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날아든 범종
꿀벌이 날아든 범종
  • 나무신문
  • 승인 2013.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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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경북 예천군 용궁면 장안사

▲ 장안사 범종. 2005년 8월12일부터 일주일 동안 종에서 땀방울 같은 모양으로 정체 모를 액체가 방울방울 맺혔는데 벌들이 그 액체를 먹기 위해 날아들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2005년 8월16일 서울방송에 그 사실이 소개 됐다고 한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뒤 민심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한 일 중 하나가 전국에 ‘장안사’라는 이름의 절 세 개를 지은 것이다. 금강산 장안사, 양산 장안사와 함께 경상북도 예천군 용궁면 향석리 비룡산 품에 장안사를 세웠다. 지금이야 전국에 장안사라는 이름의 절이 많지만 당시에는 이 세 곳 밖에 없었던 것이다.

 

방송에 출연한 장안사 범종
용궁면 장안사는 절이 작고 건물도 오래돼 보이지 않아서 근래에 생긴 절이라고 생각하며 걷는데 절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안내문에 따르면 신라시대 경덕왕 때인 759년에 의상대사의 제자 운영대사가 창건했다고 알려졌다. 그 이후 장안사를 거쳐 간 스님들은 고려 명종 때 지도림화상, 조선시대 덕잠·청림·법림 스님 등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절집이 작아서 특별하게 여행자의 마음을 끄는 것은 없는데 그 중 범종이 눈에 들어온다. 범종에는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법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2005년 8월12일부터 일주일 동안 범종에서 땀방울 같은 액체가 방울방울 맺혔는데 그 액체에 벌들이 모여들었다. 액체에서 단맛이 났으나 그게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았단다. 이런 일들이 2005년 8월16일 서울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 절에서는 예로부터 범종에서 단맛 나는 물이 맺히면 길조라고 했다며 단물 맺히는 범종을 알리기도 했다.

 

1759년에 쓴 극락전 상량문
범종을 지나면 바로 절집 마당이다. 절에 관한 기록을 보면 1759년에 대대적인 극락전 공사가 있었나 보다.

극락전 상량문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학이 춤추듯 봉우리 굽이치는 곳에 부처님의 전당이 세워졌나니 천 년 전 신라 때 창시됐다. 구름을 달아 놓은 듯 비룡이 꿈틀거리는 산마루 천상의 정기 서린 곳. 천 년 세월 동안 삶도 죽음도 뛰어넘은 열반의 세계를 구현하고자 한다. 푸른 연기같이 그윽한 아침 저녁 예불소리, 가람의 자태가 엄연히 다시 나타나도다. 상하좌우로 대들보 걸치니 찬란한 별빛은 저마다 설법하고 떨어지는 빗물은 밤낮으로 힘차며 단청의 은은함은 빛나는 강물의 푸르름이어라.’

내용을 보면 아마도 장안사 창건 1000년을 기념하여 대대적으로 절을 개보수하고 새로 단장했던 것 같다.

 

고려 최고의 문장가 이규보의 글
고려시대 최고의 문장가였던 이규보도 장안사를 찾았던 모양이다. 고려를 침략하려는 몽골군대를 글로써 물러나게 한 이규보의 문장을 두고 중국 3대 명문 중 하나인 진정표와 견주기도 한다.

진정표는 중국 삼국시대 진나라 이밀의 글로 중국에서는 제갈량의 출사표, 한유의 제십이랑문 등과 함께 3대 명문으로 꼽힌다고 하니 당시 이규보의 문장력이 고려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으뜸을 겨룰 만한 것 아니었겠는가.

그런 이규보가 남긴 글에 장안사를 찾았던 이야기가 전해진다. 동국이상국집에 나오는 이규보의 글을 옮긴다.

산에 이르니 번뇌가 쉬어지는구나 / 하물며 고승 지도림을 만났음이랴 / 긴 칼 차고 멀리 나갈 때는 외로운 나그네 마음이더니 / 한 잔 차로 서로 웃으니 고인의 마음일세.
맑게 갠 절 북쪽에는 시내의 구름이 흘러지고 / 달이 지는 성 서쪽 대나무숲에는 안개가 깊구나 / 병으로 세월을 보내니 부질없이 졸음만 오고 / 옛 동산 소나무와 국화는 꿈속에서 잦아드네.

 

이규보는 장안사를 찾아 고승 지도림을 만나 차 한 잔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번잡했던 마음이 사라지고 안식을 찾았나 보다.

그리고 절을 품고 있는 비룡산 산책에 나섰는데 그곳에서 물줄기가 흐르고 구름이 떠 있는 풍경을 보았던 것이다. 달이 지는 것을 봤다니 아마도 이른 새벽 숲길에도 나섰나보다. 병 때문에 약해진 마음 옛 동산 소나무와 국화를 벗 삼아 위로 받는 한 시인의 마음을 읽어 본다.

아마도 이규보가 걸었던 길은 현재 장안사에서 회룡대로 올라가는 길이었으리라. 회룡대는 강물이 회룡포마을을 휘감아 도는 풍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정자다. 정자 아래 내려서면 정자에서 보는 것보다 전망이 더 좋다. 장안사에서 회룡대는 약 300미터 정도 거리다.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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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