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도시를 꿈꾼다
나무도시를 꿈꾼다
  • 박광윤 기자
  • 승인 2014.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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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南友[나무]

최근 호주 멜버른에 높이 32미터의 10층짜리 아파트가 지어진 것이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됐다. 이유는 바로 ‘나무로 만든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세계는 이미 목재를 사용해 고층 아파트까지 짓는 시대가 됐는데, 우리는 그저 바라보며 부러워만 할 뿐이다. 물론 아토피 예방 및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하여 목조주택이 선호되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봐야 단독주택 정도인 것이 우리의 현실.

동계올림픽 경기장 중 한 개를 나무로 짓겠다는 계획도 이래 저래 논란이 많다는 소문이다. ‘대형건축물을 목조로 짓겠다’는 우리의 실험(?)은 짓기도 전부터 이러쿵 저러쿵 말에 치이는 것이, 이제 겨우 아기들 걸음마 수준에 와 있다. 

국민들은 숭례문이 불타는 장면을 매우 충격적으로 목격했으며, 잦은 목조건축물의 화재 소식이 크고 작은 기사로 신문을 장식하고 있다. 더불어 흰개미에 의해 목조 문화재가 훼손되고 있다는 뉴스들은  “목재는 참 허약하다”는 메시지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고 목재의 이런 진실들을 외면한 채 집을 지을 때 목재를 많이 사용하자고 하는 것은 목재분야의 이기심일 수 있다. 목재의 약점을 극복하는 연구로 화재에도 강하고 흰개미에도 강한 재료로 거듭나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편견과는 달리 ‘나무로 만든 집’이 그저 아토피에만 좋은 것은 아니다. 목재는 오히려 “가벼우면서도 강해” 집을 짓기에는 최적의 재료라는 것.

나무가 강하다니? 늘상 보고 듣던 상식과는 너무 다르다. 하지만, 목재를 다루는 사람들에겐 나무가 약하다는 일반인들의 상식이 오히려 편견이 된다.

충분히 강한 나무들이 많다. 집을 지을 때 사용되는 일반 콘크리트는 30톤 무게를 견디지만 나무는 43톤까지 견뎌낸다. 나무의 무게는 콘크리트의 1/3 정도로 가벼워 집을 짓기에는 매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본지에 목조건축 대표작품들을 연재했던 건축가들은 이구동성 “목재가 집을 짓는데 합리적인 재료”라고 말한다. 누구는 자르고 붙이는 것이 자유로운 시공 편의성을 이유로 들고, 누구는 나무 그 자체가 구조재이면서 마감재로서 튼튼하고 아름답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나무를 심는 사람들은 도시 곳곳에 나무가 자라는 도시를 꿈꾸고, 목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나무로 만든 집이 가득한 도시를 바랄 것이다. 오래된 나무는 베어서 그 자리에 새 나무를 심는 것이 환경적으로도 훨씬 좋다고 하니, 목재 사용이 오히려 자연을 해칠 것이라는 걱정은 접어두어도 좋다.

호주에서는 앞으로 30층이 넘는 나무빌딩들이 세워질 예정이라고 한다. 나무도시, 우리에게도 곧 다가올 도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목재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넘어 내성의 주사를 맞히는 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