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ilar Figure, 두 개의 숲
Similar Figure, 두 개의 숲
  • 박광윤 기자
  • 승인 2013.06.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윤구 개인전

▲ 두 개의 숲. 장지에 분채, 먹, 390x193cm, 2013
6월12일부터 17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는 나윤구 작가의 개인전 ‘Similar Figure - 두 개의 숲’ 전이 열리고 있다.

나윤구 작가는 도시 속 풍경의 변화를 바라보며, 과거를 회상하고, 상상하고, 반성한다. 건물이 서고 부서지기를 반복하듯 그 속 삶의 이야기들도 변화를 거듭하는데, 이러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장소에 대한 담담한 관조가 작품에 담겼다. 하지만 작가정신은 단순한 풍경의 관조를 넘어서 자신의 내면을 깊이 이해하는 과정과 도시 속 삶의 시간들에 대한 진지한 탐색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언젠부턴지 모르지만 사람의 공간이 확장되면서 점차 포위되어 가는 도심 속 산, 그리고 그 산을 지나간 수많은 사람들이 만들어 낸 오솔길의 역사와 시간에 대해 통찰하며, 우린 매일 익숙했던 풍경과 이별하고 사는 게 아닌지 덤덤하게 묻고 있다. 나윤구 작가의 작품을 만나보자.
 

▲ 바라보다. 장지에 분채, 먹, 167x120cm, 2012

도시에서 살아가면서 접할 수 있는 풍경의 변화는 새로운 시각적 자극을 불러온다. 매일 아침 같은 장소에서 맞이하는 일출의 광경을 바꿔놓는 고층 건물의 등장은 낮설게 다가오는 도시의 변화를 보여준다. 변화의 중심에 선 오래된 강변 마을을 보게 되었을 때, 사라지는 것에 대한 무한한 죄스러움이 일어 한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게 되었다. 이제 사라지는 것들, 그 곳엔 필요 없어진 화분이며 생활의 파편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그 곳은 한때 한 가정의 소중한 공간이었고 그들의 추억의 장소였으리라. 화분에는 매일 바라보며 커가는 식물의 즐거움을 찾는 이가 있었을 것이고, 누군가 먼 곳을 앉아서 바라보았을 의자도 있다. 시간이 멈춘 듯 정지된 풍경… 우리는 매일 익숙한 풍경과 이별하며 살아가는 것인지 모른다.

▲ 바라보다. 장지에 분채, 먹, 91x91cm, 2012
도심의 산은 언제부터인지 사람들의 보금자리로 자신의 품을 내어 주었고, 혈관 같은 골목으로 집들과 집들이…사람과 사람이 이어지게 되었다. 골목의 높은 곳까지 다다르면 그 곳부터는 동네의 뒷산이 시작된다. 산이라면 으레 울창한 삼림이 우거지리란 기대는 그 곳엔 없다. 마른 듯 굵지 않은 나무들, 아카시아, 소나무, 상수리나무 등이 제각각 자라고 있다. 산이라기 보단 작은 공원 같은 공간들, 가장 높은 곳을 가보아도 높이가 비슷하게 올라온 아파트와 빌딩들, 주택의 옥상들이 보일뿐이다. 도시의 삶의 공간들에 의해 둘러싸여 갇혀 버린 섬 같은 산들이 있다. 이런 산 속엔 골목길에서 이어지는 작은 오솔길이 있다. 사람들이 수시로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오솔길은 노인들의 깊게 파인 주름과 같다. 그것은 언제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는 시간이 만들어낸 깊이다.  -작업노트 중에서

 

▲ 바라보다. 장지에 분채, 먹
▲ 바라보다. 장지에 분채, 먹, 117x91cm, 2012

Tag
#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