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한옥, 한옥 대중화시대 ‘성큼’
반값한옥, 한옥 대중화시대 ‘성큼’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3.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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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기술개발연구단, 평당 700만원대 보급한옥 개발
“8월 활성화 방안 발표”…전통목수가 쪽박깨나 ‘눈총’

 

▲ ‘반값한옥’ 실현을 골자로 한 ‘우리가 원하는 한옥’ 세미나가 지난달 국가한옥센터와 한옥기술개발연구단 공동주최로 열렸다.
‘반값한옥’ 실현 등 한옥의 대중화 및 산업화에 힘이 실리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의 대중 한옥 시장은 디자인 개발을 통한 목재·기와 등 부재 사용량 감축, 건신공법을 이용한 공기단축 및 단열성능 강화, 철물을 이용한 한옥목수 배제 등으로 흐를 전망이다.

최근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국가한옥센터는 명지대학교 한옥기술개발연구단과 공동으로 이와 같은 내용의 ‘auri 국가한옥센터 한옥포럼 우리가 원하는 한옥’을 주최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전통 한옥목수들이 정작 한옥 대중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날 포럼은 지난 2009년 출범한 국토부 산하 한옥기술개발연구단(단장 김왕직)의 그간의 연구성과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오는 9월20일 마무리되는 연구단은 명지대학교를 비롯한 11개 기관이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전통한옥의 브랜드 가치를 계승하고 현대적 거주 성능이 확보된 저렴한 대중한옥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의 반값 수준인 평당 700만원 대의 보급한옥을 개발함으로써 국토교통기술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날 포럼의 주제발표는 김왕직 한옥기술개발연구단장(명지대학교 건축학부 교수)의 ‘한옥기술개발의 성과와 비전’, 류재선 명지한옥사업단 대표의 ‘신한옥 구축사례와 기술’, 이강민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국가한옥센터장의 ‘한옥 신기술 환산 전략’ 등 순으로 진행됐다.
이왕직 단장의 발표에 따르면 전통방식으로 한옥을 지으면 평당 1200만원 정도의 공사비용이 드는데, 이는 보편적인 현대주택 450만원에 비해 260% 정도 비싼 금액이다. 또 문화재 관련 기술자들이 시공하면 한국적이고 친자연적인 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으나, 공기가 현대건축 대비 150% 이상 길어진다. 아울러 단열 및 환기회술 등 성능이 측정 불가 수준일 정도로 열악하다.

반면 민간개발로 지어진 한옥 공사비는 평당 450~600만원 수준이지만 성능은 전통한옥과 다르지 않고 한옥성 또한 매우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민간한옥의 단점을 보완하고 전통한옥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는 구조실험 등을 통해 구조재의 단면을 줄이고 디자인 및 공법을 개발해 인방과 벽선 등을 생략하면 전체 목재 소요량을 전통한옥 대비 40% 줄일 수 있다. 전통한옥에서 목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40% 정도다.

다음으로 재료비 및 시공비를 감안했을 때 전통기와의 50% 수준인 경량신소재 한식기와와 80% 수준인 그린메트기와도 공사비 절감의 키포인트로 꼽히고 있다. 전통한옥에서 지붕공사는 전체 공사비의 30%를 차지한다.

아울러 공정, 내역, 물량 자동화프로그램 및 시방서 개발로 인한 공기단축과 현장관리 효율화에 의한 현장관리비 절감도 중요한 요소다. 이를 통해 전통한옥 대비 30% 공기단축과 30%의 현장관리비를 절감할 수 있다.

류재선 대표는 발표에서 대중화를 위한 전통한옥의 문제점으로 △현대생활에 맞지 않는 공간모듈로 인한 보급, 활성화 제약 △주문방식의 수공예 생산과 높은 현장 시공비율로 인한 평당 1300만원에서 1500만원의 공사비 △기밀성 부족, 재료성능 미검증, 유지관리의 어려움으로 인한 불편함과 거주성능 취약 등을 꼽았다.

이를 개선키 위해서는 △신한옥 모델개발을 통한 한브랜드 가치 상승 △가공시스템 구축 등 시공시스템 개발에 따른 생산가격 절감 △부재 성능향상과 화재안전 기술 개발을 통한 거주 성능 향상 등을 강조했다.

특히 벽체를 건식공법을 적용해 철모듈화된 벽체를 공장 생산해 현장 조립하면 공기를 단축해 경제적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타입의 건식벽체를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기둥 및 보의 결구도 철물접합방식으로 공장에서 생산하면 60% 이상의 경제적 효과와 구조적 안정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철물 결구방식의 경우 전통 한옥목수가 아니라 철골조 인부가 시공한다.

한편 이날 토론자로 나선 최기영 대목장(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은 주제발표에서 소개된 신한옥들을 지칭해 “저게 한옥이냐”며 “한옥은 아무나 살 수 없는 집이다. 최소한 중산층 이상은 돼야 살 수 있는 집인데, 가격을 왜 내리냐”며 신한옥 개발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발언으로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또 ‘원가절감을 통한 보급형 한옥을 개발해 보급하는 게 국토부의 목표’라는 설명에 대해서는 “부재 개발이나 디자인 개발 안 해도 ‘우리 장인’들에게 자문을 받으면 충분히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며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에 대해 이날 방청석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전통 한옥을 복원하자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보급형 한옥을 개발하자고 모인 자리에서 할 얘기가 아닌 것 같다”면서 “신한옥 개발의 밑거름이 되지는 못 할망정 ‘나한테 떨어지는 게 없으면 쪽박을 깨버리겠다’는 것 같아 보기가 매우 언짢다”고 꼬집었다.

한편 김근오 국토부 건축문화경관과장은 토론에서 “한옥 건폐율 안화와 목조건축전문업 신설 등을 골자로 하는 한옥활성화 방안이 현재 산림청과의 협력과제로 진행 중에 있으며, 8월 중으로 발표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에는 이동흡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관, 정연상 안동대학교 교수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