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가리고 아웅하는 목재협회
눈 가리고 아웅하는 목재협회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3.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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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역료 협상, 내용은 백기투항…발표는 ‘치적 자랑’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던 인천항 하역회사와 원목 수입업계 사이의 하역료 인상 전쟁이 안개가 걷히자 사실상 목재업계의 백기투항으로 일단락 됐다.

대한목재협회(회장 강원선)는 최근 “목재업계와 하역사 간의 초미의 현안문제였던 하역요율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어 원활한 하역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협회는 원목장 부지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인천시 및 인천항만공사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협회가 밝힌 ‘극적 타결’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그동안 목재업계가 ‘받아들일 수 없는 부당한 인상안’이라고 주장하던 하역회사의 인상안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협회가 사실상 백기투항해 놓고도 몇 마디 미사여구를 사용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때문에 원목장 확보에 대한 관련기관의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는 발표도 쉽게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협회가 밝힌 ‘하역요율 합의서’에 따르면 △뉴송의 ▷선내 직반출 6026원/RT ▷선내 야적도 8282원/RT △미송의 ▷선내 직반출 6026원/RT ▷선내 야적도 8427원/RT △남양재의 ▷선내 직반출 6242원/RT ▷선내 야적도 8499원/RT로 각각 ‘극적 타결’됐다.

하지만 이는 당초 ‘목재업계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으로 하역사들이 부당하게 요구’한 뉴송과 미송 기준 ▷선내 직반출 6025원/RT ▷선내 야적도 9320원/RT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다. 선내 야적도에서는 내려갔지만 직반출에서는 오히려 1원 올라갔다.

이밖에도 보관료 부분에서 하루 야적료를 100원/RT에서 70원/RT으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이정도 수준으로는 그동안 목재업계에서 사활이 걸린 절박한 문제라며 목소리를 높이던 것에 견주어 터무니없는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이러한 합의결과를 놓고 ‘극적 타결’ 운운하는 것 또한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다.

이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당시 대한목재협회를 필두로 한 목재업계는 “하역사에서 요구하고 있는 22%대의 하역요율 인상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재소 등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합의 결과에 대해 협회 관계자는 “보다 강력하게 대응하고 싶었지만 대부분의 수입사에서 조속한 합의를 원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굉장한 싸움이라도 벌일 것처럼 요란하게 굴더니 어디에 내놓기에도 옹색한 결과를 치적인양 선전하는 (대한목재협회의) 모양새가 참 볼썽사납다”면서 “이래가지고는 ‘원목장 부지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는 등 협회의 발표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