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南友[나무] | 2013년 동심원을 크게 그리다
COLUMN 南友[나무] | 2013년 동심원을 크게 그리다
  • 박광윤 기자
  • 승인 2013.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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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여름에는 나무의 성장이 왕성해지고, 가을에는 성장이 더디다가 겨울이 되면 잠시 성장을 멈추기를 반복하면서 나무는 일 년에 한 개씩 나이테를 새긴다. 이는 봄과 여름에는 세포분열이 활발해 성장속도가 빨라지면서 부피는 커지는 대신 색은 연하고 성긴 조직이 되지만, 가을부터는 성장 속도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세포의 부피는 작지만 조직이 치밀하고 색이 진하게 된다. 이런 부피 큰 연한 조직과 부피가 작은 짙은 조직이 번갈아 만들어지면서 나이테를 그리게 되는 것. 그래서 추운 지방보다 더운 지방의 나무들이 더 넓은 간격의 나이테를 지니게 되며, 사계절이 뚜렷한 지역의 나무들은 나이테가 진하고, 일 년 내내 춥거나 일 년 내내 더운 지역의 나무들은 나이테를 확인하기 힘들다. 나이테는 역경의 댓가인 셈. 

 

같은 나무라도 성장에 차별을 받기 십상이다. 태양은 보통 남쪽에서 오래 머무르기 때문에 나이테는 남쪽 방향으로 더 두껍게 형성된다. 또한 어느 해 여름, 우기가 길거나 유난히 햇빛 보는 시간이 적었다면 나무는 고스란히 이를 나이테에 기록한다. 모든 사람의 인생이 각기 다르듯, 나무의 삶도 모두 다르고 나이테도 모두 다르다. 당연하지만 신기한 자연의 섭리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원목 느낌’이라는 것은 사실 한 나무의 일생을 두고 형성된 매우 고유하고 가치있는 무늬다. 단 몇 시간만에 디자이너가 흉내낼 수 없는, 수 년 수십 년 동안을 나무 스스로 작업한 일생의 역작이다. 나무 무늬가 다 거기서 거기 같으면서도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이유는 예술 혼을 넘는 생의 역정이 모두 담겼기 때문이 아닐까.

2013년이 저물고 있다. 목재법 시행만으로도 전환의 시대를 살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올 한해 목재분야의 나이테는 아주 큰 동심원을 그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얼마 전 임업진흥원이 마련한 워크샵에는 사람들이 넘쳤다. 관심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아직은 변화에 대한 의구심이 더 크다는 느낌이다. 이런 관심과 우려를 모두 안고 내년엔 더 큰 성장으로 더 큰 동심원을 그리길 기대한다. 한 품에 안기는 작은 나무보다 여럿이 손잡고 껴안는 큰 나무가 되길, 목재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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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