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존립은 ‘자연 속 행복한 인간의 모습’을 작품에 담는 작가다. 그의 작품은 항상 꽃, 나무, 풀들이 가득한 정원이 배경이 되고, 그 정원 속에 연인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뭔가 정감있는 대화나 놀이를 하고 있는 듯 사랑스럽고 낭만적이다. ‘이 그림은 어떤 사연들을 가지고 있을까’ 보는 이에게 무한한 문학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며 그림에 어울리는 줄거리들이 절로 생산되는 것이 이존립 작품의 힘이고, 중요한 특징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순천국제정원박람회와 가장 잘 어울리는 주제라는 평을 받으며 많은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글 _ 박광윤 기자 | 자료제공 _ 작가 이존립, www.johnlip.com
이존립은 인간이 자연 속에서 행복하고 낭만적인 생의 한 순간을 만끽하는 장면을 선물처럼 안긴다. 그것은 정원에서 보낸 하루의 일기와도 같고 그곳에서 보내온 그림엽서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림이 무척 예쁘고 장식적이며 달콤하다고나 할까. 다분히 문학적인 그림이다. 문학적이란 그림을 보면서 어떤 사연, 내용이 자꾸 연상된다는 얘기다. 특정한 사연을 도상화 하고 있는 그림, 그림책과도 같다. 그림 하나하나가 사연과 이야기를 열매처럼 매달고 있으며 그 장면 하나로 인해 여러 상념과 사연을 부풀려낼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 근대 이전의 그림은 모두 문학적인 그림들이었다.
반면 현대미술은 미술에 붙은 이야기를 배제하고 오로지 미술 그 자체만을 다루려고 하였다. 따라서 문학은 미술에서 추방되고 이제 미술은 미술 내적인 문제나 시각적인 것만을 대상으로 하면서 주제나 내용이 지워졌다. 이른바 현대미술의 보편적인 작품 제목이 된 ‘무제’가 바로 그것을 반영한다. 미술은 오로지 눈으로 보는 그 상태, 그 자체만을 즉물적으로 확인시키는 다소 난해하고 건조한 것으로 되었음도 부정하긴 어렵다. 그래서인지 미술에서 추방된 문학성, 이야기성을 여전히 그림 안으로 호출하는 경우를 자주 만난다. 이존립의 경우도 그런 예라고 볼 수 있다.
- 박영택(경기대 교수, 미술평론가)
「이존립-정원에서 보내는 생의 행복한 순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