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돌아보니 인생 곳곳에서 참 큰 일 했다. 태어나 첫 생일 오래 살라고 엄마는 국수를 삶았다. 배필 만나 화촉 밝히던 날 국수타래처럼 엉켜 함께 잘 살라고 국수를 끓였다. 이런 날이 아니더라도 이러구러 살면서 밥 넘기기 힘들 때마다 한 마디, 국수나 해먹자! 전국의 모든 국수가 고맙다.
오징어찌개? 오징어국수? <대전 소나무집 오징어국수>
충남 공주는 칼국수가 유명하다. 20대 때부터 ‘공주 칼국수’를 먹었으니 적어도 20~30년 전부터 ‘공주 칼국수’는 유명했던 거다. 공주칼국수는 대부분 벌겋고 얼큰한 칼국수인데, 그 가운데 담백하고 깔끔한 칼국수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집이 있다. 고가네칼국수가 그 집이다. 이집은 우리밀로 면을 만든다. 잘 정제된 수입밀가루와는 식감부터 다르다. 사골육수에 표고버섯, 배추, 호박 등 갖은 채소들이 들어가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맛을 완성한다. 육수가 끓으면 면을 넣어 즉석에서 끓여 먹는다. 순박한 면발을 후루룩하고 흡입하면 면과 함께 육수가 입안으로 들어오면서 입안 가득 칼국수의 맛이 들어찬다. 씹을수록 구수한 면발의 맛은 매콤하고 신선한 겉절이의 맛과 딱 맞아 떨어진다. 잘 익은 깍두기가 면발과 국물, 겉절이 사이에 있는 맛의 간극을 채워준다.
고가네칼국수 041-856-6476
경기도 여주 천서리에 가면 막국수 마을이 있다. 그중 종종 들리는 홍원막국수집으로 들어갔다. 옛날에는 맛이 거칠고 양념이 강해서 막 먹어야 될 것 같았는데 요즘에는 맛이 세련되고 많이 부드러워져서 막 먹는 맛이 반감됐다. 물국수 보다 비빔국수가 입맛에 맞는다. 막국수의 잔잔한 맛을 책임지는 부재료는 오이와 무, 깨소금, 고기, 김 등이다. 시원한 무와 고소한 고기 맛이 비빔장과 면발의 맛과 어린다. 함께 씹으면 시원하면서 고소한 첫 맛에 이어 맵고 개운한 뒷맛이 오래도록 입에 남는다. 계산을 하는 데 주인아저씨가 식당 한쪽 테이블을 가리키며 “우리 집도 대를 이어 국수를 말고 있지만 저 손님들도 대를 이어 우리 집을 찾아 주네요”라며 웃는다.
홍원막국수 031-882-8259
찬 기운 몰아내고 열기를 북돋는 음식 <충북 옥천 선광집 생선국수>
강원도 정선 재래시장 안 식당골목에 가면 장칼국수를 먹을 수 있다. 장칼국수라고 해서 된장이나 고추장을 국수에 풀어먹는 게 아니라 메주가루를 넣어 끓이는 거다. 구수한 콩가루라고 생각하면 된다. 총총 썬 묵은지와 김가루 깨소금이 기본적인 고명으로 올라간다. 기호에 따라 청양고추 다진 것과 양념장을 넣어 먹는다. 구수하고 칼칼한 맛이 일품이다. 다른 칼국수와 다른 건 묵은지와 양념장이다. 엇비슷한 칼국수 맛을 차별화하는 묵은지와 맛있는 간장으로 만든 양념장이 중요하다. 단골식당 033-562-5759
충북 청주시 서원대학교 후문 부근에 아지트손칼국수가 있다. 상호가 ‘아지트’다. 2000년에 문을 열었으니 식당 역사도 길지 않고 칼국수에 들어가는 재료도 호박 마늘 김가루 등 평범하다. 육수도 다른 집에서도 쓰는 사골우린 국물이다. 여기까지는 다른 집과 크게 다를 게 없는데 다른 게 몇 개 있다. 하나는 육수에 국수 삶은 물을 약간 섞는 것이다. 풋풋한 밀가루 향기가 살짝 풍기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국수에 넣는 지고추 다진 것과 고추가루양념장이 국수의 맛을 풍부하게 해준다. 특히 매년 늦가을에 담는 지고추는 이집 칼국수 맛을 결정짓는 결정타다. 아지트손칼국수 043-284-1251
칼국수에 퍼지는 굴향기 <서울 동작구 흑석동 동해칼국수>
동해칼국수 02-813-6266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