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빛으로 피어나는 삶의 근기, 목포의 야경
불빛으로 피어나는 삶의 근기, 목포의 야경
  • 나무신문
  • 승인 2014.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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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전남 목포

▲ 유달산에서 바라본 목포 야경. 산기슭 아래 불빛이 있는 마을이 죽교동이다 ⓒ장태동
목포 야경도 식후경
목포 야경은 4가지 빛깔이다. 첫 번째는 유달산에서 바라보는 산비탈 마을 죽교동의 은근한 불빛이다. 두 번째는 천자총통발포체험장에서 바라보는 유선각의 모습이다. 세 번째는 평화광장 앞 바다에서 펼쳐지는 바다분수쇼 야경이다. 네 번째는 고하도와 목포대교가 만들어 내는 밤바다 풍경이다.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 목포 야경 4대천왕을 보기 전에 목포에서 유명한 게살비빔밥과 준치회덮밥을 먹어야 한다.

게살비빔밥은 꽃게의 살만 빼서 양념을 가미한 것을 밥에 비벼 먹는 음식이다. 게살양념이 빨갛게 보이지만 맵지 않다. 참기름이 들어가기 때문에 게살의 향기가 살아 있으면서 고소하다.

▲ (왼쪽)게살무침을 밥에 넣고 비벼서 김에 싸 먹는다 / (오른쪽, 위)게살비빔밥에 들어가는 게살무침 / (오른쪽, 아래)준치회무침을 넣고 밥을 비벼먹는다. 준치회덮밥 메뉴도 있다 ⓒ장태동
준치회덮밥은 준치와 갖은 채소를 넣고 새콤 매콤한 양념을 넣고 버무려 밥에 비벼 먹는 음식이다. 회덮밥도 좋지만 준치회무침을 시켜 소주 한 잔 한 뒤에 남은 회무침을 밥에 비벼먹어도 좋겠다.

게살비빔밥 또는 준치회덮밥 중 하나를 선택해서 이른 저녁을 먹은 뒤에 목포 야경을 바라볼 수 있는 유달산으로 올라간다.  

 

▲ 유달산 마당바위에서 바라본 고하도와 목포대교 ⓒ장태동
목포 야경 조망지, 유달산
야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한 최적의 시간은 해가 지고 난 뒤 완전하게 어둠이 내리기 전, 잔명이 남아 있을 때다. 완전히 깜깜해지면 불빛들이 어둠 위에 뜬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해지기 전에 출발해서 조망지인 마당바위까지 올라가는 동안 만나는 몇몇 정자에서 목포의 전망을 즐긴 뒤 마당바위에 도착해서 해지는 풍경과 야경을 동시에 보면 된다.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출발지점인 노적봉에서 도착지점인 마당바위까지 걷는 시간만 30분 정도 잡으면 된다. 계단이 많아 천천히 간다고 해도 40분 정도면 넉넉하다.

출발지점인 노적봉은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가 남아 있는 곳이다. 임진왜란 때 이 봉우리에 이엉을 덮어 군량미로 가장하고 석회가루를 바다에 뿌려 쌀뜨물이 흘러내린 것처럼 해서 엄청나게 많은 군사들이 이곳에 있는 것처럼 적을 속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순신장군 동상을 지나 오포대와 대학루 정자를 뒤로하고 조금 더 올라가면 ‘목포의 눈물’노래비가 나온다. 그 다음에 달선각 정자, 천자총통발포체험장을 차례로 지나면 유선각이 여행자를 반긴다. 유선각은 혜공 신익희 선생이 쓴 현판이 남아 있어 더 유명하다. 신익희 선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당시 임시헌법을 기초하고 초대 대의원과 내무차관 등을 맡아 활동한 독립운동가이자 해방 이후 대한민국 정부에서 국회의장과 대통령에 출마했던 인물이다. 유선각을 지나면 관운각 정자가 나오고 그 위에 마당마위가 있다.

마당바위에 서면 바다 쪽으로 고하도와 목포대교가 어우러진 풍경이 보이고 반대쪽으로 목포 시내가 보인다. 바로 앞에 유달산 정상인 일등바위가 있다. 일등바위 기암괴석이 하늘로 솟은 모습이 볼만 하다.

해가 지면서 목포대교와 고하도에 조명이 들어온다. 검은 바다 배경으로 불빛이 반짝인다. 목포대교와 연결되는 고하도 섬 끝을 ‘용머리’라고 하는데 불을 밝힌 배들이 ‘용머리’를 돌아 항구로 들어오는 풍경이 아련하다.

 

▲ 유달산 유선각 ⓒ장태동
목포 최고의 야경, 유달산 산기슭 죽교동 불빛
어둠이 완전히 내리기 전에 마당바위에서 내려와야 한다. 가파른 계단길에 조명이 없는 곳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유선각을 지나면 천자총통발포체험장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유선각 야경이 멋있다. ‘유선각’은 신선들이 노니는 정자라는 뜻으로 풀어쓸 수 있는데 불빛으로 빛나는 유선각 모습이 신선들이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노니는 것 같다.    

내려가는 계단길 곳곳에서 전망이 트이는데 보는 곳 마다 느낌이 다르다.  달선각과 대학루 사이에도 시야가 터지는 곳이 몇 곳 있는데 그 중 한곳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대도시의 휘황한 불빛이 만들어 내는 화려한 야경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유달산 기슭 죽교동에 집들이 빼곡하다. 골목길을 비추는 가로등이 켜지고 일터에서 돌아온 사람들이 집마다 불을 밝힌다. 해무가 끼는 날이면 가로등과 창문으로 새는 불빛이 뚜렷하게 반짝이지도 않고 더 멀리 퍼지지도 않으며 마을 언저리에 번진다. 유달산에서 바라보는 죽교동 불빛에 내일 다시 일터로 나갈 사람들의 삶의 근기가 서린 듯하다. 

 

▲ 바다분수 ⓒ장태동
▲ 바다분수 ⓒ장태동
아름다운 목포 밤바다 두 곳

유달산의 야경을 즐겼다면 그 다음은 바다의 야경을 즐길 차례다. 신안비치호텔 앞에서 고하도와 목포대교가 만들어 내는 야경을 즐긴다. 유달산 마당바위에서 고하도와 목포대교를 한 눈에 봤다면 신안비치호텔 앞에서는 섬과 다리에서 빛나는 불빛이 바다에 반영되는 세세한 풍경도 볼 수 있다. 바다에 반영된 불빛 위에 작은 배라도 한 척 떠 있으면 운치가 더한다.  

상동 평화광장 앞 바다에 가면 이른바 ‘춤추는 바다분수’를 볼 수 있다. 바다에 설치된 분수와 조명이 음악과 함께 춤을 춘다. 감성적인 발라드, 신나는 댄스음악, 차분하고 그윽한 선율의 음악 등 다양한 음악에 맞춰 분수들이 춤을 추는 듯 하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목포의 밤바다에서 새로운 추억을 쌓는다.

6월부터 8월까지 화, 수, 목, 일요일은 20시40분과 21시20분에 시작한다. 금요일과 토요일은 20시40분, 21시20분, 22시에 시작한다. 
 

▲ 신안비치호텔 앞에서 본 고하도와 목포대교 ⓒ장태동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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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