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구 작가는 도시 속 풍경의 변화를 바라보며, 과거를 회상하고, 상상하고, 반성한다. 건물이 서고 부서지기를 반복하듯 그 속 삶의 이야기들도 변화를 거듭하는데, 이러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장소에 대한 담담한 관조가 작품에 담겼다. 하지만 작가정신은 단순한 풍경의 관조를 넘어서 자신의 내면을 깊이 이해하는 과정과 도시 속 삶의 시간들에 대한 진지한 탐색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언젠부턴지 모르지만 사람의 공간이 확장되면서 점차 포위되어 가는 도심 속 산, 그리고 그 산을 지나간 수많은 사람들이 만들어 낸 오솔길의 역사와 시간에 대해 통찰하며, 우린 매일 익숙했던 풍경과 이별하고 사는 게 아닌지 덤덤하게 묻고 있다. 나윤구 작가의 작품을 만나보자.
도시에서 살아가면서 접할 수 있는 풍경의 변화는 새로운 시각적 자극을 불러온다. 매일 아침 같은 장소에서 맞이하는 일출의 광경을 바꿔놓는 고층 건물의 등장은 낮설게 다가오는 도시의 변화를 보여준다. 변화의 중심에 선 오래된 강변 마을을 보게 되었을 때, 사라지는 것에 대한 무한한 죄스러움이 일어 한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게 되었다. 이제 사라지는 것들, 그 곳엔 필요 없어진 화분이며 생활의 파편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그 곳은 한때 한 가정의 소중한 공간이었고 그들의 추억의 장소였으리라. 화분에는 매일 바라보며 커가는 식물의 즐거움을 찾는 이가 있었을 것이고, 누군가 먼 곳을 앉아서 바라보았을 의자도 있다. 시간이 멈춘 듯 정지된 풍경… 우리는 매일 익숙한 풍경과 이별하며 살아가는 것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