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사寫장 掌칼럼 | 음식이야기2 - 레드자몽애플소다
나 사寫장 掌칼럼 | 음식이야기2 - 레드자몽애플소다
  • 나무신문
  • 승인 2014.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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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부모님, 정확히 어머니께서는 무슨 빨래판같이생긴데다 판 여기저기에 문어다리에 붙은 촉수같은 거친돌기를 지닌 구멍이 여러개 나있는 과일야채갈이 칼에다 당근과 사과를 갈아 즙을 만들어 주셨다. 만드는 과정과 뒷수습 과정이 상당히 번거롭고 성가신 일인데도 불구하고 한동안 꾸준히 사과당근즙, 그러니까 애플캐롯주스를 해주셨는데, 그때마다 그 일부분을 남겨서 야단을 맞았다. 다먹다보면 마지막에 남는 걸죽하고 제법굵은 건더기를 입에서 걷어내기가 싫은 이유로 그랬지만 어머니는 그 건데기마져 삼켜서 얼른 키가크고 건강하기를 바라셨을거다.

그 때는 자몽따위나 X롬같이 지금나온것들이 없었다. 어머니는 이틀이 멀다하고 플라스틱으로 된 장바구니를 들고 저녁장거리를 보러가셨고 아마도 냉동실의 기능을 모르고 사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한 건더기는 물론 찌꺼기 하나없이 걸러내 완벽한 액체로만 구성된 주스를 전기와 기계의 힘으로만으로도 만들어내는 휴X라는 기계는 상상할 수 없이 순전히 팔목과 손가락의 힘으로 만들어진 정성을 자식들에게 먹인것이다. 휴X로 짜낸 저 붉고 노란 액체는 과연 어떤 의미로 내 아이들에게 기억되어질까?

정성과 사랑이 반드시 불편함과 번거러움을 수반해야 깊어지는건 아닐터인데, 왜 나는 그 문어다리촉수같은 구멍을 지닌 빨래판같은 것에서 갈려져 만들어진 그 옛날 엄마가 만들어준 건더기 수북한 사과당근즙이 그리울까?

글·사진 _ 나재호 하이우드 엔 옥토버상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