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에게 길을 묻다 | “힘들 내, 바닥을 치면 올라가는 법이야”
원로에게 길을 묻다 | “힘들 내, 바닥을 치면 올라가는 법이야”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4.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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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엔에스홈 박일규 회장

지난해 목재업계 68년 원숭이띠 동갑내기들이 모여 결성된 원목회(회장 김진호)는 올해부터 업계를 대표하는 원로들을 모시고 건전한 시장발전을 위한 고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키로 했다. 올해 신년 모임을 맞아 그 첫 번째 원로로 엔에스홈 박일규 회장이 초청됐다.


박일규 회장은 그가 스물여덟의 나이였던 1971년 흥일상회(자동차부품) 창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사업가의 길을 걷고 있다. 본격적인 목재와의 인연은 81년 문을 연 흥일목재부터다. ‘하나로 번창한다’는 의미다.


이런 의미처럼 흥일목재는 지난 48년 동안 나무와삶과 엔에스홈으로 변신을 거듭하면서 우리나라 목조주택 업계의 대표 주자로 자리잡고 있다. 또 정원용품 전문 쉐르보네와 페인트 등 도료 전문 펀앤하비처럼 독창성 넘치는 브랜드들로 특화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아울러 주택문화센터는 우리나라 목조주택 문화의 태동을 알리고 미래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날 모임에서 오간 이야기들을 재구성해 소개한다. 우연인지 그도 44년 잔나비띠였다.  - 편집자 주


 

“힘들 내, 바닥을 치면 올라가는 법이야.”
박일규 회장은 최근 유래 없는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 후배들에게 힘내라는 격려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유래가 없다’는 것은 지금 젊은 세대가 겪어보지 못했을 뿐, 그가 겪어야 했던 신난한 세월과는 비할 바가 아닌지도 모른다.

“스물두 살 나던 가을에 김해공병학교에서 투바이포 목재를 비롯해 합판, 페인트 등을 배웠지. 그게 직업이 된 거야. 투파이포는 국내 목재업계에서 내가 아마 제일 고참일 거야.”
그렇게 ‘좋아서 직업이 된 목재인생’은 어느 덧 48년이 흘러 우리나라 목재주택 업계를 대표하는 엔에스홈이 되었다. 순탄치만은 않은 길이었다.

“안 된다는 생각은 지금까지 거의 안 해봤어.”
어려울수록 과감한 투자와 새로운 도전에 정면으로 임하는 것. 이것이 박 회장이 지난 48년 동안 한순간도 놓지 않고 이어온 ‘사업가 정신’이다.

“IMF 사태 이후에 ‘다루끼’로 집을 지을 정도로 목조주택 업계가 엉망이 되었지. 목조주택 시장이 전부 죽을 판이었어. 그러면 우리도 다 죽는 거야. 자재업체와 시공업체는 한몸이잖아.”

이러한 위기 속에서 탄생된 게 바로 주택문화센터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그것도 생소하기만 한 ‘주택문화’를 한다고 하니 주위의 반대도 많았다. 하지만 문화가 세상을 바꾸고 주택문화가 주택사업도 바꿀 것이라는 박 회장의 판단은 적중했다.

이후 리먼사태와 같은 새로운 시련 속에서도 박 회장의 사업 철학은 꺾이지 않았다.
“바비큐 용품 같은 정원용품을 전시회에서 36부스나 크게 출품한 것은 아마 쉐르보네가 처음일거야. 그때는 정원용품에 대한 인식 자체가 많지 않았을 때니까. 또 요즘은 일반화되다시피 한 패인팅 교육도 펀앤하비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어. 사람들은 가뜩이나 어려울 때, 돈을 벌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돈 나가는 일을 한다고 반대가 심했지.”

제품 개발에 대한 열정도 빼놓을 수 없다. 박 회장은 지금은 누구나 다 쓰고 있는 방부목과 유럽산 레드파인 루바를 개발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엔에스홈에서 그동안 론칭한 창호만 일곱 개에 달한다. 쉐르보네 페인트 브랜드가 10개가 넘는다.

박 회장이 그동안 개발한 제품들이 지금의 목조주택 시장을 만들어 가는 핵심 키워드인 셈이다. 그리고 그가 우리에게 던지는 마지막 키워드는 상생의 길이다.

“우리는 경쟁업체가 아니라 동종업계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해. 남을 도와야 내가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