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열전
국수 열전
  • 나무신문
  • 승인 2014.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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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음식이야기

국수, 돌아보니 인생 곳곳에서 참 큰 일 했다. 태어나 첫 생일 오래 살라고 엄마는 국수를 삶았다. 배필 만나 화촉 밝히던 날 국수타래처럼 엉켜 함께 잘 살라고 국수를 끓였다. 이런 날이 아니더라도 이러구러 살면서 밥 넘기기 힘들 때마다 한 마디, 국수나 해먹자! 전국의 모든 국수가 고맙다. 

 


오징어찌개? 오징어국수? <대전 소나무집 오징어국수>


대전역 부근 소나무집은 오징어국수를 50년 가까운 세월 끓이고 있다. 오징어국수는 독특하면서 평범하다. 독특한 것은 맛이다. 첫 맛은 재료들의 맛이 붕 떠있는 듯,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맛인데 계속 먹다 보면 입에 붙는다. 평범한 것은 이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다. 오징어국수에 들어가는 재료는 총각김치묵은지, 오징어, 국수사리 세 개다. 매년 가을 총각김치를 담아 1년 정도 묵힌다. 총각김치묵은지를 꺼내 무를 얇게 썬다. 오징어와 국수사리는 그때그때 준비한다. 국수는 살짝 삶아 나오기 때문에 오징어와 국물 맛을 조금 본 다음에 국수를 넣는다. 진정한 맛은 국수사리를 넣고 난 뒤 국수가 잘 익을 때쯤 나온다. 그 때 면을 건져 먹고 국물을 마시면, 그 맛이 입안에 착착 달라붙는다. 이 집 오징어국수는 국물 없는 오징어볶음, 국물이 있는 오징어찌개, 오징어찌개에 국수를 넣은 오징어국수로 변해왔던 건 아닐까 상상해본다.  소나무집  042-256-1464

 

우리밀 칼국수 <충남 공주 고가네칼국수>
충남 공주는 칼국수가 유명하다. 20대 때부터 ‘공주 칼국수’를 먹었으니 적어도 20~30년 전부터 ‘공주 칼국수’는 유명했던 거다. 공주칼국수는 대부분 벌겋고 얼큰한 칼국수인데, 그 가운데 담백하고 깔끔한 칼국수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집이 있다. 고가네칼국수가 그 집이다. 이집은 우리밀로 면을 만든다. 잘 정제된 수입밀가루와는 식감부터 다르다. 사골육수에 표고버섯, 배추, 호박 등 갖은 채소들이 들어가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맛을 완성한다. 육수가 끓으면 면을 넣어 즉석에서 끓여 먹는다. 순박한 면발을 후루룩하고 흡입하면 면과 함께 육수가 입안으로 들어오면서 입안 가득 칼국수의 맛이 들어찬다. 씹을수록 구수한 면발의 맛은 매콤하고 신선한 겉절이의 맛과 딱 맞아 떨어진다. 잘 익은 깍두기가 면발과 국물, 겉절이 사이에 있는 맛의 간극을 채워준다.
고가네칼국수 041-856-6476

 

막 먹는 막국수 <경기도 여주 천서리 막국수>
경기도 여주 천서리에 가면 막국수 마을이 있다. 그중 종종 들리는 홍원막국수집으로 들어갔다. 옛날에는 맛이 거칠고 양념이 강해서 막 먹어야 될 것 같았는데 요즘에는 맛이 세련되고 많이 부드러워져서 막 먹는 맛이 반감됐다. 물국수 보다 비빔국수가 입맛에 맞는다. 막국수의 잔잔한 맛을 책임지는 부재료는 오이와 무, 깨소금, 고기, 김 등이다. 시원한 무와 고소한 고기 맛이 비빔장과 면발의 맛과 어린다. 함께 씹으면 시원하면서 고소한 첫 맛에 이어 맵고 개운한 뒷맛이 오래도록 입에 남는다. 계산을 하는 데 주인아저씨가 식당 한쪽 테이블을 가리키며 “우리 집도 대를 이어 국수를 말고 있지만 저 손님들도 대를 이어 우리 집을 찾아 주네요”라며 웃는다.
홍원막국수  031-882-8259 

 

찬 기운 몰아내고 열기를 북돋는 음식 <충북 옥천 선광집 생선국수>

생선국수는 각종 민물고기를 넣고 살이 으스러질 때까지 곤다. 그런 다음 그 육수에 소면을 넣고 끓여 내는 것이다. 양념장과 후추로 입맛에 맞게 조미해서 먹는다. 민물고기를 주 재료로 했으니 민물고기 냄새가 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민물고기 육수에 소면을 삶아서 뜨끈뜨끈한 상태로 식탁에 오른다. 식혀 가면서 먹어도 좀처럼 식지 않는다. 민물고기와 면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먹을 것은 없을 것이다. 반도 채 먹기 전에 머리에서 땀이 솟고 등줄기가 화끈 꺼린다. 온 몸에 땀이 난다. 술 먹은 다음날 먹으면 딱 좋겠다.   선광집  043-733-9755

 

정선의 맛 <강원도 정선 장칼국수>
강원도 정선 재래시장 안 식당골목에 가면 장칼국수를 먹을 수 있다. 장칼국수라고 해서 된장이나 고추장을 국수에 풀어먹는 게 아니라 메주가루를 넣어 끓이는 거다. 구수한 콩가루라고 생각하면 된다. 총총 썬 묵은지와 김가루 깨소금이 기본적인 고명으로 올라간다. 기호에 따라 청양고추 다진 것과 양념장을 넣어 먹는다. 구수하고 칼칼한 맛이 일품이다. 다른 칼국수와 다른 건 묵은지와 양념장이다. 엇비슷한 칼국수 맛을 차별화하는 묵은지와 맛있는 간장으로 만든 양념장이 중요하다.    단골식당  033-562-5759

 

지고추의 헌신 <충북 청주시 아지트손칼국수>
충북 청주시 서원대학교 후문 부근에 아지트손칼국수가 있다. 상호가 ‘아지트’다. 2000년에 문을 열었으니 식당 역사도 길지 않고 칼국수에 들어가는 재료도 호박 마늘 김가루 등 평범하다. 육수도 다른 집에서도 쓰는 사골우린 국물이다. 여기까지는 다른 집과 크게 다를 게 없는데 다른 게 몇 개 있다. 하나는 육수에 국수 삶은 물을 약간 섞는 것이다. 풋풋한 밀가루 향기가 살짝 풍기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국수에 넣는 지고추 다진 것과 고추가루양념장이 국수의 맛을 풍부하게 해준다. 특히 매년 늦가을에 담는 지고추는 이집 칼국수 맛을 결정짓는 결정타다.  아지트손칼국수  043-284-1251

▲ 주인 아줌마가 칼국수를 만들고 있다
▲ 손칼국수에 넣어 먹는 지고추 다진 것

 

칼국수에 퍼지는 굴향기 <서울 동작구 흑석동 동해칼국수>


흑석동 재래시장 골목에 있는 동해칼국수는 굴칼국수로 유명하다. 굴이 들어갔으니 굴 향이 나는 건 당연한 것. 거기에 기호에 따라 후추와 양념장을 넣어 먹는다. 간장에 파 매운고추고추가루 등을 넣어 만든 양념장을 넣은 것과 안 넣은 것은 맛이 많이 다르다. 양념장을 안 넣으면 굴의 독특한 맛에서 우러난 느끼함이 약간 느껴진다. 양념장을 넣으면 칼칼한 맛이 느끼함을 잡아준다. 기호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굴이 주재료라면 바지락과 감자는 부재료로 들어간다. 시장 사람들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동해칼국수  02-813-6266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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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