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줄기와 물줄기가 펼치는 파노라마
산줄기와 물줄기가 펼치는 파노라마
  • 나무신문
  • 승인 2013.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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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충북 제천 청풍호자드락길과 비봉산 정상 전망대

▲ 비봉산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물 보다 산이 더 요동친다. 물결이 아니라 ‘산결’이다. 파도처럼 산줄기가 저 먼 곳부터 넘실대며 밀려온다. 그 품에 안긴 호수는 아무 일 없는 듯 잔잔하다. 격동이 품은 평정이다. 풍경은 사람 사는 모습을 닮고 마음은 풍경을 닮아간다. 

 

산과 물이 만든 자드락길
1016m 높이의 금수산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숲이 우거져 예로부터 약초가 많이 난다. 약초와 함께 절벽에 지은 절 정방사와 냉풍혈이 있는 얼음골, 용이 승천했다는 용담 등이 유명하다.

금수산 자락 청풍호 주변 길에 제천시는 자드락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자드락길이란 나지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땅에 난 좁은 길이란 뜻이다.

자드락길은 7개 코스다. 1코스는 청풍 만남의 광장에서 능강교까지 이어지는 19.7km의 작은동산길, 2코스는 능강교에서 정방사까지 1.6km를 걷는 정방사길, 3코스는 능강교에서 얼음골에 이르는 5.4km 얼음골생태길, 4코스는 능강교에서 상천민속마을까지 이어지는 7.3km 녹색마을길, 5코스는 상천민속마을에서 출발해 옥순대교에서 끝나는 5.2km 옥순봉길, 6코스는 옥순대교와 지곡리를 잇는 9.9km 괴곡성벽길, 7코스는 지곡리에서 율지리 말목장까지 걷는 8.9km 약초길이다. 이 밖에 옥순대교~지곡리 간 배를 타고 풍경을 감상하는 뱃길도 있다. 뱃길은 자드락길 6코스가 끝나는 지곡리에서 배를 타고 옥순대교(옥순봉 휴게소)에서 내리는 코스다.

 

▲ 제천 청풍호 자드락길 얼음골생태길 도중에 만난 돌탑. 돌탑 부근 옛 암자 자리까지만 갔다가 다시 되돌아 온다
능강교에서 돌탑까지 걷다
자드락길 중 능강교에서 얼음골까지 이어지는 5.4km 얼음골생태길을 걷기로 했다. 능강계곡의 맑고 푸른 물줄기가 거대한 암반바위 위를 미끄러지듯 흐른다. 푸른 소나무가 거대한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리고 계곡을 푸르게 물들인다.

계곡 초입에서 정방사길과 얼음골생태길이 갈라진다. 얼음골생태길로 접어든다. 편도 5.4km 80분 소요, 안내책자에서 얻은 정보로 시간을 가늠해보니 냉풍혈이 나오는 얼음골까지는 어렵겠다. 

오르막길이 없어 편하게 걷는다. 계곡을 옆에 두고 걷는 길은 어디나 명랑하다. 계곡 물소리가 마음을 ‘똘똘똘’ ‘콸콸콸’ 만드니 길도 그렇게 느껴지는 거다. 발걸음도 경쾌하다. 통나무 다리를 건넌다.

얼음골생태길 주요 볼거리는 돌탑과 취적대, 얼음골이다. 능강교에서 돌탑까지는 1.4km다. 돌탑을 지나 암자가 있던 곳에 이른다. 암자가 없어진 지 얼마 안 됐나 보다. 암자 터에 삶의 흔적이 남아 있다. 누구의 소원을 빈 것일까 무엇인가 타다 남은 흔적이 보인다. ‘잡귀 잡신은 흐르는 물 따라 저 멀리 흘러가고 만복은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이 땅의 만백성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알게 모르게 스며들라’고 마음속으로 읊조린다.

암자에서 나오는 데 작은 계곡 물소리가 크게 들린다. 물가에 앉아 손을 씻고 세수를 한다. 계곡물은 여름에는 시리도록 차가운데 날이 추울수록 따듯하게 느껴진다. 자연의 이치가 세상사에도 유효했으면 좋겠다.

 

▲ 비봉산 정상 전망대로 올라가는 모노레일
제천 여행의 마지막이자 시작인 비봉산 정상 전망대
얼음골생태길은 여기까지다 싶었다. 능강교를 출발해서 암자 터에서 잠시 머물다 돌아 나와서 능강교에 도착하기 까지 왕복 1시간 정도 걸렸다. 능강교에서 약 10km 정도 떨어져 있는 비봉산으로 향한다.

비봉산으로 올라가는 모노레일을 탔다. 정상 전망대에 도착하는 데까지 20여 분 정도 걸렸다. 비봉산 정상 전망대는 360도 시야가 터진 곳이다. 정상 전망대를 빙 둘러서 산에 산이다. 

백운산, 국사봉, 수름산, 감악산, 석기암, 용두산, 대덕산, 대미산, 만수봉, 덕주봉, 월악산 영봉, 중봉, 주흘산, 박달산, 관봉, 등곡산, 황학산, 용두산, 송학산, 작성산, 오음봉, 학봉, 신선봉, 금수산, 망덕봉, 비로봉 등 저 멀리서부터 비봉산 전망대까지 산에 산이 겹치고 겹쳐 파도처럼 밀려오는 것 같다.

산이 만든 결이 요동친다. 그 결과 결 사이에 고인 청풍호 물이 결 없이 거울처럼 고였다. 물 보다 산이 더 요동친다. 물결이 아니라 ‘산결’이다. 파도처럼 산줄기가 저 먼 곳부터 넘실대며 밀려온다. 그 품에 안긴 호수는 아무 일 없는 듯 잔잔하다. 격동이 품은 평정이다. 풍경은 사람 사는 모습을 닮고 마음은 풍경을 닮아간다. 

 

▲ 제천 청풍호 자드락길 얼음골생태길. 나무다리를 통해 계곡 물을 건넌다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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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