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나오는 바위
쌀 나오는 바위
  • 나무신문
  • 승인 2013.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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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동의 여행과 상념 - 아차산

▲ 쌀 나오는 바위
옛 백제가 처음 터를 다진 한강유역, 당시 백제 땅에 아차산이 있었다. 수백 년 흘러왔던 백제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아차산 일대 한강유역은 475년 고구려 영토가 되었다가 553년 신라가 점령하게 된다. 이렇게 한강유역 아차산 일대는 삼국의 문화가 섞이게 됐고 지금도 삼국의 역사와 전설이 전해내려 온다. 

아차산은 서울시 노원구 중랑구 광진구와 경계를 이루고 있고, 한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왕숙천은 구리시의 북쪽과 동쪽 경계로 경기도 남양주와 맞닿고 있다.

 

온달 장군이 머물던 곳
아차산은 해발 3백 미터가 채 안 되는 산이다. 산세가 험하지 않아 많은 사람이 찾는다. 산 전체가 노천 박물관이라고 해도 될 만큼 산 곳곳에 역사 이야기가 전해온다. 백제를 시작으로 고구려와 신라가 차례로 이 지역을 차지했기 때문에 삼국시대의 유적과 유물이 많다. 그중 특히 고구려 유물 1500여 점이 발굴됐고, 산 능선을 따라 분포한 보루 또한 고구려의 유적지로 밝혀졌다.

아차산 등산로는 여러 곳에서 시작된다. 그중 구리시 쪽으로 오르는 산길을 선택한다. 구리시 우미내 마을 쪽에서 올라간다. 등산로 초입에 차를 세우고 산길로 접어든다. 그 길에 온달샘이 먼저 나온다.

온달샘은 온달장군이 이곳에 머물렀다는 이야기와 연관이 있다고 알려졌지만 문헌상의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온달샘터 부근에 석탑이 하나 있는데 이를 ‘온달샘 석탑’이라고 부른다.  탑이 많이 훼손되어 원래의 모양을 찾아보기 힘들다. 탑 주변에 건물의 주초석이 있고 석재들이 흩어져있는 것으로 보아 석탑 근처에 절이 있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온달샘 부근에서 길은 여러 갈래로 갈라진다. 온달샘 석탑에서 아차산성 쪽으로 가서 능선을 타다보면 아차산의 고구려 유적인 보루들을 만날 수 있다. 또 온달샘에서 대성암으로도 갈 수 있다.

온달샘에서 대성암으로 가기 전에 석실고분을 먼저 들른다. 석실고분으로 가는 길 마지막 200 미터 정도는 비탈진 바위산의 경사면을 올라야 하는데 바위가 미끄러우니 조심해야 한다.

바위산 자체도 볼거리지만 바위산 정상에 있는 석실고분과 키 작은 소나무 몇 그루가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 내는 풍경이 볼만하다. 또한 바위산 정상 소나무가 있는 곳에서 바라보는 한강 조망도 일품이다. 

 

▲ 아차산 바위길
의상대사가 창건한 대성암
석실고분에서 다시 돌아나와 대성암으로 오른다. 산이 험하지 않고 산길이 아기자기하다. 대성암은 670년 무렵 의상대사가 창건한 절이다. 당시 이름은 범굴사였다. 전쟁과 화재 등으로 세 차례나 전파됐다. 지금 절 건물은 1996에 지은 것이다.

이야기에 따르면 의상대사가 이곳에 머물 때 유명한 스님이 머문다고 해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다고 한다.

당시 의상대사가 도를 닦던 곳 뒤 바위절벽 구멍에서 쌀이 나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데, 그 쌀로 절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밥을 지어 먹였다고 한다. 그러던 중에 하루는 밥 짓는 사람이 더 많은 쌀을 얻기 위해 쌀이 나오는 바위 구멍을 더 크게 뚫었고, 그 이후로 쌀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지금도 대성암 뒤 바위절벽에 구멍이 뚫려 있다.  
구멍이 있는 바위를 천공암이라고 하는 데 그 바위 절벽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 또한 일품이다.

 

아차산의 유적
대성암에서 온달샘으로 다시 내려와 차를 세워 놓은 곳에 도착, 하루 일정을 정리한다. 이번 코스는 온달샘과 석실고분, 대성암의 전설을 찾아 떠나는 산행이었다.
 

본격적인 아차산 등산이 목적이라면 잘 알려진 코스를 따라 등산을 즐기면 된다. 아차산생태공원에서 소나무숲을 지나 아차산길, 낙타고개, 친수계곡, 아차산관리사무소, 만남의광장 으로 이어지는 약 1시간30분 코스가 가장 짧은 구간이다.

그 다음으로는 만남의 광장에서 출발해서 소나무숲, 낙타고개, 고구려정, 해맞이광장, 아차산정상, 대성암, 낙타고개, 친수계곡을 지나 다시 만남의 광장으로 나오는 약 2시간 코스도 있다. 이 밖에도 용마산과 연계한 등산코스도 있으며 구리시 쪽으로 넘어가는 등산코스도 있다.

구리시 쪽에 아차산에 볼거리 중 하나가 관룡탑이다. 아치울 마을에서 산으로 들어가는 길을 따라 가다 보면 완만하게 비탈진 산길이 나오는데 그 길을 오르면 작은 돌탑이 나온다. 그 길을 계속 따르다 보면 작은 능선이 나오는 데 능선길을 넘어 내리막길로 조금만 가면 관룡탑이 있다.

관룡탑은 40여 년 전부터 개인이 쌓아 올린 돌탑으로 높이가 한 눈에 보기에도 10미터는 넘을 것 같으며, 둘레는 어른 걸음으로 30보 가량 된다.

돌탑 주변에서 오래된 기와와 석재들이 출토된 것으로 미루어 탑 부근에 작은 절이나 암자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관룡탑에서 다시 아치울 마을로 나오면 된다.

 

장태동
공식 직함은 기자.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는 글 쓰고 사진 찍는 여행작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 동안 온세통신, LG정유 사보에 여행 에세이를 기고했고 ‘한겨레리빙’, ‘굿데이365’ 등에 여행칼럼을 냈다.
저서로는 <서울문학기행>, <Just go 서울 경기>, <맛 골목 기행>, <명품올레 4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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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