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재(餘天齋) 하늘을 담는 집
여천재(餘天齋) 하늘을 담는 집
  • 박광윤 기자
  • 승인 2013.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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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s of the OFFICE 노바건축사사무소

2010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본상, 2011 경기도건축문화상 입선

 

도심 속에서, 특히 판교택지개발지구와 같은 계획도시에서 땅을 비우는 일은 경제적 이유나 공공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매우 큰 결단력이 필요한 일이다. 비워진 외부 공간은 버려질 수도 있고 공공에 의해 침범될 수도 있다. 여천재는 전통공간의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비워진 외부 공간과 내부 공간을 소통시키고 공공과의 관계 맺음을 형성하고자 했다.

채나눔과 중정, 후정과 수공간, 그리고 툇마루에 이르는 다양한 요소들을 현대적인 생활 공간으로 구축하고 전통건축의 배치 개념을 통해 외부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했다. 채나눔으로 생겨난 중정은 도심 속에 자연을 유입시키고 공공으로부터 독립된 마당으로 역할을 한다.

 

‘ㄷ’자 집 한가운데 형성된 마당에는 바람이, 햇살이, 하늘이, 쉬어가고 흘러가며, 삶의 공간을 자연의 이치로 채우게 된다. 마당과 직접 면하는 1층에는 거실과 주방/식당과 같은 다소 공공적 성격의 실들을 배치했고, 2층에는 가족실, 자녀방, 안방과 같은 개인적인 공간으로 구성했다. 그리고 다락과 지하1층은 서재와 취미실로 사용된다. 결국 중정은 자연을 담는 공간인 동시에 ‘ㄷ’자 형태의 내부 공간을 외부 공간과 관계 맺게 하는 매개체인 셈이다. 이러한 구축의 방식은 일반인에게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우리네 전통건축이 자연과 소통했던 보편적 방식이다.

설계 초기에 카페같은 집을 만들어 달라는 안주인의 요청으로 내부 식당과 확장가능한 중정의 모습이 마련됐다. 이러한 공간 구성은 집 앞을 지나는 젊은 커플이 카페로 오인해 방문하는 에피소드를 낳기도 했다. 큰 결단력이 필요했던 ‘마당에 대한 공공성’은 거주 1년 후 이웃과 식사와 차를 마시는 커뮤니티 장소로 자연스럽게 실현됐으며 주차장에 텃밭을 일구고 마당에 파라솔을 설치하는 등 건축가에 의해 제안된 공간은 주인장의 삶의 방식으로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주택은 단순한 물리적 구축물이 아니다. 한 가족의 삶의 이야기를 담는 그릇의 역할을 해야 한다. 여천재는 이러한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다. 삶의 이야기가 결여된 도심 속에서 삶의 풍경을 꾸려나갈 수 있는 마당을 마련해주고 더불어 자연을 유입시키면서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집은 건축가에 의해 태어나지만 가족들의 이야기 속에서 채워지고 성장해 가는 것이다.
글·자료제공_강승희 노바건축사사무소 대표   
에디터_박광윤 기자

 

▲ 단면도> 1.안방 2.창고 3.창고 4.다락 5.발코니 6.아들방 7.현관 8.창고 9.툇마루
설 계 자 : 강승희(노바건축사사무소)
대지위치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998-4
대지면적 : 265㎡
건물규모 : 지하1층 지상2층
주요용도 : 단독주택
구    조 : 경골목구조+중목구조+철근콘크리트조
건축면적 : 128.66㎡
연 면 적 : 292.42㎡(용적율산정연면적 233.14㎡)
건 폐 율 : 48.55 %
용 적 율 : 87.97 %
주요외장재 : 적삼목 사이딩, Zinc, 스터코

 

▲ 배치도> 1.후정 2.중정 3.주출입구 4.수공간

▲ 중정 연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