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뽑아준다더니 손톱을 뽑아?
가시 뽑아준다더니 손톱을 뽑아?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3.06.2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척시, 41개 벌채업자들에게 3년치 취득세 ‘폭탄’

우리나라 원목생산자들이 때 아닌 세금폭탄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최근 삼척시는 관내 원목생산자들 앞으로 지난 3년간 취득한 원목에 대한 취득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과세예고문을 발송했다. 또 7월 중으로 예고문대로 취득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지방세법상 입목은 취득세 과세대상 물품으로 명시돼 있는데, 그동안 과세하지 않은 것이 강원도청 감사에서 지적됐다는 것.

하지만 목재업계에서는 삼척시의 이번 조치가 가뜩이나 영세한 국내 벌채업의 괴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법상 지난 5년 간 미납부 취득세를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액수가 많게는 전국적으로 1년에 70억 이상으로 계산되고 있다.

아울러 원목에 대한 취득세 부과는 최근 정부가 국내 목재생산업 보호를 위해 의제매입세액 공제율을 2/102에서 4/104로 상향조정한 기조와도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또 용어상으로는 ‘입목’으로 거래되고 있지만 실제 내용은 ‘원목’에 대한 부분만 거래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석도 달리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삼척시는 지방세법 취득세 과세대상 물건에서 ‘입목’이 빠지지 않는 한 다른 방도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원목생산자협회 반인호 회장은 “원목 벌채업은 농업으로 2차 가공이나 유통을 위해 밭떼기로 농작물을 사는 것과 같다. 이처럼 등기도 하지 않는 1차 임산물에 취득세를 물리는 것은 크게 어패가 있다”면서 “특히 우리나라에서 1년에 4만㏊의 벌채를 한다고 가정하면 취득세 규모가 71억원 정도 되는 것으로 계산되고 있다. 여기에 지방세법에 따라 지난 5년 치가 한 번에 부과되면 가뜩이나 영세한 벌채업자들 보고 망하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라고 밝혔다.

산림청 목재생산과 관계자도 이에 대해 “벌채는 비록 ‘입목’ 상태로 거래되지만, 실상은 원목으로 생산됐을 때의 상태를 역산해서 가격이 책정되고, 벌채업자 역시 이 원목만 가지고 간다”면서 “또 이처럼 입목 상태로 거래되는 것은 오히려 원목으로 잘라서 팔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벌채업자들에게 그대로 넘기는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이를 놓고 안전행정부와 접촉하고 있지만 뾰족한 성과는 없는 눈치다.

한편 삼척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지방세법 취득세 과세대상에 입목이 들어가 있는 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번 강원도청 감사에서도 이 부분이 지적된 것”이라며 “방법은 지방세법을 개정해서 ‘입목’을 제외하는 것이지만, 하지만 개정 이전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취득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삼척시에서 이번 강원도청 감사지적에 따라 41명의 벌채업 개인사업자에게 총 5400만원 가량의 지난 3년치 과세 예고문이 발송됐으며, 7월 중으로 예고문대로 취득세를 부과할 예정이다”면서 “삼척시 입장에서는 분납과 같은 편의는 봐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에 대해 목재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국산원목의 의제매입세율이 상향조정된 게 엊그제 일인데, 지방정부가 오히려 국내 목재산업 육성을 위한 중앙정부의 의지에 딴지를 거는 꼴”이라며 “‘손톱 밑 가시’를 빼내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해 주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도 망치는 일이다. 심하게 말하면 정부에서는 손톱 밑 가시를 뽑아준다고 하더니 강원도에서 영세업자들 손톱을 뽑아버리고 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한편 취득세는 부동산(토지, 건축물), 차량, 건설기계, 입목, 항공기, 선박, 광업권, 어업권, 골프회원권, 콘도미니엄회원권, 또는 종합체육시설 이용회원권(헬스클럽 회원권)의 취득에 대하여 당해 취득물건 소재지의 시도에서 그 취득자에게 부과되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