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의가 필요하다
사설-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의가 필요하다
  • 나무신문
  • 승인 2007.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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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야 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경제원칙이다. 그러나 이 원칙은 말 그대로 ‘기본’일 뿐이라는 사실을 우리 목재업계는 간과하고 있다. 이윤추구의 방법에 앞서 경제정의가 실현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는 말이다.

건설사 등 대기업과의 거래에 있어 목재업계의 가장 큰 불만은 제값을 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값을 받지 못하니 제대로된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냐는 볼멘소리다.

하지만 이와 같은 고질적인 관행은 목재업계 내에서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가격을 최우선 하는 납품조건에 제품경쟁력은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 어떻게 하면 저질의 제품을 그럴싸하게 생산할 수 있느냐가 기업의 경쟁력이 돼버리는 웃지 못 할 지경에 이른 게 우리의 현실이다.

공통의 목적이 상실됐다는 말이다. 목재업계 공통의 목적은 두 말할 나위 없이 산업의 건강한 발전과 그에 따른 목재소비문화의 확산에 있다. 개개의 기업이 이러한 업계 공통의 목적을 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데에 경제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

제품경쟁력이 아니라 값싼 제품으로 밀어붙여 경쟁자를 죽이겠다는 속셈은 부메랑이 되어 자신의 정수리를 노린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플라스틱과 같은 대체품이 안방을 차지하고 목재는 뒷전으로 물러난 현재의 목재시장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 앞에서는 대기업의 횡포에 비분강개하면서도 뒤로는 자신도 똑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게 우리 업계의 형국이다. 더욱이 이를 비판하고 감시해야 할 언론도 이와 같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이 우리를 또 비참하게 한다. 겉으로는 그럴싸한 언변으로 단가경쟁의 폐해를 부르짖으면서 속으로는 싼값으로 남을 죽이겠다는 술수나 부리는 게 일부 언론사의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남이 살아야 나도 살 수 있다. 당장은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그것이 공통의 목적을 해한다면 결코 이익이 될 수 없다. 터무니없이 싼 가격을 내세운다면 사지도 말아야 한다. 당장의 이익을 포기하고 그런 업체를 일찌감치 퇴출시켰다면 전근대적 언어인 ‘부도’라는 말이 다시 쓰이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저곳에서 싸게 판다고 하니 당신도 싸게 팔아야 한다’는 식의 요구는 수완이 아니라 후안무치다. “저가 나무만 찾다보니 품질에 대한 개념이 없어졌다”는 한 자재업체 원로의 지적을 우리는 귀담아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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