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분야, 김연아가 필요해
목재분야, 김연아가 필요해
  • 박광윤 기자
  • 승인 2014.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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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南友[나무]

대한민국의 동계올림픽이 재밌어졌다. 예전 동계올림픽은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나는지 모를 정도로 무관심하게 지나가 버리곤 했다.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의 인기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동계올림픽이 인기가 많아지기 시작한 건, 당연히 우리 선수들이 메달을 따면서 부터다. 처음엔 쇼트트랙에서만 땄지만 점차 메달을 따는 종목이 많아졌고, 대한민국은 어느새 ‘TOP 10’ 안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지난 2월 막을 내린 소치올림픽, 국가 순위가 약간 처지긴 했어도 국민적 응원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응원할 선수들이 무척 많았고, 누구보다 ‘김연아’에 대한 믿음은 종교와도 같았다.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김연아로부터 시작됐다. 그 전엔 국민들 대다수가 그 종목이 뭘 겨루는 경기인지도 잘 몰랐다. 당연히 누가 더 잘하는지 판가름하는 것은 일반 사람들의 몫이 아니었다. 그냥 김연아니까 응원을 했고, 김연아니까 재미있었다. 그런데 경기를 보다 보니 룰도 알게 됐고, ‘왜 김연아 김연아 하는지’ 피부로 깨닫게 됐다. 김연아의 거침없는 질주와 점프에 넋을 놓으며 피겨스케이팅의 매력에 빨려들어 갔다. 피겨스케이팅은 원래부터 그렇게 멋진 종목이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피겨스케이팅의 매력에 빠져든 것은 그 종목 자체가 아니라 ‘김연아’ 때문이었다.

“피겨스케이팅 많이 사랑해주세요” 김연아가 TV에 나와 이렇게 말을 하는데 어떻게 사랑을 안 할 수가 있단 말인가.

 

어느 분야든 대중적 저변 확장은 스타를 만들고 미디어를 만나면서 극에 달한다. 그래서 스타 만들기에 대한 논의는 소외된 스포츠 종목에서 항상 나오는 이야기다. 하지만 스타 만들기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사회적 위상과 정체성을 고민하는 모든 학계, 산업계의 공통된 논의 중 하나다. 스타 과학자나 스타 교수들이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고, 자기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면서 대중적 이해도와 친밀감을 높이는 것. 특히 대중적 저변이 약한 분야에서는 한번쯤 꿈꾸게 되는 유혹이다.

세계적인 연구업적이 주목을 받아 스타가 된 전문가도 있고, 전문성보다는 대중적 친밀감이 장점이 돼 스타가 된 전문가도 있다. 최근 TV 쇼 프로그램에는 남다른 끼로 인기를 얻는 스타 전문가들이 채널마다 홍수처럼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무조건 대중적 스타를 양산하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로서의 존경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사람이 자칫 분야를 대표하는 양 왜곡되면 오히려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분야의 요구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되고, 예상치 못한 후폭풍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것.

 

아직 한국에는 DDP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 같은 손에 꼽을 만한 세계적인 건축가는 없다. 그러나 정치를 하는 건축가 김진애나 일밤 러브하우스에 출연했던 건축가 양진석 등은 모두 대중적 인지도가 높았던 스타 건축가 중 한 명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건축의 대중성은 목재분야에 비해 상황이 많이 좋은 편인 듯하다.

목재분야에서도 대중적인 스타 탄생이 가능할까.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인정받은 산림청의 한 연구원은 어떤가. 남다른 친화감으로 목재에 대한 이야기를 매우 재밌게 풀어낼 목재 전문가는 없을까. 토크쇼에 가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끼 많은 스타 전문가 중에 ‘목재 전문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MBC 무한도전’에 전화를 걸어 예능적 요소를 가미한 ‘나무로 집짓기’ 도전 과제를 제안해 보는 건 어떨까? 목재회사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제작에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일은 없을까.

“무엇보다 스타로 발돋움하려는 목재전문가가 나타났을 때, 그에 대해 엄격한 자격 논란이나 시기 질투를 접고 물심양면 협조할 마음의 준비는 돼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