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통일과 목재 산업
대박 통일과 목재 산업
  • 나무신문
  • 승인 2015.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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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시대 목재산업의 새로운 소비자 창조⑫

 

 

 

경호 회장| 영림목재(주)

 

올해로 광복 70년, 분단 70년이다. 또한 올해 7월로써 6·25 정전(停戰) 61년을 맞이하게 된다. 작년 7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정전 60주년을 기념하는 포고문을 발표하고 “정전 기념일은 전쟁 종결을 기념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번영과 평화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다. 전쟁이 끝나고 60년 동안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나라의 일원이 됐고,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이 됐다. 우리는 함께 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지탱하는 기반을 건설했다. 그 유산(遺産)은 60년 전 자유를 위해 싸우고 오늘날까지 이를 지켜온 우리 용사들의 것이다. 그들은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집을 떠나 머나먼 곳에서 알지도 못하는 나라,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불국의 용기를 보여줬다”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서 “위대한 이정표를 기념하며, 우리의 6·25 참전 용사들에게 특별한 경의를 바친다. 미국은 참전 용사들이 우리를 위해 봉사한 것처럼 그들을 위해 봉사할 것을 다짐한다”며 “모든 미국 국민에게 6·25 참전 용사들의 명예를 드높이는 적절한 기념식과 행동으로 이날을 기념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런데 미 대통령이 정전 60년이 새로운 번영·평화 알리는 위대한 이정표라고 할 때, 실제 당사국인 우리는 얼마나 이 정전에 대해 알고 기억하고 있는가. 정전 기념일이 7월 27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국민은 과연 얼마나 될까. 수년 전 필자는 인천시 남동구(남동공단이 속해 있음)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필라델피아주의 벅스 카운티에 방문한 바 있다. 우리 일행은 지역 박물관과 ‘펄 벅 여사’의 살던 집을 방문해 그녀가 생활하던 모습을 유추해 볼 기회를 가졌다. 펄 벅 여사는 모두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대지(1931)>를 발표하여 플리처상을 받았고 미국 여류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필자는 부천(옛 소사)의 펄 벅 재단에 학창시절 친구들과 영어공부 겸해서 자주 놀러 간 적도 있었다. 이후 안내된 곳은 뜻밖에도 공동묘지였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그 날이 바로 정전 기념일이었던 것이다. 교표들도 보였는데 특히 어린아이들이 색동옷을 입고 태극기와 미국기를 양손에 들고 와서 애국가를 부를 때 정말 가슴이 뭉클했었다. 노신사들은 군복 정장을 단정히 입고 왔으며 휠체어를 타고 온 역전의 용사들도 보였다. 용산에서 간호장교를 했다는 할머니도 휠체어를 타고 있었는데 매우 해맑은 미소를 띄고 계셨던 모습이 기억에 새롭다. 이어 우리들도 헌화 할 기회를 가졌는데 무덤 입구 옆에는 “Freedom is not free(자유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다음 목적지인 뉴욕으로 향할 때 창밖으로 보이는 미국기가 반기(半旗)로 걸려져 있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미국 전역에 해마다 정전 기념일엔 조기(弔旗)로 건다는 것이다. 타국의 젊은이들이 한국에 와서 피를 흘리며 자유를 위해 싸우다가 마침내 맞이했던 정전 기념일을 우리 모두 너무 소홀히 생각하고 있지 않았었나 반성을 해야만 할 것이다. 다행히도 작년도 정전 60주년 기념일엔 박근혜 대통령이 “6·25 참전국들의 지원이 대한민국 번영의 기초가 되었다”며 북핵(北核) 국제 공조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놓은 바 있었다. 또한 정전 60주년 하루 전날 경기도 파주 도라산역에서는 각국의 많은 참전용사를 초청한 가운데 ‘평화 음악회’가 열렸었다. UN 참전국 교향악단과 소프라노 신영옥씨가 가곡 [비목]을 열창하는 등 정말 뜻있는 행사가 아니었나 싶다.

작년 11월3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통일경제준비위원회’의 발족식을 하면서 위원으로 필자도 위촉되었다. 이날엔 유기준 외통위원장,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나경원 의원, 김남식 통일부 차관, 홍사덕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위촉장 전달식과 세미나를 가진 바 있다.

본 위원회는 통일과 관련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위원으로 구성된 가운데 이종석 세종연구소 이종석 고문(전 통일부 장관)과 남북경제연구원 원장이며 고려대 북한학과를 담당하고 있는 남성욱 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았고, 현대경제연구원 홍순직 통일연구센터장,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연구실장, 평양과학기술대학 이승율 대외부총장, 카이스트 교수이며 한국중소기업협회 배종태 회장, 개성공단기업협회 정기섭 회장 등으로 구성되었다.

최근에는 ‘남북경협 활성화를 위한 정부와 중소기업의 역할’이라는 타이틀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 세미나에서는 이상만 중앙대 교수가 [남북경협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을, 임을출 경남대 교수가 [남북경협 활성화를 위한 중소기업의 역할]에 대해 각각 주제발표를 했다. 이상만 교수는 “남북경협 활성화는 당국 간 그리고 민간차원의 남북대화를 촉진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북한의 개혁·개방을 위한 분위기 조성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면서 “보다 유연한 대북정책을 통해 남북관계를 경색국면에서 대화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을출 교수는 “향후 중소기업의 북한 진출 전략에 대해 단순교역이나 자원도입과 같은 기존 유형을 벗어나 북한의 경제개발전략과 부응하는 분야, 북한의 내수시장을 겨냥한 영역 등으로 시각을 넓혀야 한다”며 “북한 내 소비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섬유, 의류·가죽, 가방, 신발 등 경공업·생활용품분야가 위험부담이 낮고 단기적인 투자횟수가 가능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필자는 패널토론을 통해 “북한의 경제상황이 마치 겨울의 강 모습으로 설명됐다. 강 위는 얼어붙어서 아무것도 볼 수 없지만, 그 속에는 각종 수초와 물고기 등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즉 북한의 정치·군부의 움직임은 여러 언론·TV 방영 또는 SNS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알고 있으나 실제 북한 주민들의 폐쇄된 실생활상은 자세히 알 수가 없다. 통일을 사전 대비한 경제토론이라면 반드시 북한의 현 시장상황을 알아야만 한다. 통일초기 시, 이념이나 종교 또는 스포츠보다도 의·식·주 해결이 급선무이다. 따라서 우리 목재업계의 경우 그들 일반인의 실제 주택상황이 어떠하며 추후 어떤 형태의 주거 건축이 필요한가가 중요할 것이다, 그러므로 다음 세미나에서는 이 점들을 유념해 조사하고 발표해 달라”고 주문했다.

LG경제연구원의 신민영 경제연구부장은 한 일간지의 시론을 통해 “통일의 충격과 진통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바람직한 통일경제의 모습에 도달하는 비용과 시간이 달라질 것이다. 이질적인 경제체제 간의 통합을 이뤄낸 독일이 어려움을 겪은 근본적인 이유는 동·서독 간 경제력 격차가 생각보다 컸다는 점이었다. 한국 대비 북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비율이 동·서독 비율의 8분의 1에 불과한 반면 한국 대비 북한의 인구 비율은 동·서독 비율의 2배에 달해, 독일식 급격한 통일을 할 경우 남북한이 통일 후 겪을 부작용은 더욱 심할 가능성이 있다. 막대한 통일비용을 부담하는 과정에서 한국 경제의 안정성이 훼손될 우려도 있다”며 “통일 이후의 경제에 대해 낙관은 금물이지만 지나친 비관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독일을 교훈삼아 우리 사정에 맞는 정책을 채택한다면 통합의 부작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우선은 개성공단사업을 유지, 확대하고 금강산관광을 재개하는 등 경제교류를 늘리는 것이 출발점이 될 것이다. 시범적 교류 외에도 위축된 교역과 투자를 시급히 확대할 필요가 있다. 경제력 격차를 줄여나가는 동시에 시장경제 경험을 제공해 통합의 충격을 줄여야 한다”고 역설(力說)했다. 참으로 공감이 가는 의견이며 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번 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2010년 5.24 조치 이전 최대 1354개 업체(2008년 기준)가 대북교역에 참여해 왔으나 그 이후 중소기업의 수난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즉 5.24조치로 위탁가공교역업과 단순교역분야가 막대한 타격을 받았다. 따라서 업종전환, 제3국 진출, 파산, 기존 바이어와의 관계 훼손, 거래 중단 등으로 이어졌다. 그러므로 우리 목재 산업계가 진출 시에는 이러한 점을 면밀히 고려해 충분한 사전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최근 희망차게 논의되고 있는 남·북·러 3각 협력사업 중 하나가 나진·하산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 대내외 관심을 크게 끌고 있으며 또한 남북 및 대륙철도 연결사업의 시범사업으로 그 의미가 크다고 한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나진항 제3부두에서 하산까지 철도(54㎞)를 개보수하고, 화물터미널 건설과 화물열차 확보를 통해 나진항과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연계하는 물류사업이며 이 프로젝트 수행에 따른 나선지역의 전략적 가치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정치적·경제적 효과가 큰 사업일 것이다.

모두 아는 바와 같이 북한은 저렴한 임대료 및 인건비, 우호적인 세율이 적용되며 동일한 언어권으로 의사소통이 원활하여 신속한 노동학습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목재산업 업계는 통일 또는 준 통일 이후 무엇을 대비하고 있는가. 우리 업계는 이미 개성공단 진출에 실패한 바 있다. 아니 전혀 준비도, 투자 의사도 미미했던 것이다. 통일이 대박이라는데 그저 남의 일인 것처럼 언제까지 마냥 손을 놓고만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