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골목에 부는 가을 바람
옛 골목에 부는 가을 바람
  • 나무신문
  • 승인 2013.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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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경남 마산 창동예술촌과 팔용산 돌탑

▲ 창동예술촌 골목 밤 풍경
가을 낮에는 자연을 즐기고 밤엔 골목을 즐긴다. 저수지와 돌탑이 있는 팔용산 둘레를 지나 도착한 골목에 예술의 향기가 진하다.

 

마산의 향기
창원 보다는 마산이 낫다. 마산과 진해 창원이 창원시로 묶이면서 마산이라는 이름이 갖는 아득한 향수가 사라졌다.

향수의 진원은 바다다. 망망한 대해의 가슴 트이는 풍경도 아니고 수려한 기암괴석이 바다를 수놓은 것도 아니다. 짭조름한 바다에 기대어 살아가는 바닷사람들 이야기가 아득할 뿐이다.

1760년 조창이 설치되면서 세금으로 거두어들인 물품을 보관하고 지키는 군영이 생겼다. 조창에 근무하는 공무원들과 조창을 지키는 군인들 덕에 상권이 형성되고 사람들이 모이게 됐다.

1800년대에 들어서 마산항 주변에 객주가 130호나 됐다. 1948년에는 객주 협의기관인 합포사가 조직되고 1962년에는 마산어업조합이 설립됐다. 200개가 넘는 점포가 바다 냄새 진한 마산 어시장 주변에서 장사를 한다. 하루에 적게는 3만 명 많으면 5만 명이 어시장과 그 주변 마산의 바다를 찾는다. 마산의 향기는 어시장과 그 주변 바다에 있다.

 

▲ 팔용산 돌탑군락. 봉암수원지에서 팔용산 정상을 거쳐 돌탑군락지까지 이어지는 산길이 있다. 봉암수원지에서 다시 나와 돌탑군락지 입구까지 차량으로도 갈 수 있다
천 개의 돌탑이 있는 풍경
어시장 건너편 복요리거리에서 복어국을 먹고 가을볕을 즐기러 간다. 복요리거리에서 약 4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봉암수원지에 도착했다.

1930년에 완공된 수원지 시설물은 등록문화재이다. 수원지 둘레 1.6km에 산책길을 조성했다. 수원지 입구에서 수원지 댐까지 약 1.3km를 걷는다. 수원지 댐 바로 아래 분수가 있는 데 나뭇가지 사이로 햇볕이 들면 무지개가 생긴다. 이른바 ‘무지개분수’ 앞에서 잠깐 쉰 뒤에 수원지 댐으로 올라가 수원지 둘레길 1.6km를 걸어서 다시 수원지 댐으로 돌아온다.

▲ 봉암수원지 둘레길에 있는 월명교
수원지가 있는 산이 팔용산인데 정상을 지나 돌탑군락지로 이어지는 등산도 즐길 수 있다. 아니면 봉암수원지에서 다시 나와 차를 타고 돌탑군락지 입구까지 갈 수 있다. 봉암수원지에서 나오면서 큰 길(봉양로)을 만나면 우회전, 삼거리에서 마산역?동부경찰서 방향 오른쪽 길, ‘팔용산돌탑’ 이정표 따라 우회전한 뒤에 주차장에 주차하고 조금만 올라가면 돌탑군락지가 나온다.

숲속에 1000개의 돌탑이 있는 풍경이 장관이다. 한 사람이 다 쌓았다. 돌탑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간다. 사방이 다 돌탑이다. 데크로 만든 길로 접어들면 위에서 돌탑 풍경을 내려다 볼 수 있다.

데크길을 따라 걷다보면 돌탑군락지 입구로 다시 나오게 된다. 어마어마한 규모도 아니고 돌탑 자체가 아름답지도 않다. 작은 돌 하나하나 쌓아 만든 돌탑 1개, 그리고 그렇게 1000개의 돌탑, 한 사람의 의지가 돌탑을 빛나게 한다.

 

▲ 1953년 시인 김춘수가 시화전을 열었던 백랑다방 자리에 백랑갤러리가 문을 열었다.
뒷골목에 부는 예술의 바람
어느 도시나 뒷골목은 있다. 그리고 뒷골목을 어슬렁거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봉암수원지와 팔용산 돌탑군락지를 보고 옛 마산의 뒷골목으로 돌아왔다. 창동, 조선시대 조창이 설치됐다고 해서 마을 이름이 창동이다.

창동 일대 뒷골목은 옛 마산의 번화가이자 50~80년대 문화예술의 중심지였던 창동과 그 주변에 새롭게 문화예술의 거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마산예술흔적골목’, ‘문신예술골목’, ‘에꼴드창동’ 등 세 가지 테마로 꾸며진 골목에서 여행자는 옛 마산의 낭만을 즐기면 된다.

남성로 하나대투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사이 골목이 250년 전 골목길이 시작 되는 곳이다. 그 골목 앞 브이원모텔이 있는 곳까지 옛날에는 바닷가였다. 그러니까 바닷가 마을 골목 어귀가 현재의 남성로 하나대투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사이 골목이었던 것이다.

250년 전 골목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왼쪽에 창동복희집 간판이 보인다. 1971년부터 영업을 해오고 있는 분식집이다. 팥빙수와 단팥죽 떡볶이 튀김 등 초창기 메뉴와 함께 우동 라면 김밥 등도 판다. 추억의 분식집에서 간단하게 배를 채운 뒤 창동예술촌 골목으로 들어간다.

▲ 창동예술촌. 굴렁쇠 굴리는 아이들이 있는 풍경
좁은 골목길에 아기자기한 점포들이 낭만적으로 들어앉았다. 벽화와 설치미술작품도 보인다. 1950년대 김춘수 시인이 시화전을 열었던 백랑다방 자리에 백랑갤러리가 들어섰다. 이 골목은 시인 김춘수, 천상병, 이선관 등과 시인이자 연극인이었던 정진업, 미술가 문신 등 예술인들의 흔적이 있는 곳이다.

예술촌 골목답게 옛 문화예술의 명성 위에 지금도 다양한 예술작품을 볼 수 있다. 골목 구경을 하다보면 토우만들기, 냅킨공예, 쵸크공예, 폼공예, 유리공예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곳도 만나게 된다.

문화예술의 향기와 골목의 낭만적인 정서에 촉촉하게 물든 마음은 골목 카페에 앉아 마시는 차 한 잔에 더 깊어진다.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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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