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눈먼 행정이 눈먼 돈을 만든다
사설-눈먼 행정이 눈먼 돈을 만든다
  • 나무신문
  • 승인 2007.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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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조합 간부들이 재선충 방제비용을 빼돌리다 경찰에 구속됐다.

부산지방경찰청은 최근 부산광역시 산림조합의 상무와 과장을 횡령혐의로 구속하는 한편 조합장 또한 같은 이유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경찰의 발표에 따르면 이들은 재선충병 등의 방제에 사용되고 남은 농약을 민가 창고에 보관했다가 납품업체에 되파는가 하면, 사들이지도 않은 농약을 사들인 것처럼 서류를 꾸며 납품업자 통장에 입금한 다음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1억5000여원을 편취했다.

이들은 이렇게 마련한 검은돈을 머릿수대로 나눠 갖고 수백만 원대의 술값으로 탕진했다는 게 경찰의 수사결과다. 나름의 체계가 있는 범죄집단만도 못한 동내 양아치들이나 할 법한 이러한 일들이 산림조합 내에서 버젓이 일어났다는 데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경찰에 따르면 산림청은 지난해에 병해충 방제관련 예산으로 441억원을 집행하고 올해에도 495억원을 각 시도에 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는 이중에서 지난해와 올해에 각각 138억원과 103억원을 받았으며, 여기에 지방비 46억원과 38억원을 합해 184억원과 141억원을 각각 산림병해충 방제에 사용했다. 부산광역시 산림조합에서 지난해와 올해에 시행한 방제사업은 총 119건 119억6000만원이 넘는다.

기가 막힌 것은 부산시에서 산림청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연간 200여 억원을 산림병해충 방제작업에 투입하고, 산림조합의 방제시공이 하루 최대 400여 명이 동원되는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농약이 제대로 살포됐는 지, 농약구입 비용이 적정한 지, 쓰고 남은 농약은 없는 지 등을 조사하는 공무원은 ‘전혀’ 없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산림청은 이에 대해 6월 중순까지 지도점검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어린이에게 용돈을 줄 때도 용도와 씀씀이를 따져보는 게 우리가 가진 상식이다. 하물며 수백억 원대의 혈세를 집행함에 있어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따져보지 않은 산림청의 눈먼행정을 우리는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산림예산은 지자체에 바쳐야 하는 조공(朝貢)이 결코 아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을 산림청은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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