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명과 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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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신문
  • 승인 2014.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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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 1.목재의 이해 1/3

▲ 린네의 첫 저서(제목:Systema Naturae;자연의 체계), 첫판은 1735년에 발간됨(사진은 1748년판). 싱가폴 식물원 도서관 소장
방대한 현장실사를 바탕으로 한 전문가적 식견으로 출간과 함께 화제를 접중시킨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의 주요내용을 연재한다.
저자는 지난 30여년 동안 전 세계 산림지대를 누비며 목재수종과 상용 목재자원을 조사했다. 이 중 우리나라에 도입되었거나, 앞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있는 것, 도입되었으나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수종을 중심으로 전 세계 230여 주요수종에 대한 정보를 이 책에 담았다.
- 편집자주


“Nomine si nescis, perit & cognitia rerum.(만약 사물의 이름을 모른다면 그 사물에 대한 지식은 쓸모없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동식물 분류학에 나오는 학명(學名)은 학교에서 학문적으로 공부하는 데만 필요하고, 실제 사업과 비즈니스에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고 관계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세계를 상대로 하는 목재 무역과 거래에 있어서 학명이란 것이 실제 비즈니스에 얼마나 도움을 주는 지는 목재를 학문적으로 깊이 공부해 보면 쉽게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제대로 깊이 알지 못하고, 단편적인 지식을 갖고 거래를 하면 많은 경우에 손해를 보는 줄도 모르고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학명을 무시하고 관심도 갖지 않고 있으므로 이러한 것을 현실에서 제대로 못 느끼고 있는 것이다. 영어로 Scientific Name이라고 불리는 학명은 동식물의 근원과 성질을 체계적으로 분류해 놓았으므로, 이 구조를 이해하면 무한히 넓게 퍼져있는 많은 수종도 알고 보면 공통의 성질을 가진 그룹으로 나눠지고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인도네시아에서 나토(Nato), 또는 냐토(Nyatoh)라고 불리는 수종은 파푸아뉴기니에서는 펜슬 시다(Pencil Cedar)라고 불린다. 이 두 수종은 Sapotaceae 과(科)의 팔라퀴움(Palaquium spp.)속(屬)에 속한 같은 수종이나 특정 지역에서 쓰이는 다른 이름에 따라 전혀 다른 수종으로 보이는 것이다. 즉 하나의 같은 수종에 대해 특정 지역에서 쓰이는 일반명(一般名)과 무역명(貿易名)은 서로 다른 것이 일반적이나, 학명은 세계 공통이므로 학명을 알게 되면, 이 다르게 보이는 두 개의 목재가 같은 수종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또 플란초넬라(Planchonella)라는 수종은 펜슬 시다와 함께 같은 Sapotaceae과에 속해 있으므로 플란초넬라 수종을 직접 보지 않더라도 그 성질이 거의 비슷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과는 영어로 family라고 한다. 즉, 같은 부모에게서 나온 형제들이 비슷한 얼굴 모양과 성질을 갖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것을 생각하면 식물의 세계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동식물의 학명은 라틴어로 되어 있어 읽기조차 생소하며 이것을 암기하려면 일반 영어단어 외우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잘 잊어버린다. 그러나 우리가 외국어를 배울 때 이해해야 할 것이 있고 암기해야 할 것은 암기해야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학명도 암기해야 할 것은 암기해야 한다.

 

Cedar(삼나무)는 침엽수이다. 학명을 모르는 일반인들도 삼나무가 바늘 모양의 잎을 가진 침엽수(針葉樹)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면 앞서 나온 펜슬 시다(Pencil Cedar)도 침엽수인가? 답은 아니다. 왜냐하면 펜슬 시다라는 일반명을 가진 나무의 학명은 활엽수인 Sapotaceae과(科) Palaquium속(屬)에 속해 있는 활엽수이기 때문이다. 미송(美松)을 일반명으로는 더글라스 퍼(Douglas Fir)라고 부른다. Fir는 전나무이므로 일반명만 보면 더글라스 퍼는 전나무라고 오해할 수 있으나, 그 학명을 보면 소나무과(Pinaceae)의 슈도츠가(Pseudotsuga)속에 속해 있으므로 전나무가 아님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학명은 많은 오해소지를 명확하게 판별해 주고 있으므로 학명에 능통한 사람은 실제 목재 거래에서 유익을 얻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대로 우리나라에서는 목재업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학명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무시하고 있다. 학명을 공부할수록 목재의 세계에 대해 체계적으로 깊고 넓게 알 수 있어 목재 무역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저자가 오랜 기간 국제적인 목재 무역과 거래를 통해 배운 경험에서 나온 것이므로 독자들에게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같은 과(科)에 속한 수종은 일반적으로 그 성질이 비슷하다. 그러나 남양재에서 가장 큰 과의 하나인 이우시과(二羽枾科, Dipterocarpaceae)와 콩과(豆科, Leguminosae)의 경우는 각 과에 속한 속(屬)이 많으므로 그 가운데에는 그 과에 속한 대부분의 수종과 성질이 전혀 다른 수종도 있다. 그러나 이런 예는 흔하지 않다. 즉, 이우시과에 속한 목재는 강도(强度)가 아주 강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그 가운데에는 아피통과 같은 아주 강한 수종이  있다. 그리고 콩과에는 일반적으로 무겁고 단단한 목재 수종이 속해 있으나 이 과에 속한 알비지아(Albizia) 같은 수종은 강한 것도 있고 약한 것도 있다. 이런 것은 결국 학명에 대하여 공부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내용들이다.  

 

참고로, 스웨덴의 동식물 분류학자 린네(Carl Von Linne)는 그의 생애를 통해 식물 7,700개와 동물 4,400개 이상을 다음과 같이 7개의 분류단계를 통해 분류하고 이름 지었다. 즉, 이들 단계는 계(界;kingdom), 문(門;division), 강(綱;class), 목(目;order), 과(科;family), 속(屬;genus), 종(種;species-아종(亞種:sub-species))이 있으나 목재상업적으로는 과, 속, 종만 알면 충분하고 이 이상은 너무 학문적이다. 학명을 영어로 표기할 때는 일정한 규칙이 있다. 학명은 보통 과(科, family), 속(屬, genus), 종(種, species)을 주로 쓰는데 영어 표기시 그 규칙은 다음과 같다. 

 
- 첫째; ‘과’의 첫 철자는 대문자로 쓰고 나머지 철자는 소문자로 쓰거나 과 전체 단어를 대문자로 쓴다.(예; Sapindaceae 또는 SAPINDACEAE)
- 둘째; ‘속’은 첫 철자만 대문자로 쓰고 나머지는 모두 소문자로 쓴다(예;  Pometia).
- 셋째; ‘종’은 모두 소문자로 쓴다(예; pinnata).
- 넷째;  속과 종은 이탤릭체로 써야 한다. 이탤릭체 활자가 없으면 속과 종 밑에 줄을 쳐야 한다. 그러므로 Taun(일반명)의 정확한 학명(과·속·종)은 다음과 같다.
Sapindaceae(과) Pometia(속) pinnata(종)
또는 Sapindaceae Pometia  pinnata

 

종 뒤에는 처음 발견하고 명명한 사람의 이름을 붙인다(예, Apocynaceae Plumeria obtusa L.(이 식물을 처음 발견하고 이름을 붙인 린네(Linne)의 약자.)). 그러나 어느 종을 누가 처음 발견하고 학명을 붙였는 지는 목재의 수종에 따른 성질과는 전혀 관계가 없으므로 학명을 통해  목재를 공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한편 일반적으로 학명이라고 하면 보통 속, 종만 표기하므로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목재 관련 서적의 경우, 일반명 옆에 단지 속과 종만을 학명이라고 표시해 놓은 것들이 있다. 이는 그 수종의 성질을 학명만을 보고 판단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명이 도움을 주려면 적어도 과(科)도 함께 표시해 주어야 한다(각 과마다 고유의  성질을 갖고 있으므로).

또한 종(種)을 표기할 때는 그 종의 정확한 이름을 써주는 것이 좋으나 어느 속(屬) 속에 여러 종이 들어가므로 구분을 할 필요가 없거나 속만 표시하여도 충분할 경우에는 영어(소문자)로 sp. 또는 spp.라고 붙여주는데 이는 species의 약어이다. 어느 것을 사용하여도 동일한 뜻이므로 아무 문제가 없다(예; Pometia sp. 또는 Pometia spp.).

 

  • 더 자세한 내용은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22페이지 참조.

 


권주혁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8개월 배낭여행 25개국 포함, 90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현재, 동원산업 상임고문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