 만든 후 끈으로 묶어 당긴다. 이렇게 벌채를 하면 나무에 상처가 덜 생기고 작업 시 위험성도 줄어들게 된다.

벌채를 한 목재의 운반이 곤란한 산악지역에서는 윗부분을 자르고 원 줄기가 서 있는 상태에서 판재로 제재해 필요한 부분만 운반하는 경우도 있다.

 

▲ 큰 나무의 벌채방법
▲ 필요한 부분만 채취
큰 나무 벌채에 관련된 이야기

과학이 발달한 현재에도 귀신이 붙은 나무라서 손대면 해를 입을 것을 우려해 벌채를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 합천댐 수몰 지구에서 느티나무를 벌채할 때 붉은 피가 많이 나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는 느티나무에 생긴 동공 속에 야생동물 등이 동면(冬眠) 중에 있다가 벌채에 의해 상처를 입어 붉은 피가 흐른 것으로 생각된다. 나무는 아무리 오래 되어도 피를 만들 수는 없다.

 

벌채시기
벌채 시기는 목재의 용도, 품질, 갱신방법, 반출방법, 노동사정 및 기상 조건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수목 내에 수분의 이동이 많고 부피생장이 일어나는 봄과 여름철에 벌채를 한 목재는 해충류(바구미류, 하늘소류, 나무좀 등)의 피해가 심하게 발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변색균과 표면 오염균 및 목재 부후균에 매우 빠르게 감염되기 때문에 관리에 어려움이 많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목재의 생장이 휴지기에 들어가는 10월에서 2월 사이에 벌채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큰 나무 벌채는 작은 나무 벌채보다 위험성을 더 많이 내포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대부분의 작업이 기계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벌채 시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안전이다. 앞에서 얘기한 나무에 귀신이 붙어 벌채를 하다 죽었다는 이야기는 결국 부주의에서 온 결과로 생각된다. 따라서 부주의에서 오는 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벌채 장비에 대한 충분한 숙지와 작업과 관련된 안전수칙을 습득하고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 야생 동물이 동면 시 벌채하면 동물의 피가 나올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