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같은 꽃, 꽃 같은 보석
보석 같은 꽃, 꽃 같은 보석
  • 나무신문
  • 승인 2014.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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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전북 익산

▲ 보석꽃 ⓒ장태동
익산하면 미륵사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미륵사지의 명성에 가려 익산의 다른 여행지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미륵사지 이외에 익산에서 가볼만한 여행지 몇 곳을 소개한다. 

 

꽃 같은 보석이 한 자리에
호남고속도로 익산IC를 나오면서 처음 만나는 보석박물관은 꽃 같은 보석과 보석 같은 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왕궁보석테마관광지 내에 2002년 5월에 개관한 보석박물관은 희귀한 보석과 광물 등 11만8000여 점을 소장·전시하고 있다.

전시품들 중에 ‘보석꽃’이 눈에 띈다. ‘보석꽃’은 33cm의 볼에 45줄기의 18K 금장식, 2641개의 꽃도 모두 보석이다. 또 124개의 잎사귀는 연옥 등으로 만들었고 15개의 잎사귀는 18K 금으로 만들었다. 213개의 다이아몬드로 만든 장식과 가넷으로 만든 36개의 만다린 꽃도 보인다.

순금 7725그램으로 만든 미륵사지석탑 전시품과 미륵사지석탑에서 나온 사리장엄을 모델로 만든 사리장엄 순금 전시품 앞에서 관람객들이 발걸음을 멈춘다.

젊은 연인들은 탄생석을 전시한 곳에서 떠날 줄 모른다. 월별로 전시된 탄생석의 원석과 가공품이 불빛에 반짝이는데 햇살을 받아 빛나는 꽃잎 같다.

보석박물관 옆에 보석을 파는 주얼리팰리스 건물이 있다. 4월9일부터 20일까지 보석축제가 열린다.

건물을 나오면 함벽정이 여행자를 기다린다. 함벽정은 1920년 경 왕궁저수지를 만들면서 세운 정자다. 저수지 주변 벚꽃나무를 심었다. 왕궁저수지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봄꽃 향기가 느껴진다. 함벽정 아래 벚꽃이 햇볕을 받아 보석박물관에서 본 보석처럼 반짝인다.

보석박물관 관람시간은 오전 10시 ~ 오후 6시(매표시간은 오전10시 ~ 오후 5시). 매주 월요일과 1월1일 휴관이다. 관람료는 1000원 ~ 3000원.

 

▲ 왕궁다원은 오래된 한옥집이다. 한옥의 운치가 아름답다 ⓒ장태동
4대째 내려오는 아름다운 한옥
보석박물관에서 가까운 거리에 4대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름다운 한옥이 있다. 한옥은 ‘왕궁다원’이라는 이름의 다원으로 쓰이고 있는데 한옥의 운치를 느끼며 그윽한 차향에 분주한 여행길에서 여유를 찾는다.

왕궁다원에서 여행자를 처음 맞이하는 것은 해학적인 모양의 작은 장승이다. 웃음 가득한 얼굴에 주름이 많고 혀를 길게 내민 표정의 나무장승 옆에 홍매화가 붉게 피었다. 모양과 향기가 일반 매화보다 더 매혹적인 홍매화가 할아버지 같은 장승 옆에 피었다. 새 봄빛 아래 꽃과 장승, 대비 자체가 상징이 되는 풍경이다. 

▲ 왕궁다원에서 차 한 잔 마시며 휴식을 즐긴다 ⓒ장태동
오래된 한옥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이야기다. 왕궁다원 현재 주인의 고조부 때에 지었다는 이 집은 기둥과 서까래 보 등 집을 이루는 기본적인 틀은 예전 그대로다. 예전에는 건물이 더 많았는데 세월이 흐르며 지금의 건물만 남았다.

사랑채를 지나면 안채(본채)가 나오고 본채 옆에 별채가 있다. 별채 앞 우물에는 아직도 물이 고여 있다. 건물에 둘러싸인 마당이 깊어 보인다. 봄 햇살 받은 한옥 벽에 꽃 그림자가 비친다. 추녀에 매달린 풍경 그림자가 벽에 비친 꽃그림자 위에서 바람결에 따라 흔들린다. 그림자가 만든 풍경도 아름다운 봄이다.

 

▲ 왕궁다원 홍매화와 장승 ⓒ장태동
왕궁리5층석탑과 고도리 불상
왕궁리유적지에 가면 국보 제289호 왕궁리5층석탑을 볼 수 있다. 익산 왕궁리유적지는 마한의 도읍지설, 백제 무왕의 천도설이나 별도설, 안승의 보덕국설, 후백제 견훤의 도읍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발굴조사 결과 이 유적은 백제 후기∼통일신라 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익산에서는 무왕의 천도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

▲ 왕궁리5층석탑 ⓒ장태동
유적지 한쪽에 있는 왕궁리유적전시관에서 4월13일까지 ‘유물로 보는 백제왕도 익산’전시회를 연다. 입점리 고분에서 출토된 금동신발,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금동 풍탁, 녹유서까래기와, 왕궁리5층석탑에서 출토된 사리병과 사리함, 제석사지 폐기장에서 나온 천부상(얼굴) 등이 눈길을 끈다.

왕궁리유적지에서 볼 수 있는 것들 가운데 국보 제289호 왕궁리5층석탑이 백미다. 관람시간은 오전9시~오후6시. 매주 월요일, 1월1일은 휴관이다. 관람료는 없다.

▲ 왕궁리5층석탑에서 나온 사리함 ⓒ장태동
왕궁리유적지에서 가까운 거리에 고도리 석조여래입상 있다. 보물 제46호로 지정된 이 불상은 200m 거리를 두고 마주 서 있는 2구의 석상이다.

고려시대에 만들어 진 불상은 얼굴과 손, 옷주름과 대좌 등을 얇게 표현했다. 짧은 코와 가는 눈, 작은 입 등은 토속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고도리 석조여래입상은 기원의 대상으로서의 불상이 아니라 국토를 지키려는 뜻에서 세운 불상에 가깝다. 하지만 불상은 기원의 대상도, 국토를 지키는 의미도 아닌 옆집 아저씨 옆집 할아버지 같은 인상이다.

이 불상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처음에는 멀리서 바라본다. 두 번째는 불상 주위를 한 바퀴 돌며 바라본다. 세 번째는 불상 아래 쭈그리고 앉아 올려본다. 보는 시각에 따라 각기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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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