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 모자르면 붙이고 남으면 자를 수 있죠”
“목재, 모자르면 붙이고 남으면 자를 수 있죠”
  • 박광윤 기자
  • 승인 2013.04.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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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건축사사무소, ‘행복 찾아 가는 중’

토크 참여자   강승희 소장, 김진호, 신창범, 황미정(이상 가나다 순)
토크 불청객   박광윤 기자
토크 일  시   2013. 3. 21(목) 오후
토크 장  소   서울 서교동 노바건축사사무소 회의실

 

노바건축사사무소는 강승희 소장과 3명의 후배 건축인들이 생활하고 있는 단란한 아뜰리에 사무실이다. 마음만 뭉치면 차 한 대로 언제 어디든 달려갈 수 있는 매력적인 숫자 ‘4’를 유지하고 있단다. ‘큰 것’보다는 ‘작지만 강한 회사’가 되고 싶은 노바, 그들의 건축적 지향과 열정을 엿보기 위해 사무실을 찾았다.

 

목재는 최고의 주택 재료
노바의 프로젝트에서 목조건축이 차지하는 비율은 90%다. 2007년에 처음 목조주택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점차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2009년부터는 대부분 목조주택을 지어달라는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 목조주택만 하는 회사는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워낙 목재를 좋아하고 목조주택에 관심이 많은 건축가들이 모여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강승희 소장 나무는 집을 짓기에 최고의 재료라고 생각합니다. 집이 지어지는 과정을 처음부터 뼈대까지 다 볼 수 있죠. 또한 건축가들은 물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을 매우 좋아해요. 특히 시간이 지나면 지난대로의 맛과 멋이 배어나는 것을 좋아하죠. 저 또한 그래요. 오래된 고택을 가보면 기둥이 나이가 들어서 나무결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모습이 정말 멋진 것 같아요.

하지만 건축가로서 목재에 접근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요. 우선 수종이 많다는 점인데, 우리가 접하는 수종은 한정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많아요. 그리고 현재의 모든 건축 교육은 모더니즘에서 만들어진 이론을 바탕으로 이뤄지는데, 교육 시스템 속에 목조건축이 존재하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건축전공자들이 목재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기본적인 오해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목재를 과감하게 손대지 못하는 건축가들 중에는 목재에 특별한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실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물론 알아야 대처가 가능한 목재만의 기본적인 물성이 몇 가지가 있지만 접근이 힘든 정도는 아니고, 오히려 건축 재료로서 나무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합니다.

 

황미정 저는 목재의 따듯한 느낌이 너무 좋아요. 주택 재료로서 매우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목재는 가공을 거치지만 자연에서 온 재료이기 때문에 목재로 집을 만들면 콘크리트나 철구조 등 다른 인공재료보다 자연 안에서 사는 따듯함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집에 비가 새도 마당은 있어야 하고, 곰팡이가 쓸어도 옥탑방의 낭만을 즐긴다는 낭만 소녀 황미정 대리는 모든 주제를 단답형으로 풀어냈다. 한마디 더 나올 듯 아무 말 없이 끝을 맺는 습관 때문에 약간 허탈함(?)도 느껴졌지만, 묘한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했다. 몇 년 전 샤이니의 링딩동이라는 노래를 처음 듣고 전통적인 한국 가요가 아닌 새로운 형식의 K-POP에 낯설었던 적이 있었다. ‘도대체 이 노래는 왜 이렇게 끝이 나는 거지?’)

 

신창범 재료가 남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시각적으로 구조미가 나타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재가 주는 미학적 기능에 매료됐다는 신창범 대리는 학생 때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을 정도로 이미 목재 마니아였다. ‘한마디 한마디 신중하게 말을 건네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머릿속에서 논리를 정리하는 듯한 표정이 목격됐다)

 

김진호 저도 물성 때문에 목재를 좋아합니다.
(가와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이미 다수의 목조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력을 가진 김진호 실장은 노바의 브레인다운 똑 부러지는 대답을 했다. “목재를 좋아하는 새로운 이유가 없으시냐?”는 기자의 질문에 “목재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 같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강승희 소장  나무는 모자르면 붙이고 남으면 자르면 됩니다. 처음 목조주택 프로젝트를 하면서 ‘바로 이거다’ 싶었죠. 그런 면에서 구조체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콘크리트는 매우 복잡한 재료지만, 나무는 개발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소재입니다. 목재의 중요한 매력중 하나죠.

 

목조주택 매력, 아뜰리에의 매력
‘이구동성’
나무만 전문으로 하는 게 아니라 ‘나무도 다룰 줄 아는 집단’이라는 것. 강승희 소장이 강조하는 노바의 장점이다. 나무 말고 노바만의 특별함은 또 뭐가 있을까.

 

강승희 소장  건축사사무소 ‘공간’은 일종의 건축 아카데미였어요. 워낙 하드트레이닝을 해서 2개월만에 집에 가는 경우도 있었죠. 늦은 봄에 출근해서 초여름에 퇴근을 한 적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곳에서 건축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것을 배운 듯합니다.

공간에 다니던 때부터 생각한 것이 있어요. ‘내가 사무실을 운영하면 프로젝트 담당이 처음부터 끝까지 작업을 완수토록 한다’는 것. 그렇게 세 차례 정도 진행하면 그만큼 자신의 빠른 성장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뜰리에는 분업화할 만큼의 인원도 없지만 매력이 남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너(owner)라기보다 선배이고, 이제 한참 자라고 있는 건축가들이 모여 같이 작업을 하는 것이고, 또한 우리는 시작할 때 담당이면 준공까지 간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보통 한 프로젝트가 10개월부터 1년까지 진행이 되는데, 그런 전과정을 해보면 남는 게 정말 많습니다. 저는 그걸 10년차에서야 알았죠. 퍼즐처럼 조각난 것이 머릿속에 들어오는데 10년이 걸린거죠.

 

황미정 소장님께서 불러서 “이제 이 프로젝트는 니가 담당이야”라는 말을 하면 책임감이 크게 밀려와요.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대상지에 찾아가 땅 위에 앉아 생각도 많이 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하죠. 생각을 정리해 보여드리고 함께 중요한 계획을 짜요. 그리고 건축주와 만나 설계가 확정되면 실시설계를 하는데, 그때 바뀌는 부분도 생기고.

노바가 좋은 점은 주로 주택을 다루면서 다른 프로젝트 보다 더욱 세심한 고민을 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왜냐면 주택은 직접 사람이 생활하는 곳이라 세심하게 고민할 것이 많잖아요. 그래서 배우는 것도 많죠.

 

김진호 대형 건축사사무소의 현상설계 위주의 작업은 그림에 많이 치중을 합니다. 노바는 계획, 설계, 시공, 준공의 일련의 과정에서 구축과 구현의 비중이 매우 높은 사무실입니다. 보기 좋은 집보다 살기 좋은 집을 만드는 거죠. 건축가들 중에는 디자인에 치중한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살면서 불편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기 좋은 집에 비중을 두는 것은 문제입니다. 또한 그런 맥락에서 목조가 주는 장점이 많아요. 중간에 수정하는 과정이 콘크리트 보다 매우 유연하죠.

 

강승희 소장 사실 아뜰리에 사무실들은 풍족할 때가 없어요. 그러나 우리가 제안하는 설계안이나 구현물을 보고 고객이 좋아하면 그만큼 좋은 게 없죠. 그것이 건축 집단의 즐거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지 직업이라고 생각하면 지루하고 박봉이라 하기 힘들지만, 모든 창작 집단은 아무 것도 없는 것에서 뭔가 만들어냈을 때 큰 희열을 느끼고 그것 때문에 일을 하는 겁니다. 그래서 아이디어가 고갈되면 저희는 여행을 떠납니다. 건축가들은 여행을 가면 어디든 그곳에서 꼭 볼 것들이 있죠. 건축은 올바른 경험이 축적된 사람이 잘 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해요. 사실 스킬은 의미가 없습니다.

아뜰리에 사무실은 한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시간이 좀 길지만, 언제나 건축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고민들을 경험하고 공유하는 것이 아뜰리에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뜰리에는 꿈을 먹고 산다
“아뜰리에 사무실을 다니는 건축가들에게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품고 있는 기본적인 꿈이 있습니다”

작은 공간에서 힘든 여정을 지나고 있는 이들에겐 같은 꿈이 존재한다. 언젠가는 꼭 개인 사무실을 연다는 것. 당장의 물질적 여유를 쫓았다면 대우 좋은 대형건축회사의 문을 두드렸겠지만, 이들은 꿈을 선택했다. 현실의 장벽이 높아 새삼 놀라더라도 아뜰리에는 여전히 꿈을 먹고 사는 곳.

 

신창범 저는 아직은 많이 배우고 싶은 게 꿈입니다.
(강승희 소장은 사무실 막내인 신창범 대리는 아뜰리에의 수업을 마치고 이제 갓 건축가로서 본격적인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단계라고 부언해 줬다.)

 

김진호 ‘동네 건축가’를 꿈꿉니다. 제가 해석하는 ‘동네 건축가’는 이렇습니다. 구청 주변에 밀집돼 있는 설계사무소는 디자인이 좀 안되는 경우가 많고, 건축 잡지에 나오는 사무실은 일반인들이 찾기에 문턱이 좀 높은 곳이죠. 실상 일반인들이 양질의 건축 서비스를 받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인들에게 문턱이 낮긴 하지만 디자인도 어느 정도 보장이 되는 그런 사무실을 운영하고 싶어요. 또 가옥수리, 구축과 구현의 수단으로 나무를 추천해 주고 싶습니다. ‘디자인이 되는 동네 건축가’를 오래전부터 꿈꾸고 있었습니다.

 

강승희 소장  한 동네의 옛날 모습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는 건축가가 있습니다. 지역 건축가라고 부를 수 있는데, 은퇴 이후에 경제적 댓가 없이 자문을 하면서 올바른 집을 짓게 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우리 농촌에 가면 패배의식이 있고 생각보다 훨씬 패쇄적인 경우가 많아요. 도시사람이 들어오면 ‘뭘 뜯어 먹으려 하는 건 아닌가’ 우선 경계를 하고, 스스로 하기보다 뭐든 도와주길 바라는 근성들도 있죠. 적어도 한 달 동안 가까이 생활하다보면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데, 철저히 마을 사람과 동화돼야 지역건축가로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목조건축은
목조건축은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더 나아지리라는 확신도 크다. 하지만 아직 제도적으로 미비한 점도 많다. 목조건축을 위해 지금 필요한 건 무엇일까.

 

강승희 소장  아직 목재산업 내 체계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목재의 날이나 우드페스티벌이 이제야 생겼고, 관련 협회가 다양화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어요. 목자재가 목조건축이나 건축 인테리어, 가구 재료 등으로 다양하게 쓰인 것은 불과 5년 사이의 일인 듯합니다. 점차 많이 쓰이고는 있지만 손 닿는 곳에 방부목이 있는 등 제대로 못쓰고 있는게 문제죠. 이제 슬슬 기준이 마련되고 있는 듯합니다.

이런 문제들이 정리가 되려면 산림청이 커져야 하고, 중요한 문제들은 제도권으로 들어와서 정책적 지원을 획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목재 이용을 활성화하려면 제도권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노력이 필요하죠. 목조로 건축을 지으면 용적률을 증가시킨다거나 취득세 등록세를 면제해 주거나.

그리고 면허제도도 필요합니다. 목조시공회사들 중에는 대형이 없습니다. 이 회사들이 가진 자격이 불분명해요. 목조는 단종면허가 돼야 합니다. 그런데 산이 높죠.

 

김진호 목조로 공공건축 일을 하는 경우 실무자 입장에서 매우 힘듭니다. 내역이 법제화가 안 돼 있어서 이걸 해결할 수 있는 사무실을 수배하기가 너무 힘들거든요. 그래서 거꾸로 일선 시공회사에 보내는 경우도 생기고, 공무원들도 ‘이게 맞나?’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이렇게 현장의 경험치에 기대는 내역의 문제점은 꼭 해결돼야 합니다. 목구조 계산이 경험치로 이뤄지다보면 기존 설계에서 벗어난 파격적인 디자인이 힘듭니다. 당연히 설계 발전에도 좋지 않겠죠.

단체에서 비용과 인력을 들여 일위대가를 만들고 구조 계산하는 업체를 컨택해서 목구조 계산에 대한 경험치를 쌓게 한다면 업체 섭외가 보다 수월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강승희 소장  중요한 문제를 지적했다고 생각하는데, 품셈집에 들어가서 일위대가가 통과되면 공공건축은 단가가 싸지 않기 때문에 양질의 건축이 나올 가능성도 높습니다.

 

노바, 행복한 공간이 되길
강승희 소장은 노바가 항상 고민하면서도 웃을 수 있는 사무실이 되길 바랐다. 신창범 대리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황미정 대리는 재밌고 꾸준히 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김진호 실장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기자는 언젠가 모두의 꿈이 다 이뤄지길 기원했다. 
 정리_박광윤 기자


강승희 소장

경희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원에서 농촌주거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목조건축 설계를 위해 캐나다 British Columbia Institute of Technology(BCIT)의 Wood-Frame construction professional development workshops과 Canada Wood의 Wood Univer-sity를 수료했다.


현재 (주)노바건축사사무소 대표, 경희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며, 한국목조건축협회 건축가위원회 부위원장, 새건축사협의회 이사, 문화도시연구소 이사, K12 어린이건축학교 담당건축가, 산림청 심의위원, 강북구 건축심의위원, 국립산림과학원 명예연구관을 역임하고 있다.


주요작업으로는 제주삼나무 테스트하우스(2012), 여현재(2012), 장원재사(2011), 여천재(2010), 늘목리 주택(2008),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산림휴양교육관 현상설계 당선(2007) 등이 있으며, 목조주택 패시브하우스 연구(2012) 등 목조건축 공업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연구하고 실험적 작업들을 하고 있다.

 

"목재는
숲이 좋았습니다. 바다보다 강보다 숲이 좋았어요. 숲이 좋은 건 나무 때문이었죠.

서울시립대 건축대학원을 다닐 때, 한 학기 동안 조경학과 이경재 교수의 생태학 과목을 들은 적이 있어요. 첫 시간에 교수님께서는 “내 과목이 좀 세다. 실습 따라 올 수 있겠나. 수업 좀 들어보다 안되겠으면 가라”고 엄포를 놓으시더군요. 숲 살리기에 ‘이경재 교수 떴다’하면 개발업자들은 다들 싫어하는데 난 그 모습이 정말 좋더라구요. 숲을 답사하면서 하나씩 알려주시는데, 예쁘게 가꾸는 조경이 아니라 근본적인 숲의 원리나 뜻에 훨씬 치중을 하셨죠. 숲의 기본을 머리에 넣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그렇게 살아있는 나무를 좋아하다 보니 재료로서의 목재도 정이 많이 갔습니다. 엑토건축 주대관 소장을 만나 문화도시연구소에서 농촌집짓기를 한 6, 7년 동안 했는데, 그때 처음으로 목조 집을 지어봤어요. 건축을 전공할 때는 목조주택을 접할 기회가 없었고, 목조주택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을 때여서 머드실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였죠. 아무 정보도 없이 처음 구축을 시작했는데 여러 가지 문제들이 닥쳐왔고, 스튜가 김갑봉 대표님께 도움을 청했죠. 그렇게 한 달 걸려서 지은 집이 제가 후원을 받아 지은 최초의 경골목구조 주택이었습니다.

이후에 빌더 출신의 경력자를 섭외해서 목조주택 짓는 법을 사사받았는데, 너무 재밌더군요. 그래서 캐나다우드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렇게 저는 서양식 목구조를 배우면서 한옥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경우입니다.

건축은
건축이 잘못되면 위험합니다. 자칫 ‘내가 만든 공간속에서 인간 너희들은 이렇게 지내야 돼’라는 우월감에 빠질 수 있죠. 실례가 히틀러입니다. 정권 잡으면서 광장을 만들고 멋진 유니폼을 만들었는데, 사람들에게 그 옷을 입혀 광장에 도열시키는데 건축가가 한몫을 했습니다. 모든 집권을 한 사람들은 뭔가를 지었습니다. 그게 가장 상징적인 실천이었죠. 하지만 건축가의 본래 역할이 그렇게 우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대통령들은 집권을 하면 도서관을 짓습니다. 건축의 껍데기는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그 안에 있는 프로그램, 생각이 훨씬 더 중요한 거죠. 그런 면에서 건축가들이 해야 할 진정한 역할은 작가주의가 아니라 문턱을 낮춰서 동네 사람들에게 자유롭게 상담을 해주고 건축의 시간에 따른 변화를 책임지고 만들어 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역 담당 건축가 제도’가 만들어 졌으면 합니다. 그것을 통해 건축가들에게 고민하는 역할을 던져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바로 ‘건축문화’입니다.
경제지표가 높은 나라보다 사실은 문화강국이 더 좋은 나라입니다. 역사와 문화적 프로그램이 다양한 사회는 경제만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아요. 이제 건축도 문턱을 낮춰 K-pop 스타처럼 대중적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문화적 범주 안에서 손꼽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무신문 연재 작품들

▲ 여천재(나무신문 283호)
주택에 대한 소고(小考)

 

글 studio NOVA 강승희

주택을 설계하는 일이란 매우 고된 작업이면서도 매우 흥미 있는 작업이기도 하다. 한 가족의 요구와 건축가의 건축적 욕구 사이에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과정은 쉽지 않기에 그 만큼 건축주와의 많은 대화와 건축적 아이디어의 논의과정을 거쳐야 제대로 된 집이 지어진다. 주택의 건축개념은 이러한 건축주와의 깊은 대화와 유일무이한 대지의 장소성에 대한 해석으로 영감을 얻어낸다. 그것은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우리네 삶의 진솔한 모습으로 어렴풋한 유년시절의 따뜻함이다.

건축가로서 한 가정의 삶의 터전에 건축적 욕구를 개입시키는 것이 자칫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그 가족의 삶에 대한 공간적 제안이며 그 대지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 이끌어 내는 건축가로서의 역할이기도 하다.

 

▲ 여현재(나무신문 284호)
에 대한 고찰(내부와 외부의 관계맺기)
주택에 대한 모든 고민은 내부와 외부의 관계를 맺는 것부터 시작된다.
경제적 논리에 의한 수직적, 반복적 적층과 내부기능으로의 집약은 한국 현대건축에서의 접지의 문제, 외부공간과의 단절, 입면의 단조로움 등의 문제를 발생시킨다. 시대는 조화와 소통을 요구하고 있으나 대지와 인간, 건축과 도시는 단절되어 있다. 건축, 인간, 대지, 자연의 관계맺음에 대한 재조명이 요구된다.

 

▲ 여연재(나무신문 285호)
관계맺기; 餘(남기다, 나머지, 여가, 여분)
마당, 비움, 남겨진 공간에 대한 고찰.
물리적 비움을 통해 삶의 풍경을 담는다. 건축적 사고에 의해 비워진 공간은 대지의 가능성을 이끌어 내어 삶의 장을 형성하고, 건축은 대지 위에서 의미를 가진다.
비워진 공간은 사람, 건축, 대지의 관계맺음을 더욱 긴밀하게 하고 공공, 도시, 자연과의 관계를 맺는다. 이러한 ‘餘여’의 개념은 여러 주택작업의 구축에 시작점이 된다.

 

▲ 장원재사(나무신문 286호)
나무; 木(목재, 따뜻함, 소박함)
‘餘여’의 개념이 공간을 형성하는 시작점이라면 ‘餘여’의 개념을 구체화하는 방식은 자연친화적인 나무를 사용하는 것이다. 목재는 친환경 건축소재인 동시에 인간과 자연이 교감 할 수 있는 매개체로 지구환경을 위한 기본적 재료이다.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을 하는 자연은 가족의 일대기와 유사하며 목재가 주는 따뜻함과 소박함은 진솔한 삶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이미 목조주택이 가지는 친환경적인 장점은 잘 알려져 있다. 이제는 이 땅의 환경에 맞는 수종 선택과 다양한 구축의 방식이 논의되어야 한다.
 
▲ 제주삼나무 테스트하우스(나무신문 28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