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 섰다. 마지막 계단을 오르기 전까지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던 무량수전,
결국 마지막까지 힘겹게 계단을 올라서야 그 모습을 보여 주었다. 말 그대로, 상상 한 그대로였다. 천년 기둥은 곧 꽃을 피워낼 것 같이 물이
오른, 살아 있는 거목 같았다. 굽어진 기둥에 날아오르는 듯한 기와지붕도 살아 있는 봉황, 그 모양이었다.
무량수전 왼쪽에 뜬 돌의 설화가 담긴 `부석(浮石)`이 있다. 바위가 아래 부분과 윗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 둘이 서로 붙어 있지 않고
떠 있다고 해서 `부석`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그래서 이 절의 이름도 부석사이며 부석사가 있는 마을 이름도 부석리였다.
무량수전 오른편으로 산길을 오르다보면 조사당이 있고 그곳에 의상대사 지팡이가 철조망의 보호를 받고 있다. 지팡이 나무는 의상대사가 절을 다
짓고 가지고 있던 지팡이를 땅에 꽂았는데 거기서 꽃이 피었다는 전설의 주인공이다.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의심하지 않으며, 나무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듯 속세의 죄를 씻어 줄 꽃을 피운다. 절 마당에 푸르른 봄의 산하를 품에 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